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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8. 2021

#33.레알이야 놀래지 마


늦잠을 자고 말았다. 주중에 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내가 늦잠을 잔 것은 병원 일을 시작하고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언제나 시계를 맞춰 놓고 잤고.. 그게 아니어도.. 새벽 5시면 기상하시는 부지런한 남편 덕분에 5시 30분이면 비몽사몽 간에 깨게 되고 늦어도 6시에는 일어 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 전에 나리와 산책을 나가는 것이 보통날의 아침 일상이다.


그런데 어제는 피곤해도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다. 시계 맞춰 두는 것도 잊을 만큼...

왜 아니겠는가.. 이번 주 화요일부터 우리 병원 환자 들을 대상으로 병원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백신 접종 센터에서 수많은 인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분리해서 일사불란 하게 움직여도 힘든 일인데 우리는 딱 맞춰진 정예요원?으로 몇 안 되는 직원들과 일반진료와 백신 접종을 같이 하고 있다. 이건 난리도 아닌 것이다. 어쨌거나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므로 다음번에 더 자세히 쓰기로 하고...


남편이 일어 나는 기척도 못 느끼고 눈뜨자마자 샤워하는 습관이 있는 남편은 분명히 머리를 말리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잠깐이라도 틀었을 텐데.. 아무 소리 못 듣고 세상모르게 쿨쿨 잤나 보다.

눈을 떠 보니 6시 45분 7시가 다된 시간이었다.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직행하는데 후다닥 거리는 내 소리에 욕실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남편이 보인다.

이미 출근 준비가 끝나 보이는 남편은.. 머리는 사방 팔팔 뻗쳐 있고 아직 잠옷 바람인 내게 이렇게 말했다.

"무서운 일이 있어!"

음? 나는 속으로 지금 내 모습이 더 무 서블 낀데.. 하며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답했다.

"왜 무서운 꿈 꿨어?"

그렇다 울 남편은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까지 아이처럼 때로 괴물이 등장하기도 하는 황당한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데 남편이 무언가 중요한 사실이 있다는 표정으로 그 큰 눈을 디그럭 데그럭 굴리며 말했다. "아니야 레알이야!"

우리 나리처럼 비몽사몽 잠에 취해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온몸을 휘감고 있는 모자란 잠을 애써 떨구어 내며 "왜 뭔데? 레알 슈퍼 벌써 문 닫았어?" 했다.

우리 동네 큰 마트 중에 하나가 이름이 레알이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매출이 떨어져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얼마 전에 보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남편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아니 그 레알이 아니야 무서운 꿈도 아니고 레알, 실제상황이라고.."

나는 그제 서야 무언가 있구나 싶었다.(*리얼의 독일식 발음은 레알 입니다)

칫솔에 치약을 짜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 "그럼 뭔데?"

그러자 남편은 그 상황에서도 때지난 개그 패러디를 향한 몹쓸 본능이 나오려는지 "궁금해?" 한다.

다음은 빤하다 '궁금하면 오백 원?'이라고 할 테지.. 나는 다음 말을 주워 삼키면 죽는다 하는 뜻을 담아 세모꼴이 된 두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댔다.

남편은 그제야...

조금 더 마누라를 궁금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그리고 궁금하면 오백 원 소리를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침 한번 꼴깍 삼키는 것으로 애써 마무리하고는 뜸 들이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귤귤이 아들이 코로나 신속진단키트 테스트에서 양성이 나왔데.!"

이런.. 덴쟝..!

귤귤이는 우리 병원 직원의 애칭 이다. 내 글을 자주 읽고 계시는 분들은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는.. 병원 열쇠 가져다준 화요일의 그녀..

그녀의 막내아들.. 그 아이는 우리 막내와 별 차이 없는 이제 14살이다. 아직 PCR을 해 보아야 정확하겠지만 신속진단키트 테스트에서 양성일 경우 PCR에서도 양성이 나와 코로나 확진 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신속진단키트 테스트에서 잘못 나온 양성들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아니 애들 아직 부활절 방학 중이고.. 그전에도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도 안 다녔을 텐데.. 그 어린 게 왜?"

