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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an 24. 2022

5. 이자율 높은 베트남 정기예금 가입해도 될까?

‘베트남 1년 정기 예금 이자 14%,, 이자 소득 비과세’ 


2011년 머나먼 남쪽 나라 베트남 은행의 높은 이율은 재테크에 관심 많은 서울 강남 주부들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국내 시중 은행 1년 정기 예금 금리가 4%였고 이자 0.1%라도 더 받으려고 저축은행 특판 예금 가입을 위해 새벽부터 줄 선 시민들의 모습은 언론에 자주 보도 되었던터라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선하다. 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 지점으로 베트남 정기 예금 가입 문의가 쇄도했었고 베트남에 있던 필자에게도 수 많은 지인들이 가입 문의를 해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베트남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경우 환차손, 각종 수수료, 한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불법 환치기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점 등 수 많은 리스크 등을 설명하며 신중한 투자를 강조했었다. 그런데 2019년 국내 경제 방송에서도 여전히 베트남 정기예금 가입의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니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높은 듯하다.


2011년 당시 베트남의 1년 정기 예금 이율, 은행원이 이자율을 고시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베트남을 찾는 개인 투자자는 뚝 끊겼지만 코로나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정기 예금에 가입하러 투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2018년 이후 베트남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베트남으로 여행도 가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최소한 이율 높은 베트남 정기 예금에 가입만 해도 여행 경비가 보존된다는 투자 여행 패키지가 성행했다. 이에 한 술 더 떠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증권회사를 통해 베트남 주식 투자도 한창이다. 



과거에는 법망을 피해 베트남 계좌에 투자할 방법이 많았지만 2019년 7월부터 외국인의 베트남 은행 계좌 개설에 대한 법규가 마련되어 현지 거주증이나 6개월 이상의 비자가 없으면 예금 납부가 안된다. 게다가 베트남도 경기 부양을 위해 4차례 걸쳐 금리를 인하했고 21년 1월 현재 은행별 1년 정기 예금 금리는 4.6% ~ 7.0%로 10년전처럼 투자 욕구를 자극 시킬 정도는 아니다. 가입한 정기 예금이 만기되어도 본인이 직접 은행에 방문해야만 만기 해지를 할 수 있는데 2019년 투자 여행으로 베트남에서 정기 예금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베트남 입국이 안되어 돈을 인출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조만간 코로나 상황이 진전되어 베트남에 들어 올 수 있다 하더라도 한국으로 송금하려면 베트남에서 정당하게 돈을 벌어서 입금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투자 신고 없이 베트남에 가지고 온 돈은 해외로 송금할 수 없다. 베트남 현지에서 달러로 환전해서 가지고 나오려면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고 게다가 베트남 출국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현금은 USD 5,000까지. ‘설마 걸리겠어’ 하고 가지고 나갔다가 걸린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돈은 모두 압수. 조금 더 많은 이자를 바라고 한 일인데 뒷수습은 이렇게 어렵다. 

베트남에는 자산 기준 4대 은행으로 국영 은행인 BIDV(베트남 개발은행), Vietinbank(베트남 산업은행), Agribank(농업은행), Vietcombank(베트남 무역은행)이 있고 그 외 Sacombank, MB bank, Techcom bank 등  20여 개의 민간 은행들과 11개의 외국계 은행이 있다. 베트남 외국계 은행 중에 단연 돋보이는 곳은 한국의 신한은행이다. 1993년 베트남 첫 진출 이래 2021년 1월 현재 41개 영업점을 개설해 수 년 째 베트남 진출 외국계 은행 중 1위이다. 2017년 법인 인가를 받은 우리은행은 14개 점포를 운영중이며 21년 20개 점포 개설을 목표로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2019년 11월 1조원억을 투자해 베트남 1위 베트남 투자개발은행 BIDV의 지분 15%를 취득했다. 그 외 KB국민은행, 농협, 각 지방 은행들까지 한국의 어지간한 은행들은 모두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한국계 은행들이 몰려 있는 호치민 시내의 M-Plaza 빌딩


 일본계 은행들 역시 베트남 금융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일본 미즈호 은행은 베트남 4대 은행인 국영 Vietcombank지분 15%를 보유 중이며 도쿄미쓰비시UFJ 은행은 Vietinbank 지분 20%을 확보 중이다. 최근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도쿄미쓰비시 UFJ은행은 지분 상향 제한이 풀리면 Vietinbank 지분을 50%까지 확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2021년 4월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스미토모 미츠이 은행이 베트남 VP Bank의 자회사인 FE Credit 지분 49%를 28억 달러에 인수햇다.


다들 왜 이렇게 베트남 금융 시장에 투자하는 것일까? 인구 1억에 가까운 베트남 금융 시장의 어마어마한 잠재성 때문이다. 2019년 6월 <Vietnam Finance>가 베트남 중앙은행 발표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4,500만개의 베트남인 계좌가 개설되어 있으며 이는 동일인의 중복된 계좌를 제외한 수치이다. 베트남 전체 인구가 9,750만이니 전체 인구의 46%가 금융거래를 하고 있고 전체 성인의 63%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는 2015년 대비 2배 성장한 것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금융 거래 이용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금융 거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표현이 의아하게 생각될 텐데 거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975년 미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경제권을 좌지우지하던 화교들을 축출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수 많은 화교들이 떠났고 이 때문에 지금도 아세안 국가 대부분의 경제권을 장악한 화교들이 베트남에서만 영향력이 미비하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돈이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된 것을 본 베트남 사람들은 그 트라우마로 인해 금융 거래를 꺼려했다. 그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안정적인 미국 달러, 유료화와 같은 외화를 집 금고에 보관하는 것을 선호하고 무엇보다 보관하기 용이하고 어디에서나 자산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금을 사서 모은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가 금 시세와 미국 달러 환율이다. 베트남 정부가 보유한 외환 보유고는 적지만 베트남 국민 전체가 보유한 금 보유량은 세계 10위 안에 든다는 근거는 없지만 베트남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말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베트남 경제가 지속적으로 고성장하고 2015년부터 미국 달러 대비 환율 변화도 연간 2~3%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금융 거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 몇 년 전 필자의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에서 호치민 인근 지방의 부호가 1톤 트럭에 현금을 한 가득 싣고서 예금을 하겠다고 한 일이 있어 은행 직원들이 인근 다른 점포에서 돈 세는 기계를 급히 공수해오고 종일 현금을 세느라 점포를 일찍 문닫아야 했던 일도 있었다. 요즘 베트남 MZ 세대들은 모바일 전자 지갑으로 밥을 먹고 택시를 타며 영화 표를 예매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머나먼 옛날 이야기 같은 일들이 동일한 공간에서 벌어졌었다. 


앞으로 베트남의 발전은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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