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여름날의 일기
하늘 엔 뭉게구름 떠 있고.... 하는
노랫말 가사처럼 파란 하늘에 몽실몽실 한 구름들이 둥실둥실 떠 다니고
살만 하게 더운 여름 날씨다.
문화센터 KFB에서 미팅이 있어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쉐리들을 놔둔체 혼자 코에 생바람 넣으며 여름의 거리를 만끽했다.
여름 방학 이여서 세 아이와 매일 집에서 지지고 볶다 보니 시내 나왔던 게 언제였나 싶다.
그렇기에 오래간만에 얻은 나만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독일에서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날씨가 좋아 사람들로 넘쳐나는 시내를
일이 끝나고도 딩기... 딩기... 혼자 활보하며 커피를 마시러 갔다.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에 우아하게 홀로 앉아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커피를 들이켜고 있자니
독일에서 처음 맞은 그 여름이 떠오른다.
그해는 유난히도 더웠었고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가 여름 이면 아이스커피를 달고 사는
나는 독일 노천카페에서 처음 시킨 아이스커피가 어떤 맛일까? 고대하고 있다가
모락모락 김 나는 기다란 유리 커피잔 안에 뉘런 것이 퍼질러져 있고 그위에 하얀 뭉게구름 같은 생크림까지 떡 하니 업혀 있는 커피를 보고는 뜨악했었다.
나는 분명히 새카만 커피에 달달한 시럽 살짝 넣고 오 두둑 오 두둑 씹어 먹을 수 있는 얼음이 가득한 아이스커피를 상상하며 시켰건만...
내가 뭔가 주문을 잘못했나? 싶어 그 당시 안 되는 독일어로
"내가 시킨 것은 아이스커피지 비엔나커피가 아니다 "라는 말을 간신히 더듬더듬했던 것 같다.
그때 황당해하던 카페 종업원 언니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지금 네가 들고 있는 게 아이스커피야" 라며
그 종업원 언니는 얘 뭐 래니....하는 표정으로 쌩 하니 사라 져 갔었다.
그랬다... 독일의 아이스커피는 얼음이 가득 든 차가운 커피가 아니었다.
커피에 아이스크림이 그대로 퐁당 빠져 있고 위에 하얀 생크림이 얹어져 있었다. 요렇게..
얼음은 없었다! 아이스커피 라면서 아무리 뒤져 봐도 얼음은 안 보이고 왜 베스킨 어쩌고 하는 아이스크림 있잖은가 그런 아이스크림만 덩어리째 커피 안에서 허우적 대고 있었다.
그래도 요새는 차가운 커피에 아이스크림 빠뜨려 넣고 카페에 따라 얼음 넣어 주는 곳도 종종 있지만
예전 에는 모락모락 김 나는 뜨거운 커피에 그야말로 아이스크림 이 푹 담겨서 녹다 말은 체
나왔었다.
그 맛은 뜨뜻미지근 한 커피에 아이스크림의 들척지근 함이 한데 어울려 참 거시기하고
텁텁했더랬다.
독일에서는 아이스크림을 Eis아이스라고 한다. 그러니 EisKaffee 아이스 카페 (아이스커피) 란
이름 그대로 아이스크림 넣은 커피인 것이다.
예전 생각에 피식피식 웃으며 혼자만의 황홀한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제목 아니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사 한지 얼마 안 되어 이미 익숙한 전에 살던 집 앞 전차 정류장에서 하마터면 내릴 뻔했지만 어쨌거나 시장까지 잘 보고 룰루 랄라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보이는 저 세명의 남정네 들이...내쪽을 마구 쳐다보면서 오는 거다.
그러더니 내게 상큼한 윙크를 날리며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짜아식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그러나 얘들아 이누나 집에 가면 니들 만한 아들 있다 ...
왠지 갑자기 젊은 언니가 된 거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나는 퇴근한 남편에게 신이 나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보야 여보야 오늘 시내 나갔다가 집에 오는데 세명의 훈남들이 나를 뜨겁게 쳐다봤다"
우리 남편 막내랑 놀아 주다 나를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 안 씻고 나갔냐?" 란다 에이 띠...
"아니 그게 아니라 나한테 윙크를 날리 더라니깐 눈 들은 높아 가지고 그렇지?"
아... 정말 좋은 소리 한번 들어 보겠다고 용쓰고 있는 나다.
울 남편 예의 그 시크한 목소리로
"눈에 뭐가 들어갔나 부지.."란다. 됐다, 됐어....
니 아무리 그래 싸도 나는 아직 괜찮은 것이여 를 속으로 중얼중얼거리고 있는데
울 남편 내게 마무리 썩소를 날리시며 " 정신 차려 너처럼 착각하는 아줌마들 많다.
그런 사람들을 주책바가지라고 하는 거다"
흥 흥흥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란다.
혼자만의 화려한 외출 후 기분 째지는 하루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