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6시 50분 평소 아이들이 학교 갈 준비가 한창인 이 시간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해서 시크할 때가 많은 우리 집 딸내미가 오늘따라 콧소리를 내며 애교 넘치게 두 눈을 깜박이며 내게 묻는다.
엄마, 오늘 시내 안가?
가만있어... 요거 봐라 요거 어디서 많이 듣던 멘트인데....
" 음... 엄마 오늘 문화센터 들어가 봐야 할 일도 있고 도서관에 책 반납할 것도 있어서
오전 중에 시내 갈 건데.... 왜?" 라며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딸내미에게 되물었다.
사실, 도서관 책 이야 집 컴퓨터에서 대여 기간을 연장하면 되고 문화센터 회의는 지난주에 했고 내년도 강습 계획서 중에 수정되어야 할 부분은 메일로 보내면 되니 굳이 주룩주룩 비 오는 날 우산 들고나갈 필요는 없었다.
요 깜찍한 딸내미의 나 뭐 필요한 거 있는데...라는 것을 내포 한 체 엄마 오늘 시내 안가?라는 속 보이는 물음만 없었다면 말이다.
"왜 너 오늘 학교 끝나고 시내 들렀다 오게?"라고 물었더니
우리 딸내미 기다렸다는 듯이
"응 오늘 우리 수업 3시간밖에 없어서 11시면 시내 갈 수 있거든.."이란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나는 너무 잘 됐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며
"그래? 안 그래도 오늘 엄마 시내에서 점심 먹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우리 만나서 맛난 것도 먹고 이쁜 거 보러 갈까?" 라며 웃었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이 딸내미, 드디어 엄마가 낚였다 하는 보람찬 표정으로 눈웃음을 치며
"엄마 이따가 내가 Whatsappe 쓸게" 하며 빠르게 문밖을 나선다.
얹그제 용돈을 받은 딸내미는 분명 뭔가를 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엄마의 후원? 이 적극 필요한 겔 께다.
오래간만에 보는 딸내미 애교에 빤히 알고도 낚여 주는 기분 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독일에서는 아이들 용돈을 어떻게 줄까?
독일 아이들의 용돈
타쉔 겔트 Taschengeld
독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돈을 관리하는 것을 직접 가르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조금씩 타쉔 겔트 라는 용돈을 주고 초등학교 입학하면 주마다 한번 또는 이주에 한번 아니면 한 달에 한번 정해진 액수의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면서 용돈 계좌 Taschengeldkonto, 어린이 통장 Kinderkonto 라는 것을 따로 만들어 준다.
물론, 부모마다 생각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집집마다 용돈의 기준과 액수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독일에서 아이들 용돈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 용돈을 주는 데 있어 그냥 때 되면 주는 부모 들도 있지만 보통은 아이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키고 용돈을 주고는 하는데...
우리 집 막내 같은 경우 매번 식사 때마다 식탁에 접시를 가져다 놓고 컵과 수저를 자리에 놓고 등의 상차림과 엄마, 아빠에게 안마해 주는 것 그리고 마시고 난 음료수 공병을 모아 반납하는 일 등이 포함된다.
막내의 친구들 중에는 애완견과 산책하는 일, 토끼우리 청소하는 일, 또는 아빠의 구두를 닦는 일, 화장실 세면대를 닦는 일 등의 일감?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막내는 매달 월급처럼 10유로 한화로 하면 한 달에 1만 2천 원 정도의 용돈을 받는다.
친구들 중에 필립과 기안 그리고 페터는 매주 용돈을 받는데 주마다 2유로씩 받아서
한 달이 5주인 경우는 우리 막내처럼 10유로이지만 4주일 때는 8유로인 거다.
그래서 막내는 만으로 10세가 되면서 지가 친구들 중에 용돈을 제일 많이 받는 다고 신나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하면 고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내미는 한 달에 40유로 한화로 하면 4만 8천 원가량을 받는다.
우리 딸내미 경우 동생의 숙제와 공부를 봐주는 일과 욕실 청소 그리고 엄마 아빠가 어디를
가야 할 경우 저녁에 동생을 봐주는 일 까지가 포함된다.
(독일의 구멍가게 같은 Kiosk 그곳에서 판매하는 아이들 군것질 용 달달 이들.. 마트 와는 다르게 개수로 판매한다.)
독일 아이들 용돈의 쓰임 새
그럼, 독일 초등학교 아이들은 용돈으로 무엇을 쓰는고 하면...
독일 중소 도시의 학교 또는 일반 가정집 주택가 부근 에는 동네 슈퍼, 문방구, 떡볶이집, 등등의 상점들이 없다.
그렇게 학교 근처에도 집과 학교 건물만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초등학교 아이들이 방과 후에 오가며 군것질을 한다거나 문방구에서 뭔가를 사들고 오는 일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독일 아이들이 군것질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달달이를 좋아라 한다.
