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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Apr 28. 2024

12. 도쿄의 명물 ‘몬자야키’를 아시나요?

충격적인 비주얼의 도쿄 맛집 [몬자 모헤지]와 [타마토야]

  오사카에 우리가 잘 아는 오코노미야키가 있다면 도쿄에는 ‘몬자야키’라는 음식이 있다.


  도쿄 지역의 향토음식인 몬자야키는 양배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채소와 선택한 토핑을 철판 위에 올려 반죽과 함께 익혀먹는 음식이다.


  토사물을 연상시키는 다소 험악하고 파격적인 겉모습 때문에 흠칫할 수 있다. 그러나 주저하지 마라. 몬자야키는 식기 전에 먹어야 가장 맛있으니까 말이다.


   도쿄 여행을 하며 다녀온 몬자야키 맛집 두 곳에 대해 글을 적어본다.




1. 몬자 모헤지


  도쿄의 지하철을 타고 츠키시마 역에서 내리면 몬자야키 가게가 쭉 펼쳐져있는 거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150년 전통의 [몬자 모헤지]는 인기가 상당한 집이다. 이른 저녁을 먹은 상태에서 9시가 넘은 시간에 방문했는데 다행히 대기줄은 없었다.

 

츠키시마 몬자 스트리트


  가장 대표적인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명란 떡 몬자야키’를 주문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어서 살짝 걱정됐지만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직원 분께서 음식을 다 만들어주신다.


명란떡 몬자야키 1580엔


  몬자야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우선 기름을 두른 철판에 양배추와 토핑을 올린다.

2. 주걱으로 양배추를 잘게 잘게 다지면서 구워준다.

3. 어느 정도 노릇노릇해지면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가운데를 비워준다.

4. 그다음 빈 공간으로 몬자아키 반죽을 붓는다.

5. 반죽에 점성이 생기면 다 섞어서 익힌다.



  누가 봐도 덜 익은 것 같은 위 사진의 모습이 조리 중이 아닌 완성된 상태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제 코테라고 부르는 전용 주걱으로 조금씩 앞접시에 덜어 먹으면 된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한 입. 양배추와 명란이 부드럽게 잘 다져져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담긴다. 식감은 죽과 리조또, 그 사이 어딘가라고 할 수 있겠다.


  맛 자체로는 크게 호불호가 없을 거 같다. 하이볼 한잔, 혹은 생맥주 한잔과 함께라면 이건 정말 끊임없이 흡입 가능한 최고의 안주다.


  만약 죽 같은 식감이 싫다면 앞뒤로 조금 더 구워서 먹어보길 권한다. 좀 더 눌러졌을 때 긁어먹으면, 닭갈비 먹고 나서 먹는 볶음밥에서 판에 눌어붙은 바삭한 부분을 떼어먹는 느낌이다.


 가게는 넓지 않았지만 일본 현지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츠키시마까지 동선이 맞지 않는다면 시부야에 또 다른 지점이 있다고 한다.




2. 타마토야


  하루종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쿄역에서도 맛있는 몬자야키를 먹을 수 있는 집이 있다.


  저녁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도 꽤 길게 늘어져 있는 대기줄을 발견할 수 있는 [타마토야]는 도쿄역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다.


  일본의 술집에는 오토시라는 개념이 있는데 자릿세 명목으로 앉자마자 묻지 마(?) 안주를 내어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계란말이가 나왔다.



  이번에는 명란 떡 몬자로 시작해 오징어 먹물 몬자, 돼지고기 김치 몬자 그리고 오코노미야키까지 주문했다. 절반 분량씩 시킬 수 있어 다양하게 맛보았다.


몬자 절반 분 각 800-900엔 정도


  돼지고기 김치 몬자에는 김치전이나 수제비, 혹은 샤브샤브를 먹고 나서 만드는 죽에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하고 친근한 맛이 났다. 오징어 먹물 몬자에서는 그 특유의 향과 짭조름함이 미니주걱을 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꽤 오래 익히는데도 전처럼 굳지 않고 계속 묽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뱃속으로 계속 들어간다.


  이대로 떠나기 살짝 아쉬워 직원분께 추천을 부탁드리니 소힘줄 카레 몬자가 자신의 최애라고 했다. 카레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살짝 의구심이 들었는데 한입 맛보니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몬자야키가 카레향과 생각보다 잘 어울렸고 양배추와 고기가 부드럽게 씹히는 게 너무 좋았다. 만들어주시면서 몬자야키가 오코노미야키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말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많고 직원 한 명이 많은 테이블을 커버해줘야 해서 먹는 흐름은 조금 끊겼지만 모두 친절했고 가게 접근성도 좋은 식당이었다.




  몬자야키는 도쿄에 놀러 간다면 한 번쯤은 꼭 도전해봐야 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맥주와 찰떡궁합이어서 술 한잔 하면서 야식으로 즐기기도 좋을 듯하다. 어느 정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제작 과정 때문에 처음이라면 직원분께서 조리해 주는 식당으로 가는 걸 추천한다.


  용기 있는 자가 맛있는 음식을 얻을지어다! 무엇이든 겉모습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소중한 교훈도 남겨준 재밌는 음식 탐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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