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May 10. 2019

[아일랜드 박스]새로운 혁신가들


귤과 만감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 아일랜드 박스


 “귤을 구독하세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는 ‘정기 구독’과 ‘상거래’를 합친 말로,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사업자가 특정 상품을 선별해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뷰티업계를 강타했던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이후 꽃, 책 등 취향이 담긴 제품부터 면도날 같은 생필품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과잉 선택의 시대, 한번 구매하면 일정 기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해 주기적으로 보내주는 상품 구독 서비스는 피로도 높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대안적 쇼핑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에서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감귤과 만감류에 적용한 회사가 있다. 노지 감귤부터 천혜향, 레드향 등 만감류를 가장 맛이 좋은 제철에 맞춰 보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아일랜드박스’다


아일랜드박스는 박용순 대표와 전진호 대표가 함께 만든 서비스다. 전진호 대표는 해외유학 후 연매출 50억 원에 이르는 전국 규모 자동차용품 유통사업을 했으며, 제주로 이주한 후에는 제주 과일 유통 시장을 연구하고 감귤류 전문 매장을 오픈한 유통 전문가다. 박용순 대표는 삼성, 노키아 등 세계적 IT회사를 거쳐 로벌 투어 회사의 마케팅 헤드를 역임한 바 있는 마케팅 전문가다. 


두 대표는 제주스타트업협회(JSA)에서 만나 과일과게 주인과 과일가게 손님으로 인연을 이어가던 중 아일랜드박스를 창업하게 되었다. 박용순 대표는 전진호 대표의 감귤 전문 매장에서 계절마다 제철 귤을 육지의 가족에게 선물로 보냈는데, 박용순 대표가 과일을 주문하면 전진호 대표가 바로 보내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수확되는 품종이 아직 철이 이르니 몇 주만 기다리면 맛있게 잘 익은 귤을 보내주겠다”며 더 맛있는 귤을 맛볼 수 있는 시기를 알려주곤 했다. 박용순 대표는 겉모양은 모두 같은 과일이 언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진호 대표와 함께 사전에 주문을 받아 귤이 가장 맛있을 때 보내주는 아일랜드박스 서비스를 고안했다.   



  맛있는 제철 과일을 미리 구매하는 모델로 소비자 밸류 향상

아일랜드박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소비자 측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유통 기간을 늘리기 위해 충분히 익지 않은 시기에 수확되어 맛이 무르익지 않은 과일을 사야 하는 문제, 과일의 모양과 형태로는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 


아일랜드박스는 소비자에게 딱 알맞게 익은 감귤을 제철에 보내기 위해 사전 구매 모델을 도입했다. 구매자를 미리 확보하고, 제철에 맞게 적당히 후숙된 과일을 기존의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것. 이를 통해 소비자는 가장 맛있을 때 과일을 받아볼 수 있고, 아일랜드박스는 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만큼 과일을 확보하고 유통할 수 있다. 또 아일랜드박스를 통해 사전 구매를 신청한 소비자에게 전문가가 직접 상위 10% 이내의 맛있는 귤만 선별해 보낸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맛과 품질의 귤을 제철에 받아볼 수 있다. 



  위미농협과 함께 생산자 밸류를 향상할 수 있는 모델 구축 

위미농협 유통센터 오영정 센터장(왼쪽)과 아일랜드 박스 박용순대표(오른쪽)

위미농협은 제주 남원읍 서부 지역(위미 1·2·3리, 신례 1·2리, 하례 1·2리) 7개 리 20개 농회를 관할한다. 위미 지역 농가의 전체 작물 생산량 중 80% 이상이 감귤과 만감류다. 위미농협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하우스 농가에 대한 지원, 농자재 공급, 영농 지도 및 조합원 교육 기회 확대와 농가 소득 증대 등 농업인 중심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또 2016년에는 고품질 감귤 생산 단지로 선정되어 3년간 고품질 감귤 생산 기반 조성을 완료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위미 지역은 제주 내에서도 고품질 감귤 산지로 손꼽히는 곳이 되었다. 

사전 구매 모델로 고품질의 감귤류를 제공하고자 한 아일랜드박스의 아이디어는 위미에서 재배되는 고품질 감귤 유통 허브인 위미농협 하례감귤거점산지(이하 위미농협 유통센터)의 도움으로 실현됐다. 아일랜드박스의 공동 대표 박용순 대표와 전진호 대표는 과일 유통과 마케팅에는 자신 있었지만, 실제로 고객이 만족할 만한 감귤 상품 선별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위미농협 유통센터는 농가와 함께 고품질 감귤 생산에 성공했지만, 상품 가치가 높은 감귤을 제값에 유통할 방법이 고민이었다. 같은 중량이라 해도 상품성이 다른데,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인지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마케팅과 유통 전문가인 박용순 대표와 전진호 대표가 구상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아일랜드박스가 위미의 고품질의 감귤을 브랜딩하고 트렌디한 방식으로 유통 판로를 개척할 모델이라고 판단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유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소비자에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는데, 그때 마침 아일랜드박스 대표님이 제안한 거죠.” 위미농협 유통센터 오정 센터장의 말이다. 