엄마 아빠가 시장 볼 때 사주기도 하고 어쩌다 동네 주택가에 한 군데 있는 키오스크라는 Kiosk 것이 있는데 미니 우체국을 하며 간단한 간식거리 들을 판매 하는 곳으로 우리로 하자면 동네 미니 슈퍼 또는 구멍가게? 같은 곳이다. 그것도 동네마다 있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 집 같은 경우 집에서 키오스크까지 자전거 타고 한참 가야 한다.
해서 막내는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올 때면 어쩌다 한번 엄마에게 키오스크 다녀와도 되는지 미리 허락을 받고 지 용돈 통에서 1유로 2유로 꺼내 들고나가서는 껌 1개 사탕 2개 젤리 3개 이렇게 사들고 와서 생색내며 친구와 나누어 먹는다.
그러니 사실 독일 초등학생들이 평소에는 돈 쓸 일이 딱히 없지만 그럼 에도 용돈을 주는 이유는 용돈을 모아서 나중에 아이들이 사고 싶은 장난감이나 책 등을 사는데 쓰기도 하고 가족의 생일 선물, 어머니날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등을 사는 데도 나누어 쓰며 나머지는 저금을 하는 것을 연습시키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독일에서 아이들 에게 용돈을 주는 이유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돈을 어떻게 규모 있게 쓰고 저축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고등학생 들은 용돈을 받아 어떻게 쓸까?
초등학교 때까지 필요한 옷과 신발을 산다거나,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 선물 등은 엄마, 아빠가 주었지만 고등학생들은 각자 받은 용돈으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우리 딸내미도 4만 8천 원이라는 자기 용돈 안에서 오후 수업이 길게 있는 날 은(다행히 매번은 아니다. 고등학생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는 다음번에 더 자세히...) 점심도 학생 식당에서 사 먹어야 하고, 종종 볼펜, 노트 등의 학용품도 사야 하고 , 화장품 도 사야 하고(독일의 고등학생 들은 한국의 여대생 들 못지않게 꾸미고 다닌다 요 이야기도 다음번에..) 사고 싶은 옷도 신발도 사야 하고.. 친구들과 만나 가끔은 영화도 보러 가고 싶고, 수다 떨러 카페도 가야 하며 , (시내에 북카페 등에는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학생증을 제시하면 커피값을 세일해 주는 곳들이 있다) 친구들 생일 선물 또는 가족들 생일 선물 등등을 챙기는 데도 써야 하는데...
얼마 전 보게 된 잡지책
독일의 부모들의 경제를 위한 매거진 Das Finanzportal für Eltern이라는 곳에서 독일 부모 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7년 기준 독일 아이들의 용돈 은 4-5세 한주에 50센트, 6-7세 한주에 1유로 50센트 또는 2유로 , 8-9세는 2유로 또는 3유로,
10-11세는 한 달에 10유로 에서 13유로 사이 , 12-13 세는 한 달에 16유로 에서 20유로 사이,
14-15세는 한 달에 25유로 에서 30유로 사이, 16-17세는 한 달에 35유로 에서 45유로 사이
성인이 되는 18세부터는 70유로 이상을 주는 것으로 독일 가정의 아이들 용돈 평균을 내놓았다.
당연히 이 평균 표는 모집 대상인 부모들이 살고 있는 도시별, 직업별 차익이 클 수 있으므로 독일 전체의 평균이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대략 적인 아우트라인은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딸내미의 한 달 용돈이 독일의 기준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오빠와 동생의 생일 이 모두 있는 8월과 엄마의 생일과 어머니 날이 함께 있는 5월은 저금은커녕
언제나 적자? 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아빠 생일이 있고 곧 가을 방학이라 친구 들과 놀러를 다니려면 사고 싶은 것들을 뒤로한 채 아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 딸내미는 엄마 와의 데이트를 가장해서 지가 사고 싶은 것들을 득템 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여우 토깽이 같은 딸내미와 팔짱을 끼고 이 가게 저가 게를 기웃거리며 딸내미 한 달 용돈의 반이나 하는 바지를 사주고, 화장품 가게에서 눈썹 화장용 화장품을 고르며 깔깔 거리다가 , 우리 동네에서 인기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네 파스타 가게에서 딸내미가 좋아하는 시금치 토마토 파스타와 내가 좋아하는 알리오 올리오를 호로록 얌냠 행복하게 나누어 먹으며 셀카를 찍고, 그 순간들이 담겨 있는 몇 장의 사진을 한국에 계신 친정 엄마에게 보내고...
창 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소리와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가을을 담아내는 것 같은 카페에서 나는 하트 올린 카푸치노 한잔... 딸내미는 밀크티 한잔을 마시며 핸디로 친구 에게 손이 안 보이게 무언가를 써서 보내고 있는 딸내미의 옆모습 조차도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바보스런 웃음 가득 머문 체....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우산 하나 받쳐 들고 딸내미와 나란히 시내를 활보하며 탈탈 털리고 삥? 을 뜯기면서도 마냥 좋았던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