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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 Oct 15. 2020

1.4 이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

서문에서 언급했듯, 많은 이들이 내가 어린 시절 외국에서 살았다고 하면 ‘그러니까 영어를 잘하는 게 당연하지’라고 쉽게 생각하고 넘기곤 한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영어를 좀 더 빨리, 짧은 시기에 많은 양을 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불변의 조건은 아니다.


내 주변에는 나보다 훨씬 늦은 시기에 학교에서 영어를 처음으로 접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지금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비슷한 연령대에 나보다 훨씬 긴 시기를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사춘기를 지나며 영어를 거의 다 잊은 친구들도 있다.

그만큼 영어 실력, 좀 더 넓게는 언어 능력에는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성장하며 만난 많은 외국인들은 내 영어를 처음 듣고 반드시 물었다.


“어디에서 살았어?’

“캐나다에서 살았어. 8살 때, 1년.”


이렇게 답하면, 모두가 놀란다.

내가 영어 천재라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오래전, 길지 않은 기간을 살다 와서 지금처럼 영어를 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기준으로 영어를 빨리 접하고, 빨리 익히고,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부모가 유학을 간다거나,

부모가 주재원으로 일하러 가게 된다거나,

여유로운 경제력으로 생업을 중단하고 아이를 데리고 수년간 외국 생활을 하는 등 방법은 많다.


하지만 한국이 생활 터전인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방법은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고 난 뒤라면, 외국 생활을 하는 것에서 좀 더 많은 선택지(유학, 워킹홀리데이 등)가 좀 더 자유롭게 주어질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성인이 되어 외국 생활로 영어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훨씬 더 긴 시간 외국 생활을 해도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부러워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부러움과 불안감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내가 혹은 자녀가)

- 왜 영어를 잘하길 원하는가?

- 영어를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길 원하는가?

- 영어를 어떻게 얼마만큼 잘하길 원하는가?


“모두가 영어를 잘해야 하는 이 시대에 영어를 잘하길 원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잘하는 게 당연하지!”

“어떻게 얼마만큼 잘하긴, 원어민만큼 잘하는 게 제일 잘하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적지에 다다르길 원하면서 왜 원하는지, 정확히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를 모른다면 어떻게 제대로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까?


내가 던진 세 가지 질문은 사실 서로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다.

영어를 무엇에 쓰려고 공부하는지에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길 원하는가?) 따라 왜 잘하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얼마만큼 잘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얼마큼 잘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얼마나 잘하는지는 여러 종류의 잘하는 사람들을 봐야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막연하게 생각해서는 당연히 “원어민만큼 잘하는 게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한국 사람이라고 모두 한국말을 잘하는가?

영어도 마찬가지다. 백악관 대변인의 영어와 밀밭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의 영어가 모두 ‘잘하는 영어’라고 할 수는 없다.

발음이 좋다고 모두 똑같이 그 언어를 잘 구사한다고 규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언어를 잘 구사한다는 데에는 정확한 발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만큼 적확한 어휘를 구사하는지, 상황에 맞는 톤으로 말하는지, 표현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등 많은 것들이 평가의 척도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척도에서 내가 어느 정도만큼 잘할 필요가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에 걸맞은 노력을 들여 원하는 만큼 잘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일 수는 있지만,

항상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많은 동화책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난다.

난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궁금했다.

실제로 그 뒤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나의 영어 공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1년을 살고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까지 이렇게 영어를 잘하고 있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살았던 1년의 시간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 이후의 진짜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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