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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7. 2021

#30.여기는 독일의 코로나 백신접종 센터.


여기는 독일의 코로나 백신 접종지


아직 뺨에 닿는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이 퍼지며 화창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이제는 봄이 오려나... 어딘가 야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살랑 들게 좋은 날씨의 주말에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맞기 위해 우리 동네 코로나 백신 접종지로 향했다.


이번 주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중부 지역인 헤센주 카셀의 개인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환경미화원, 그리고 요양병원 의료인들까지 의료종사자 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지난주에 백신접종 본부로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이 가능하다는 메일이 도착했고 인터넷으로 각 병원별 접수를 따로 받았다. 그리고 원하는 의료 종사들의 병원별 접종 예약 날짜와 시간을 받았다.

우리 부부를 포함한 우리 병원 직원 다섯 명은 토요일 오전 9시 45분으로 접종 날짜와 시간을 함께 받았다.


우리 동네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임시로 설치된 백신 접종 장소는 평소 아이들의 핸드볼 경기, 농구 경기 등이 치러지던 체육관이다.

멀리서도 보이도록 커다란 백신 본부 푯말을 따라 체육관 주차장 쪽으로 차를 움직이자

체육관 앞 주차장 입구 에는 백신 본부 직원들이 차마다 일일이 예약 증명서를 확인하고 주차 안내를 하고 있었다.

안내받은 쪽에 차를 주차하고 보니 예약 시간보다 일찌감치 나와 있던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그중에 우리 직원들 얼굴도 포착되었다. 우리는 단합대회도 아닌 코로나 백신 접종을 단체로 하기 위해 병원 근무도 없는 주말에 함께 모였다는 것에 서로 신기해하며.. 조금 떨려오는 마음들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농담과 미소들로 함께 녹이며 줄을 섰다.

  

독일의 백신 접종 현황

독일은 지난 12월부터 80 이상의 고령자들과 기저질환자들 순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다음 순으로 학교 교사들, 그리고 유치원 교사들, 그리고 양로원,개인병원,요양병원 등의 의료 종사들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코로나 병동,중환자실들이 포함되어 있는 종합병원 들의 의료진들은 이미 작년부터 자체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네에 따라 빠른 곳은 두 번째 그룹인 70대 이상 일반인들이 시작된 곳들도 있다.

고령자 들과 기저 질환자들을 포함한 고위험군들은 주로 화이자 백신(독일이름 바이온텍,여기서는 비온텍 이라고 부른다)으로 접종이 이루지고 있고 그 외에 대부분은 아스트라제네카로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제 날짜 뉴스에 의하면 현재 독일은 인구 약 3퍼센트 정도의 사람들 에게 접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워낙 서류상 절차상 시간이 걸리는 곳이 독일인 데다가 독일 사람들 중에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 또는 불안감으로 접종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아직 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과 신문을 통해 감염학자들이 백신 관련 칼럼들을 쓰고 의료진들이 독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반해 아직 접종 순서가 오려면 한참 멀은 사람들 중에서도 빨리 접종하고 코로나 걸릴까 걱정 안 하고 맘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며 얼른 접종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거나 모두에게 처음인 이 코로나 백신 접종이 독일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테마일 수밖에 없다.


본격 코로나 백신 접종 체험기

우리가 함께 줄을 섰던 왼쪽 줄로 의료인들이 서류 접수를 하고

오른쪽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80 이상 고령자들이 서류 접수를 했다.

이번 주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인병원 의료인들 접종이 예약되어 있어 우리 쪽 줄이 훨씬 길었다.

차례가 되어 신분증과 서류를 마치 시골 동네 도서관 서비스 나온 차처럼 생긴 곳에 서류와 신분증을 내고 접수를 했다.

서류로는 과거 또는 현재의 병력 등이 적힌 간략한 문진표,성명과 생년월일 주소지 등의 개인 정보와 소속되어 있는 병원 (일반인일 경우 직장) 원장의 직인과 코로나 백신 접종에 동의하는 본인의 사인이 들어 있는 접종 동의서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그 서류 들로 접수가 끝나면...


요렇게 생긴  빨간색 접종 카드와 볼펜을 개인별로 받는다.

각자 접종 카드를 손에 든 채 접종 장소로 줄지어 들어갔다.

요 접종 카드가 백신 접종 현장에서 아주 유용히 쓰이고 있었다.


접종 장소로 들어가는 길도 한 줄...

접종이 끝난 사람들이 나오는 길도 한 줄 교통 표지판처럼 자세히 표시되어 있는 양방향의 길을 사람들은 모두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다.


접종 장소 입구라고 쓰여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현장학습 나온 학생들처럼 입구 앞쪽에서 안내하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줄을 지어 들어갔다.


입구에서 몇 사람씩 시간 간격을 두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점점 줄이 줄어들며 앞쪽으로 갈 때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놀이 기구 바이킹 같은 것을 타기 전에 울렁거리듯 심장이 벌렁거렸다.


접종 장소 입구로 들어 가니 문이 하나 더 있었다.

그앞에서 안내 하던 직원에게 모두 밖에서부터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었지만 여기서부터는 이제 더 이상 밖이 아니라 건물 안이니까 손 소독을 하고 사람 간의 거리 간격을 더 철저히 유지해 주기를 당부받았다.  


마음의 준비가 되셨나요 하는 안내 직원의 멘트를 시작으로 떨리는 맘 으로 문안으로 들어간 코로나 백신 접종 장소는 마치 공항 출입국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약되어 있는 백신의 종류에 따라 접종실로 가는 입구들이 나뉘어 있었고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 출입국심사하는 곳에서 여권과 비행기 표를 보이고 통과 하듯... 나뉜 곳에 줄을 서서 차례로 코로나 접종 카드를 보이고 서류와 의료보험 카드를 내고 수속을 했다.


