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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23. 2021

2021년 독서 리스트, 쪽읽기의 나날들

책, 커피, 음악은 매일 필요해


  따지고 보면 39년 동안 읽어온 책들이 아주 적지는 않을 텐데(학부랑 석사 때 각각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던 시기가 잠깐씩 찾아왔어서 그때 진짜 많이 읽긴 했었는데..),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내가 한 해 동안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정리해 볼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 2020년 아기가 태어난 후, 처음 기록해 본 독서 리스트


  그런데 2020년 아이가 태어난 이후, 책 읽을 시간이 그야말로 절대적으로 부족해지자 얘기가 달라졌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속에서는 내가 어렵사리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만들어내야 했고, 마치 쪽잠 자듯 쪽읽기를 해야 했다. 그렇게 쪽읽기로 평소보다 오래오래 걸려 완독을 하고 나면 이전에 독서를 할 때 와는 다르게 그 모든 시간 자체가 더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매일매일 나름의 무드에 맞는 음악을 선곡하고 따스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어 내려가는 고요한 시간. 이를 위해 아침에 미리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두고, 아기가 낮잠에 들면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 놓았던 커피잔에 커피를 조용히 따른  책을 집어 드는 이다. 아기가 언제 깰지 모르니 허락되는  시간 동안만큼 살금살금 읽어 내려갔던  책들, 가만히 쌓여갔던 책들과 책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애틋해지기도 했던 이다. 그래서 2020년부터 읽은 책들의 리스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 2021년 독서 경향


  틈틈이 조금씩 읽다 보니 아무래도 한 페이지에 정보량이 많아서 고도의 집중력이나 필기가 필요한 책, 인물의 심리나 줄거리를 계속 따라가야 하는 장편 소설을 읽는 것(물론 이런 방식으로 읽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난 그렇게 읽어와서)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서 내공이 없는 편은 아니었는데도 참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잠깐씩 집중해도 큰 흐름을 깨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에세이를 중심으로 보게 됐고, 결과적으로 이 시기의 나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타인의 경험을 통해 내가 나 자신을 좀 거리를 두고 차근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육아서도 계속하여 읽어나갔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들을 읽으면서 나의 유년시절을 재해석하고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 내가 읽고 내가 뽑는, 올해의 작가들과 작품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이다. 이 책들은 한 마디로.. "찢었다!"(스우파 과몰입러..). 읽어 내려가면서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 칠 뻔. 정말이지 이렇게 예리하다니, 심지어 이렇게 표현하다니, 이렇게까지 솔직하다니..! 하면서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책의 끝부분이 다가오는 게 아까워서 야금야금 아껴 읽을 지경이었으니. 이 책들에 대해서는 따로 리뷰를 작성하려고 한다. 올해 안에 쓰는 게 목표!

  

 그다음으로 기억나는 책은 이슬아 작가의 <깨끗한 존경>과 <심신단련>. 작년에 김이나 작사가의 <보통의 언어들>, 가수 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읽으면서 역시 비슷한 연배의 책을 읽는 것이 확실히 재미있고 공감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슬아 작가의 책을 선택했던 것은 '그래도 한 번 읽어는 봐야지'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니까 핫한 작가의 글에 대한 호기심. 92년생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잘 알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인생 선배 같다는 느낌! 스우파를 보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나보다 멋있으면 정말 다 언니 같다 :) 일단 이야기 하나하나도 재미있었고, 여러 가지로 깨닫는 게 많았던 독서였다. 야무진 그녀가 부러웠다.


   박완서 작가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이슬아 작가의 책과 같은 시기에 읽었다(다른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나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그러니까 1931년생 작가의 책과 1992년생 작가의 책을 2021년에 같이 읽었던 것인데, 이게 또 참 흥미로웠다. 그 사이에 시대가 참 많이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아 역시 정말 달라지긴 달라졌어 싶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도 두 사람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도 있다는 게, 나도 그 대화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책 읽기의 큰 매력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의 조용한 목소리'가 때론 나를 날카롭게 찌르기도, 포근하게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내년에 다시 한번 더 읽어보려고 한다. 그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려나.