아일랜드박스와 위미농협 유통센터가 협업하는 방식은 이렇다. 레드향, 천혜향 등 귤 주요 품종 출하 시기에 맞춰 아일랜드 박스는 온라인에서 사전 구매자를 모집한다. 위미농협 유통센터는 당도와 산도 등 객관적 데이터와 농장 실적을 기준으로 우수 품질 농장을 선별한다. 아일랜드 박스의 박용순, 전진호 대표, 위미농협 유통센터의 전문가들이 함께 우수 농장에서 재배한 과일 맛을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박스에 담을 농장을 선정한다. 선정된 농장의 과일을 아일랜드박스에서 직접 제작한 패키지로 정성스럽게 포장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농민이 아닌 유통센터와 스타트업의 협력이 생산자인 각 농가의 밸류 향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자 위미농협 유통센터 오영정 센터장은 매우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작년 여름에 하우스 감귤 생산 농가 중 고품질 감귤을 생산한 농가와 그렇지 못한 농가의 수익 차이가 1000평(약 3305m2) 기준 2800만 원 이상입니다. 1차 농업 생산물이지만, 생산물 자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되고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이 쌓이면, 상품 가치에 상응하는 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우수 농가가 소득을 올리는 것을 보면 더욱더 많은 농가들이 품질 관리에 신경 쓸 것이고요. 물론 위미농협은 그에 맞는 지원을 확대할 것입니다. 작물 품질과 판매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면, 지역 농가의 소득이 함께 상승할 겁니다.”


박용순 대표가 덧붙다. “위미농협 유통센터는 농가의 작물을 모두 같은 가격으로 매입하지 않고 품질에 따라 매입가를 차등화했어요. 농가가 품질을 높여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죠. 아일랜드박스는 품질 좋은 귤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해서 생산자의 밸류를 높이려고 합니다. 또 좋은 품질의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유통 기간이 긴 대형 유통 체인에 공급하기 위해 미리 수확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제철에 수확하도록 유도하고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MVP 모델로 사업화 리스크 최소화 

제주 귤과 만감류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도입하기에 앞서 박용순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먼저 아일랜드박스를 소개했다. 시장성을 확인하기 전에 처음부터 구독 모델로 비즈니스를 시작할 경우 운영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박용순 대표의 전략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은 MVP(Minimum Viable Product) 단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철 과일을 선구매하는 모델이 과연 시장에서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확인 작업이 필요했어요. 세 번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 모델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일랜드박스는 1월 레드향, 2월 천혜향으로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선보였다. 각각 577명, 741명의 서포터를 모집했다. 두 펀딩 모두 3000만 원 이상의 펀딩액을 모았다. 현재 펀딩 중인 한라봉 또한 500명 이상 서포터를 모집하고 2500만 원이 넘는 펀딩액을 기록 중이다. 커뮤니티 체계가 강점인 와디즈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지속해서 고객과 소통하며 소비자 관점에서 아일랜드박스 서비스를 더욱 섬세하게 설계하고 있다. 


아일랜드박스는 세 차례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간 구독 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제주 귤과 만감류로만 이루어진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것. 아일랜드박스 구독 상품은 레드향과 한라봉, 하우스 감귤과 노지 타이벡 감귤 4종을 가장 맛이 좋은 제철에 보내주는 사계절 연간 회원과 여기에 천혜향과 친환경 재배 귤을 포함해 6종을 보내주는 올인원 연간 회원, 두 종류다. 연간 구독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는 한 종류의 과일 박스만 미리 주문할 수 있다. “아일랜드박스 서비스의 차별점은 선물로 좋은 서브스크립션이라는 것입니다. 가족과 고마운 사람, 더 나아가 중요한 거래처까지 한 번이 아닌 네 번의 감동을 1년간 선사하는 선물 서브스크립션이죠. 그래서 영업 분야의 B2B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제철 농산물 스마트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을 기대

아일랜드박스는 귤 품종을 시작으로 제주의 다른 농산물, 더 나아가 축산과 수산물까지 제철에 받아 보는, ‘제철 신선식품 사전 구매 서비스’를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그다음에는 전국 각지에 있는 로컬 스타트업과 인재를 발굴하고, 해당 로컬의 제철 신선식품 구독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엑셀러레이팅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역사회에 정착한 사람들이 지역의 생산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지역의 신선식품 공급자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서 각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제철 과일을 선물하는 사전구매 서비스. 아일랜드 박스




아일랜드 박스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iboxjejudotcom




*J-CONNECT 매거진 2019년 봄호(Vol.9)의 내용을 온라인에 맞춰 수정게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직팜]새로운 혁신가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