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정원에 안부를 전해 줘
봄맞이 소확행
아직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고 춥지만 햇살이 퍼지면 따뜻하다 이제 진짜 봄이 오려나 보다.
하늘도 파랗다. 하얀 뭉게구름 사이에 감질나게 보이는 파란 하늘이지만 독일 겨울의 트레이드 마크인 회색 하늘이 아니다.
싱그러운 초록의 물이 오르기 시작 한 나무들 사이로 작은 새들이 봄기운을 담은 지줘김을 흩뿌리며 오간다.
괜스레 맘속에 설렘이 살랑살랑 올라와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차 오른다.
봄이라 해서 코로나 시대에 갈 때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이미 캠핑 준비를 하고 야외에 멋지구리 텐트를 치고 있다.
우리는 애써 설렘을 달래며 차를 타고 꽃 상가로 향했다.
그곳에 가서 꽃을 사 오면 어디론가 놀러 가는 대신 오후 내 가열차게 삽질을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텅 빈 정원 귀퉁이에 다른 독일 가정 들처럼 꽃을 심기 위해서다. 오는 봄을 맞이 하기 위해서 말이다.
독일 사람들의 꽃나무 사랑은 유별나다. 봄이 되면 가정집 정원이던 베란다 던 길이던 봄을 알리는 꽃 들이 여기저기 피어 난다.
오죽 하면 코로나 봉쇄 속에서도 제일 먼저 문을 연 곳이 미용실 다음으로 꽃 상가와 서점 이겠는가. 코로나 감염률에 따라 동네마다 봉쇄 규제 들이 차이가 있지만 우리 동네는 아이들 학교 유치원 들은 부분 등교 등원이다.(그래서 7학년 우리로 하면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집 막내는 계속 부활절 방학까지 온라인 수업이다.)
그리고 식당들은 배달 또는 테이크 아웃이고 옷가게들은 예약제로 온라인 또는 전화 예약된 사람들만 그 시간에 예약 손님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꽃상가는 예약 없이 마스크 쓰고 거리 유지 등의 방역 규칙만 지켜 주면 언제든 갈 수 있다. 물론 아직 까지는 말이다. 독일은 요즘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다시 올라가고 있어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와 3차 대유행의 큰 차이점은 코로나 확진자 중에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고 유치원 교사 들과 꼬마 들 사이에서도 감염 이 시작되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언제 다시 전면 봉쇄 록다운이 시행되어도 사실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는 독일의 꽃 상가
주차장에 다른 동네에서 온 차들도 꽤 많이 보였다. 그러나 상가 안으로 들어가니 넓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마스크 쓰고 입구에서 소독된 카트 하나씩을 받아서 서로 3 미터 거리 유지를 하면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제 독일은 집에서 만든 천 마스크를 사용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집에서 만든 천 마스크 들은 필터도 제대로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감염 예방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어떤 사람들은 목에 목도리 비슷한 것을 걸고 다니다가 마트나 상가 안으로 들어갈 때만 살짝 올리고는 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영화에서 어디 털러 들어가는 사람들과 닮아 있기도 했지만 이쪽저쪽 틈새가 많아 감염예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스크와 바이러스 감염이 뭔 상관이냐고 하던 독일에서 이제는 FFP2 마스크를(한국으로 하면 KF94 이상) 쓰지 않으면 안 되고 마트나 꽃 상가에 마스크 없이 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때가 되었으니 모든 것이 적응 하기 나름인 게다 (간혹 사람들 중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확인서를 가지고 마스크 없이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어쩜 이런 오묘한 색을 내나 싶게 예쁜 꽃들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말랑해진다. 이것저것 카트에 담고 싶었지만 딱 오늘 심을 만큼만 담아 오기로 했다.
세일 나와서 싸다고 잔뜩 들고 갔다가 허리가 휘도록 삽질했던 날도 있어서... 다음날 멀쩡히 일어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 정원에는 꽃 위주로만 심기로 했다.
예전에 토마토, 오이, 상추, 감자 일용할 양식들도 씨 뿌려 재배했었는데...
채소 농사도 보통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땅에 묻어 버리고 물 주며 때를 기다리면 되는 건 감자 하나였다.
나머지는 잎도 따 주며 솎아 주기도 하고 열매 맺힌 줄기에 대나무 받침 대도 세워 주고..이래 저래 손이 갔다. 사람이던 식물이던 채소 재배던 정성
들인 만큼 딱 고만큼만 정직하게 표가 난다.
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벌이는 것이 스트레스 적게 받고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너의 정원에 안부를 전해 줘
이 많고 많은 꽃들 중에서 하나 둘 골라 담고 있으려니 단내 솔솔 풍기는 신선한 과일을 골라 담을때 만큼 뿌듯하다.얘네들 정원에 나가 앉아 심고 있으면 다른 생각 없이 소소한 행복이 밀려올 테다.
또 언제 어느 때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슈발름 씨네가 우리 집 울타리를 지나가더라도 이젠 괜찮겠다 싶다.그 거이 무신 소리인고 하면...
개인주의 가 당연한 독일 땅에서도 다정한 이웃들은 그렇게 남의 일 참견하기를 좋아한다.
특히나 시간 많으신 노인분들 중에는 창문을 통해 지켜보는 것으로 참견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오며 가며 인사하고 참견을 얹는 분들이 있다.
가령 우리의 친절한 슈발름 씨네처럼...
가끔 내 글에도 등장하시는 이분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도시 슈발름 슈타트라는 도시에서 파생된 성 슈발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계신다.
덕분에 조금만 세게 발음을 하게 되면 민망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기도 하는 묘한 이름을 가지셨다.
그 이름만큼이나 우리 집과의 인연도 깊은데.. 지은 지 백년이 넘는 우리 집은 원래 또랑 물이 흐르던 땅이었는데 그분들의 삼촌이 처음 흙으로 매우고 분지를 만들어 그위에 집을 지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물 때문에 사연이 많은 집이기도 하다 그이야기도 다음번에..)
우쨌거나 슈발름 씨네는 우리 집에서 길 건너편 쪽으로 백 미터만 올라 가면 살고 계시는 이웃분들인데.. 오며 가며 낮은 울타리 너머로 어찌나 다정다감하게 인사를 전하시는지...
미주알고주알 관심 가져 주는 이웃에 이사 오고 처음은 적응하는데 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중에서도 그분들이 자주 우리에게 건네시던 인사 중에 하나가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너의 정원에 안부를 전해 줘!" 인데 꽃 은커녕 잡초만 무성하던 그 당시 우리 집 정원을 보며 난감 해 지기 일쑤던 인사였다.
물론 거기에 정원 관리 잘해 주는 사람들 알아봐 줄까냐는 인사는 옵션이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울타리 너머 그 친절한 인사와 참견마저도 반갑고 고맙다.
우리가 이 와중에도 꽃을 심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그분들이 건강하게 계셔 주신 것에 반갑다.
봄 하면 떠오르는 우리의 개나리,진달래처럼 봄 하면 독일에서 떠오르는 꽃 중에 하나인 프리멜과 오스터글로케와 포근포근한 흙들을 담아 계산대 앞에 섰다.
잔잔한 미소가 마스크 쓴 입 사이로 삐져나온다.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향긋하고 평안한 주말을 보내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