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구슬 Apr 19. 2024

학교 다녀온다 말하고 이혼하고 왔습니다.-2

9. 궁금했다. 이혼풍경

드라마에서나 보아오던 이혼현장을 드디어 나도 보게 되었다.

아니 직접 겪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간 법원.

구불구불 어디로 가서 신청서를 내고 나면 또 위층으로 올라가 상담을 받고 모든 게 어리둥절이었다.

바쁘면 진짜 이혼도 못하겠구나.

더군다나 자녀가 있으면 더욱 복잡했다.

신청후 3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꼭 해야만 하는 이혼.

나는 이혼에 성공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혼 확정 기일

회사 점심시간에 얼른 나와 혹여나 내가 늦어 이혼을 못하게 될까 봐 택시를 잡아 탔다.

오픈런해야 이혼도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이혼 확정이 되지 않는다.


덕분에 만나야 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나는 2층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어머 이혼하러 왔나 보네

하며 수군거리는 것만 같아서 빨리 이 시간이 흘렀으면 했다.


나는 이혼이 처음이라 오늘 이 확정 기일에 우리만 오는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20분

30분

시간이 흐르자 몇몇 사람들이 들어왔다.

뭔가 모를 동지애가 생겼다.

아하 다 같이 이혼하기 위해 우리가 이곳에 모였구나.


시간이 임박해 오자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인원들이 모였다.

우리 모두는 법정으로 들어가 시험을 치는 학생들 마냥 신분증을 내고 책상에 앉았다.

남는 자리 없이 가득 찼다.


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곳까지 오게 됐을까?

시간이 다 됐음에도 오지 않는 상대방에게 전화하며 화를 내는 여자,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웃는 남녀,

옆에 앉아 있지만 남 보듯 인사도 하지 않고 각자 핸드폰만 보는 남녀

외국인 커플

등등

이혼풍경은 다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곧 이혼확정이 될 남편에게 양육비는 꼭 챙겨달라고 말했다.

항상 대답은 잘하는 그 사람은 알겠다며, 여유가 있으면 이 금액보다 더 많이 주겠다고 했지만

얼마 되지도 않는 그 돈 마져도 제대로 들어온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남자를 보면서 내가 괜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여자도 이혼을 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시간이 다 되었고,

선생님께 불려서 교무실로 끌려가는 학생들 마냥 법정 안으로 한쌍씩 들어갔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법정안으로 들어갔던 커플이 이미 성사를 끝내고 나왔다.

체감상 1분도 걸리지 않은 거 같다.


여기까지 오기에 수많은 고민들과 과정이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법적으로 헤어지게 되는구나.



나는 언제 불리게 될까?

빨리 끝나고 회사 가고 싶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고.

법정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와 드라마에서 보던 그 장면이네?

판사님은  내가 앉아 있는 곳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봤고,

나는 뭔가 잘못한 학생처럼 순간 움츠려 들었다.

제출한 신분증 사진과 내 얼굴을 보며 확인을 했고,

친권자와 양육비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그리고 양육비는 꼭 줘야 하는 부분이라며 다시 한번 옆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눈을 맞주치며 언급을 하셨다.

순간 감사했다.

판사님이 꼭 아빠처럼 느껴졌다.

'판사님도 이 남자가 잘못해서 이혼한 걸 아시는 거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는 거죠?'

F감성이 그 순간에도 튀어나왔다.






1분도 되지 않아 인생의 큰일을 확정 짓고 나왔다.

뭔가 큰일을 하고 나온 거 같아 뿌듯했고, 지쳐있어서 그런지 홀가분하기까지 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다.

이제 법원으로 올 없겠지...



나는 회사로,

그는 서울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었다.

서로 조심해서 가라는 말을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확정서류를 가지고 구청에 가서 신고를 하면 진짜 법적으로 이혼이 되는 거다.

둘 중 한 사람만 가면 되는 거라 그에게 서울로 올라가기 전 신고를 부탁했다.


그리곤 나는 늦을새라 회사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하는 사장에게

네.(이혼확정하는데 1분도 안 걸리더라고요)

라고 답한 후 일을 시작했다.



잠시 후

가족관계등록관련신고 (출생, 사망, 혼인, 이혼)가 처리완료 됐다는

문자가 왔다.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와 진짜 끝이구나.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을 했다.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울긴 왜 울어

꽃길만 걸을 건데

:)







작가의 이전글 학교 다녀온다 말하고 이혼하고 왔습니다.-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