그랬더니 남편이 "얼마 전에 그 아빠가 열나고 증상 있었잖아" 한다.  

"어? 그때 분명 코로나 신속진단키트 테스트에서 음성 나왔잖아!"

남편이 답답하다는 듯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그러니까 그 신속 진단키트 테스트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니까" 한다.

우리 동네 작은 마트에서도 코로나 셀프 신속진단키트를 판매 한다.손님당 3개로 제한 해서.

그렇다 남편의 말대로 신속진단키트 테스트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독일에서 약국뿐만 아니라 마트에서도 코로나 셀프 신속진단키트를 구할 수가 있다.

코로나 신속진단키트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센터들도 베를린을 깃점으로 생겨 나고 있다. (*대문사진 출처:Tagesschau )


그러나 코로나 신속진단키트로 하는 테스트는 말 그대로 빠르게 결과를 볼 수가 있다는 장점 대신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우선 정확히 검사를 했는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때도 힘들어서 고개를 빼고는 하는데.. 셀프로 하려면 얼마나 정확히 검체를 검출했는지도 알 수 없고 또 테스트 센터나 약국 또는 병원에서 신속진단키트로 테스트를 받았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몸속 바이러스 형성 이 아직 많이 되지 않아서 즉 너무 빨리 테스트를 해서 아직 바이러스 검출이 안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타이밍 문제는 PCR 도 마찬가지.. 그래서 종종 첫 번째 검사에서는 음성 나왔는데 두 번째 에서 양성으로 확진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참 이놈의 코로나 골치 아프다... 증상만 가지고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증상도 있고.. 거기에 변이 들도 있고... 이제는 아이들도 걸리고 있다.

그래서 백신 접종으로 그 사회에 항체가 생겨서 집단 면역 만이 살길이라 하는데... 이제 1차 접종이라도 된 사람이 독일 인구의 13퍼센트 전체 접종이 모두 된 사람이 약 5.6 퍼센트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다.

동네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코로나 셀프 신속진단키트 하나에 5유로 한화로 약7천원 정도 한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남편에게 물었다."언제 알았어?"

남편은....

"방금.. 문자 왔어.. 화요일에 일하면서 동선 겹치는거 있어?" 한다.

잠옷 입은 채로 아침부터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다행히 우리는 직원 모두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맞은 상태다. 게다가 귤귤이는 화요일 하루만 근무하는 직원인데 이번 주는 화요일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는 목요일 근무하는 직원과 근무를 바꾸었다.

그정신없던 코로나 백신 접종도 화요일 오후 부터 시작 되었다.


그런데 그 화요일 오전이 문제다.. 그녀의 남편이 애초에 코로나 양성이었고 그로 인해 아들이 연이어 양성이 나온다면.. 바이러스 잠복기간이 묘하게 겹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날 주로 채혈실에서 근무했고 코로나 이후로는 직원들 끼리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일하려고 애썼으며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정점을 찍었을때는 직원들도 돌아가며 1명씩만 나와서 겹치지 않게 근무했다.그리고 직원 휴계실에서 커피 등의 음료등도 함께 마시지 않는다.그러니 병원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일도 없었고 가까이 마주할 일도 없었다.그리고 우리 병원은 환자 대기실부터 모든 진료실과 사무실에 창문을 열어두고 일을 한다. 환기는 자주 시키지만 창문을 열어 두고 일할수 없는 두곳  심전도 실과 초음파실 빼고는 말이다 그런데 그날 심전도 검사 등도 모두 내가 했다.


바꿔 말해 그날 그녀와 병원내에서 동선이 겹치는 직원도 없었고 가까이 접촉한 환자들도 거의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그녀는 주로 전화 업무와 서류 처리를 맡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 지금은 우선 그녀와 그녀 가족들 모두의 PCR 검사 결과를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아침부터 스트레스 지수를 올린다.

아무리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조심해도 이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감염위험에 노출 될수 있는 것이 코로나다.

코로나는 누구나 걸릴수 있고 걸리기 전에 코로나로 부터 백프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

만약에..라는 것이 붙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떠다닌다. 머리가 아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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