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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Feb 14. 2024

비슷한 가치관 가진 사람 만나기

부자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

연말 연초에 스트레스로 역류성식도염이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2월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위가 멀쩡해졌다. 두 달 정도 술을 끊고 평소 음식을 먹는 양보다 적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했다. 계속 이렇게 금주를 실천하려 했지만, 저 멀리 호주에서 온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하루쯤은 조절해서 술을 먹어보자 싶었다.


민수(가명) 출국하면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지니 약속을 잡았다. 다른 친구들도 불러 4명이서 놀게 되었는데 멀리 사는 민수가 항상 서울로 나와줘서 고마운 마음에 직접 그가 사는 청평으로 가기로 했다. 친구네 펜션 방 하나를 잡고 놀았다.


민수가 데려온 동생은 소희(가명)라는 두 살 어린 동생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한 언니의 MBTI가 ENFP인데 그 동생도 똑같았다. 낯을 은근히 가리는 편인데 소희와는 처음 만나고 5분 정도 만에 말을 놓고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신기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이렇게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소희가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나도 편하게 다가갔다. 나처럼 스물한 살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왔다는 것도 비슷했고, 같은 여자로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진규(가명)는 내가 호주에 갔을 때 민수 친구로 한 두 번 만났었고, 서울에서도 민수와 같이 만난 적이 있어 편한 사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할 법도 한데 굉장히 편했다. 이 정도면 낯을 안 가리는 게 아니냐는 친구들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해야겠지!



여차저차 우리는 장을 보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민수와 진규는 숯불을 만들고, 나는 소희와 고추장찌개를 끓였다. 고추장이 없어 어떻게 끓여야 하나 고민하다가 냉장고에 막국수 양념이 있는 걸 확인하고 그걸로 고추장찌개를 만들었다. 소희는 감자와 양파, 파, 스팸을 먹기 좋게 잘랐고 나는 재료를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둘만 남았을 때도 어색함은 없었다. 이야기가 술술 오갔다.



쌀쌀해지는 바깥공기에 바비큐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 2차를 시작했다. 주루마블을 가지고 술게임을 하다 보니 점점 술에 취해 볼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하다가 나는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끊겼다. 분명 주루마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눈을 뜨니 침대 위에 있었다. 주루마블을 양주로 하다니. 이십 대 초반때처럼 깔깔거리며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노는 게 얼마만인가 싶었다.


다음날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취해서 화장실 문쪽에서 누워 자고 있었고 애들이 나를 끌고 들어와 침대에 눕혔다는 것이 아닌가.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게다가 술을 먹으면서 내가 월급쟁이부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소희와 별별 이야기를 다 했다고 하더라. '나는 샤넬백 같은 거 안 사고 자산을 불리기 위해 종잣돈을 모은다.', '월부의 너나위, 코크드림님 어쩌고....' 따위의 이야기로 열변을 토했나 보다.


평소에는 투자에 대한 내 가치관이나 생각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투자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소희와 진규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희는 헬스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투자 공부도 하는 사람이었고 진규 또한 올해 월급의 70%씩 모아 1억을 모으는 게 목표라는 사람이었다.


아! 재테크 관련 유튜브 영상이나 책에서 항상 말하는 '부자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라.'라는 게 바로 이런 건가 싶었다. 주변에 투자에 관심이 있고 같이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친한 언니 두 명과 만날 때만 부동산 얘기나 주식 얘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가 통하니 너무 즐겁고 좋았다.


진규는 나와 동갑인데 1억을 모을 생각을 하고 있있었다. 연봉 자체가 높아서 1억을 금방 모을 수 있는 환경에 있어도 과소비하는 사람들은 과소비를 한다. 하지만 진규는 열심히 모은다. 소희는 재테크 강의를 듣고, 책도 많이 읽고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는 친구다. 내가 아는 또래 혹은 동생들 중에서는 소희같이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런 그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고, 평소에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떤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지 묻는다면 그것 만큼 좋은 투자 공부 메이트가 있을까?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이라 투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인생에 있어 분명 인사이트를 얻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요즘은 이런 모든 인연들이 참 귀중하다.


오랜 친구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는 사람들이나, 좋은 연으로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좋은 관계가 분명 생기리라 믿는다.


우리는 아직 가진 게 없는 거지, 미래에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아니다. 과거의 우리 집, 과거의 나를 떠올리지 말고,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자.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자. 그러면서 투자에 관심이 있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자. 앞으로의 이 관계, 그리고 나 자신이 기대된다 :)


ps. 술은 건강에 해로우니 절대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지 말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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