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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02. 2022

#41.독일 동네 병원의  PCR검사

진한 믹스커피가 당기는날


비라고 하기에는 굵고 그렇다고 눈도 아닌 것이 빙수 녹아 흘러내리듯 하루 종일 내리고 있었다.

독일의 겨울은 햇빛은 귀하지만 비는 흔하다 종류 별로 만나 볼 수 있다.

거기에 바람은 또 으찌나 세게 부는지 귓전을 맴도는 휘이잉 소리에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든다.

그렇게 파고드는 차가운 비바람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던 화요일 오전 진료 시간이었다.


몇 주 전부터 우리 병원에서 집중 적으로 코로나 PCR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우리병원 에서는 출장, 또는 컨퍼런스 참가등 필요에 의한 선별적 코로나 검사만 해왔다.

그리고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증상이 있거나 밀접 접촉자들인 환자들은 대학병원의 코로나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로 보내면 되었다.

그러나 전파속도가 빠른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 감염자들이 어디 할 것 없이 폭증하고 있는 요즘 검사소로 보냈던 환자들이 검사를 못 받고 또는 기다리다 지쳐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일들이 비일비재 해 졌다.

검사소도 감당이 안 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그러니 주치의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독일에서 환자들이 다시 동네 병원으로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해서 우리 원장쌤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 우리 병원도 함께 한다고 선언했고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진료 시간 중에 일부 진료 시간들을 PCR 검사 시간으로 바꾸었다.

독일식 커피믹스 내입엔 너무 달고 맹맹 하다.커피,설탕,프림이 1:3:2가 아닐까 싶다

원장쌤이야 의사의 사명감으로 기꺼이 동참한다지만 얇고 길게 사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병원에서 일하지만 어떻게든 몸조심해야 한다가 새해 목표인 직원들 에게는 몹시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일반진료 환자들도 많은 동네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과 일반 환자들을 구분해서 검사와 진료를 나누어한다는 것은 아슬아슬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같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마냥 기다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놔둘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우리 병원의 최장점인 넓은 주차장을 검사 때마다 야외 검사소로 개조? 해 활용하며 비바람과 맞서며 자연인 콘셉트로 검사를 하는 수밖에... (우리 병원 주차장이 제대로 찍힌 글

바디랭귀지의 올바른 사용법)

울동네 아시아 식품점 한국 커피믹스,라면, 고추장,간장,된장,떡국떡 등등 왠만한 한국식품은 다 있다

환자들의 코로나 PCR 검사를 위해 탁자, 연구소 에티켓이 붙은 검체봉과 검사서 등의 서류가 담긴 봉투 그리고 일회용 장갑들과 집기가 담긴 플라스틱 통들... 수거함들 까지 차례로 준비해서 들고 병원 주차장으로 나간다.

직원들이 이삿짐 옮기듯이 들어 나른 것들로 주차장에 간이 야외 진료소를 만들고 있는 사이 우리는 검사 준비를 한다.

마치 사극에서 전쟁터로 나아가는 장군? 들이 갑옷을 입고 무기를 점검하듯 꼼꼼히 살피며…

남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우주복처럼 생긴 방호복을 입고 의료용 고글을 쓰고

페이스쉴드 마스크를 썼다.

나는 초록색의 헤드커버 그리고 파란색 방호복과 페이스쉴드 마스크를 썼다.


우리의 겉모습은 한국 뉴스에서 보던 선별 진료소 의료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에 맞는 공간에서 단계별로 서류접수를 하고 검체 준비를 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달랑 4명이서 텐트도 없이 뻥 뚫린 주차장에서 칼바람 맞아 가며 자연인이다 또는 정글 탐험처럼 그 모든 과정을 셀프로 해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

탁자 위에는 검체봉과 검사서 그리고 성명이 적혀 있는 봉투들이 어린 시절 학교 운동회 때면 등장하던 청기 백기처럼 바람에 펄럭였다.


얇은 방호복 차림으로 그야말로 야외에서 추위와 극강의 스트레스를 함께 버무린 검사 시간이 끝나고 나면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진한 커피믹스..

달콤 쌉싸름 한 맛의 따끈한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면 그 익히 아는 맛이 오늘 정말 수고했어라고 다독여 주는 것 같아 마냥 나른해지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그 말없이 차오르는 충만감은 어릴 적에 엄마 몰래 불량식품 과자를 사 먹었을 때와 맞먹는다 하겠다.


독일도 믹스 커피가 있다.

그런데 독일 믹스 커피는 종류대로 다 먹어 보았지만 내 입맛에는 대체로 너무 달거나 밍밍해서 아직 우리의 커피믹스와 비슷한 것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야콥스 커피믹스에 에스프레소 한 샷을 추가하면 비스꾸리 해 질려다 만다고나 할까?

그래서 아시아 식품점에서 사다 놓은 한국 커피믹스는 내겐  비상식량이다.

이렇게 스트레스 만빵인 날 아껴둔 커피믹스 한잔 이면 진득하니 위로가 되니 말이다.


우리식 찐 커피믹스.아시아 식품점에서 사다 비상식량 으로 사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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