그렇게 모든 수속이 끝나면 이제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실로 이동한다.

넓은 공간에 군데군데 의자가 놓여 있는 곳들이 비행기 바로 타기 전에 대기실처럼 여러 곳에 나뉘어 있었다.

이대기 실에서 접종 카드와 이름, 생년월일, 주소지, 전화번호 그리고 병력 사항 등이 적혀 있는 있는 문진표와 접종동의서 를 들고 기다리고 있으면 안내 직원이 접종실로 들어갈 사람들에게 접종카드를 받고 순서대로 들여보낸다.

줄지어 있는 접종실은 칸칸이 만들어진 박람회장의 작은 방들을 연상케 했다.


그렇게 나뉘어 있는 접종실로 한 명씩 안내가 되면 직원이 커튼을 쳐주고 나간다.

혼자 작은방에 앉아 긴장되어 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건너편 방 벽에 보이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딱 신호등 색깔의 칸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뭘까? 나중에 그 궁금중이 풀렸다.



작은 접종실 안에는 혹시 모를 사태를 생각해 만들어 둔 간이침대 그리고 작은 책상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혼자 앉아 있은지 고작 몇 분이 지나고 있을 뿐인데 심장이 콩닥 콩닥 하고 슬슬 떨려 오기 시작했다.

주사 맞는 것에 그리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열나고 머리 아파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 몇 주 전이였는데...

독일에서도 누구는 백신 맞고 며칠 동안이나 고열과 두통에 고생 했다더라 오한에 근육통이 심했다더라 그래서 코로나 백신 접종후에는 머리맡에 진통해열제 놓고 자야 한다더라,어느 유치원은 백신 맞은 교사들이 몽땅 앓아 누워 갑자기 며칠 문을 닫아야 했다더라 등등의 카더라 소식 들과 실제 후기 들이 뒤섞여 괴담 처럼 돌고 연관 관계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 후에 나라별로 몇명이 사망했다.등의 뉴스 들 때문에 아마 더 긴장하게  되었던 것 같다.

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고유번호

그렇게 쫄아서 몇 분 기다리고 있다 보니 큰 키에 무척 다정다감한 여자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서는

요즘 복용하는 약이 있는가? 알레르기가 있는가?수술 받은적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적어 넣은 간략한 문진표와 본인 싸인이 들어 있는 코로나 접종 동의서 등의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현재 혈액응고제 등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 성분에 관한 알레르기 가 있는지? 등을 묻고는 간단한 진찰 후에 확인 서류에 사인을 하고 접종 후에 오늘 무리한 운동 하지 말 것과 혹시 모를 피로감, 열, 두통 등의 증상이 며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는 사근사근 한 목소리로 질문할 것 없는지를 물었다.

나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벽에 붙어 있던 신호 등색 칸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은 웃으며 이와 중에도 궁금한 것이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겠구나 를 담은 눈빛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해 주신 것에 따르면 저 칸에 빨간색에 접종 카드를 꽂으면 그 방에 환자가 들어와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그곳에 가서 간단한 진료를 하라는 싸인이고 접종 카드를 노란색 칸에 꽂으면 이제 곧 간호사 선생님 이 와서 백신 접종을 하라는 싸인이라 했다. 그리고 초록색에 칸에 카드가 꼿히면 이곳에 환자는 접종이 모두 끝났다는 싸인이라 했다.

의사 선생님은 접종 잘하시라는 인사를 끝으로 나가시고 나는 이제 내 방밖 벽에는 노란색 칸으로 접종카드가 옮겨 갔겠구나 하고 있었다.


이때 검은색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딱 옛날 영화에 나오는 여학교 기숙사 사감 선생님 같은 표정을 한 간호사 선생님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얇은 주사기와 반창고를 들고 들어 왔다.



간호사 선생님의 "조금 차갑고 따끔합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가늘고 긴 주삿바늘이 내 팔에 꽂혔다.

중간에 괜찮은지 물어 가며 조금 쌀쌀맞아 보이는 표정에 비해 간호사 선생님의 손놀림은 무지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걱정하고 속으로 벌벌 떤 것에 비해 싱거우리 만큼 빠르게 백신 접종이 끝이 났다.

이제 내가 있던 방 밖의 벽에 접종 카드가 초록색 칸에 꽂힐 차례다.

 


그렇게 백신 접종이 끝나고 안내된 곳은 또 다른 대기실..

접종 후에 10분가량 앉아 있는 곳이다.

접종 후에 혹시나 모를 이상 징후 또는 응급상황 때문에 마련된 곳이다.


10분 후에 괜찮으면 역시나 공항에서 짐 부칠 때처럼 생긴 창구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서를 받는다.

이때도 접종된 백신 이름이 붙어 있는 창구로 가서 줄을 서면 된다.

영광의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서


그렇게 해서 우리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코로나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끝냈다. 출구에서 다시 만난 우리 병원 직원들은 그중 한 명만 접종 후에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응급실에 잠깐 누워 있다 나왔고 그 외에는 모두 괜찮다고 했다. 아마 그 직원도 너무 긴장했던 탓에 갑자기 혈압이 올라갔던 모양이다. 모두는 생각했던 것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없이 백신 접종이 시스템 있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고 "우리 모두 월요일에 병원에서 만날 수 있겠지?" "이번 주말 지나 개인병원들 다음 주에 줄줄이 문 닫는 건 아니겠지?"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인사를 뒤로 하고 각자 즐거운 주말에 들어갔다.

말들은 그렇게 했지만 모두 집에 미리 준비해둔 한국의 타이레놀 같은 진통해열제 파라째타몰이 필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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