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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11. 2022

그러니까 '나다운 삶' 그게 목표

계획하는 인간형은 오늘도 계획을 세우지

 

아주 조용하고 맑았던 시간.


# 너는 세 살, 나는 3년 차


이제 얼마 후면 아이는 두 돌이 된다. 나도 이젠 3년 차 엄마가 되었다.


아이는 그만큼 자랐고, 나는 이제 엄마라는 역할이 제법 익숙해졌으니 전반적으로 어려움도 약간은 줄어든 느낌이다. 다만 얼마큼 조심하고 얼마큼 그냥 두어도 되는지 아이의 능력치와 관련하여 그 경계가 자주 바뀌어 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의 매달 겪는 중이다. 나는 아이가 많이 큰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이제 23개월인 것이다. 그걸 이따금 잊게 된다. 여전히 쉽지 않다.


난 아직 적지 않은 상황에 쩔쩔매기도 하고 멘탈이 가출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총합으로 따지면 조금씩 덜 힘들어지고 있는 건 맞다.


아마 내 마음이나 몸의 근육도 아이의 성장과 함께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고, 원래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의 힘듦이 나아지는 거일 수도 있고(하지만 '원래 그래'라는 건 사실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둘 다 합쳐져서 그런 것일 일수도 있고.


아무튼 지난 삶을 깊게 들여다보며 점검할 에너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에너지가 드디어,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거 그게 중요하다. 나 같은 에너지 푸어에게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 자체가 지금 힘이 그래도 덜 들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2년, 쓰고 남는 에너지가 없던 생활에서 남는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생긴 생활로의 변화, 이게 나에게 진짜 큰 변화다.

 


# 그래서 올해 목표는요


나는 상당한 계획형 인간이라서 항상 뭔가를 계획한다. 크게든 작게든 혼자 조용히 뭔가 늘 실행 중이다.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지금 중요하다고 믿는 것, 혹은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 그로 인한 결과를 맛보고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것, 그건 어린 시절부터 나만의 재미있는 놀이었다(아 유급 노동에서는 재미는 제외..).


물론 모든 계획에는 언제나 장애요인과 변수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적 동기에 기반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걸 꾸준히 실행하는 일은 전반적으로 즐겁다.  


올해 목표는 고심해서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이쪽으로 방향이 모아졌달까. 최근 주로 실행하고 있는 것, 관심 있는 것들을 추리니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의 전제는 '나다운 삶' 그러니까 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나의 가치관과 방식대로 조용히, 꾸준히 해내가는 것.


♡ 2022년 목표

ㅇ 슬기롭고 절거운 ㅇㅇ생활

ㅇ 유연한 몸, 유연한 사고

ㅇ 느긋한 일정, 느긋한 일상


아마 세 번째가 가장 어려울 것 같은데, 성격이 급한 편인 나와 '느긋함'은 참으로 거리가 멀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뭔가를 하는데 쉬는 시간 그러니까 쉼표는 꼭 필요한 스타일이라는 것. 쉬지 않으면 그다음 걸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꼭 쉬는 편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성격은 다소 조급하다.


올해는 '이 정도면 됐어, 충분해'라는 마음가짐을 더 연습하여 좀 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보다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금 더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작년에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런 글귀를 발견하고 메모해 둔 적이 있다.

"천성적으로 둔하다는 것은 대단한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스스로 노력해서 둔한 성격으로 다시 말하면 정서적으로 안정된 성격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고 값진 일이다."


그래도 재작년보다는 작년이, 작년보다는 오늘이 더 둔하고 느긋해진 거, 그건 확실히 맞다! 이 얼마나 희망적인고 :)


다른 두 개의 꼭지는 추후 따로 글을 업로드해야 할 것 같다. 첫 번째 꼭지는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며 어떤 노력을 하고 얼만큼 달성했는지 작성하고 싶고, 두 번째 목표는 곧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네 번째 목표도 추가해야겠다.

"글쓰기를 보다 자주, 규칙적으로"

코로나 예방 접종 두 번 하고, 연말연시를 보내고, 몸살도 한 번 나고 나니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쓰기'와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인풋 대비 아웃풋이 적은 느낌이다. 뭐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써서 글쓰기 근력을 키우는 게 필요한 시점인 듯! 그럼 이제 세부 계획은 일기장에 자세히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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