  

   <아직도 내 아이를 모른다>, <푸름 아빠 거울 육아>, <외동아이를 키울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이 책들은 내가 아이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절대 접하지 못했을 책들이다. 물론 이건 모든 육아서에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위의 세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현재의 나'와 '유년시절의 나' 모두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푸름 아빠 거울 육아>에서는 '의식의 수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나 자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책들도 모두 육아의 영양분이 되었다. 각각의 책이 갖고 있는 주요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영역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특히 마리아 몬테소리의 <흡수하는 정신>은 엄마인 내가 아니라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전환점이 됐다. 육아서는 아니지만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하는 타인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어서였을까, 이 두 책도 정말 재미있었다.

  

# 내년에는, 다시 소설


  내년에는 다시 소설을 읽는 것이 목표다. 뭐 많이는 아니더라도 분기별 1권 이상은 읽고 싶다. 일단 지금 읽고 싶은 책은 <작은 아씨들>과 <오만과 편견>. <작은 아씨들>은 얼마 전에 그레타 거윅의 작품을 보다가 다시 책으로 읽고 싶어 졌고, <오만과 편견>은 학부 때 딱 한 번 읽어본 기억이 전부인데, 뭔가 그 시절 감성을 좀 떠올려보고 싶다. 한국소설은 아직은 모르겠다.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최근 몇 년 간 나름 열심히 봐왔는데.. 아무래도 상황이나 맥락이 더 잘 이해가 가서 그런지 너무 깊게 몰입이 되니까 마음이 힘들었다. 지금은 아직 그 정도 마음의 용량은 없는 것 같아서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날이 또 오겠지.  

  


# 2021 독서 리스트


* 성경통독 (매일/진도율 : 창세기~사사기)

* 잡지 구독 (New Philosopher / 계간지)


1. 명랑한 은둔자 / 캐럴라인 냅 (2회 차, 완독)

2. 욕구들 / 캐럴라인 냅 (완독)

3.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완독)

4.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 앤드류 포터 (완독)

5. 사물들 / 조르주 페렉 (완독)

6. 책 읽는 삶 / C.S. 루이스 (완독)

7. 벨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 메리 메콜리프 (진도율 30%)

8. 나를 사랑하는 연습 / 정영욱 (완독)

9. 깨끗한 존경 / 이슬아 (완독)

10. 심신단련 / 이슬아 (완독)

11.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제임스 설터 (완독)

12.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완독)

13. 아주 보통의 행복 / 최인철 (완독)

14. 오전의 살림 탐구 / 정이숙 (완독)

15. 사계절 살림 / 오선미 (완독)

16.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진도율 30%)

---육아서---

17.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 박혜란 (완독)

18. 흡수하는 정신 / 마리아 몬테소리 (완독)

19. 아직도 내 아이를 모른다 / 대니얼 J.시겔, 티나 페인 브라이슨 (완독)

20. 외동아이를 키울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 모로토미 요시히코 (완독)

21. 엄마 수업 훈육 편 / 존 S.C. 애벗 (완독)

22. 육아 불변의 원칙 / 이영숙 (완독)

23. 우리 아이 왜 그럴까? / 최치현 (완독)

24. 적당히 육아법 / 하세가와 와카 (완독)

25. 프랑스 육아의 비밀 / 안나바커스 (진도율 20 %)

26.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 / 안니카 외래스 (완독)

27.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완독)

28.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 오은영 (진도율 40%)

29. 프랑스 아이처럼 / 파멜라 드러커맨 (완독)

30. 아이와 같이 삽니다 / 최영지 (완독)

31. 유대인 엄마의 힘 / 사라 이마스 (완독)

32. 푸름 아빠 거울 육아 / 최희수 (완독)

33. 놀다 보니 한글이 뚝 / 이정민 (완독)

34. 닥치고 군대 육아 / 김선미 (완독)


완독 : 총 34권 중 30권 (일반 14권 / 육아 16권)

           (*전년도 완독 : 2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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