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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18. 2017

주택가 한가운데서 축제 라니?

69번째 벨하이데 키어메스


그날이 돌아왔노라,
보았노라,
환장하겠노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독일의 중부 그중에서도 중소도시의 조용하기 그지없는 주택가 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가정집 들만 줄줄이 늘어서 있는 주택가인 우리 동네에서

해마다 이맘때면 축제가 벌어진다. 주택가 한복판에서 말이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올해로 69번째가 되는 벨하이데 키어메스...그 광란의 동네 축제 3박 4일이 이번 주다 바로 오늘..부터 월요일까지 그것도 우리 집 앞에서 벌어진다.

온 동네의 큰길 들을 막아 차량을 통제하고 다니던 버스도 다른 길로 돌아가며 온갖 상점 들과 음악 밴드들... 그리고 놀이 기구까지 들어오는 축제 벨하이데 키어메스가 시작되기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해마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 시끌벅쩍한 축제를 놓고 우리 동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한다.

벨하이데 키어메스 기간 동안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같이 즐기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이다.

며칠 전부터 집 앞에 뚝딱뚝딱 소시지 그릴 가게, 맥주 바.. 등등의 상점들이 하나, 둘 들어 서기 시작했고

작년에도 우리의 침실과 나란히 서서 우리를 멘붕에 빠지게 했던 밴드의 무대 설치가 올해는 어찌 되고 있지 않기에....

혹시나... 이번해 에는 무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야무진 꿈을 꾸었드랬었다.

무대옆에 나란히 서 있는 농구골대와 그네가 보이시지요? 저희집 마당 입니다요.

어제 오후 그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깨 쩍 벌어진 젊은 청년들이 트럭에서 짐들을 번쩍번쩍 들어 나르고는 빛의 속도로 이렇게 저렇게 조립을 하더니 순식간에 우리 집 담벼락 옆으로 커다란 무대가 설치되었다.

저렇게 덩그러니.... 오 마이 갓뜨....

가쁜 하게 설치가 끝난 무대에서는 리허설이라도 하는지 찡~~~ 하는 기타 소리와 쿵쿵 탕 쿵쿵 탕탕..... 하는 드럼 소리가 연이어 나면서 우리 집 거실 창문들이 드르륵 드르륵 흔들려 대기 시작했다.

마치 마이크에 에코 라도 넣어 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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