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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21. 2016

독일 유학생 들의 응답하라 시절

독일에서 한국 드라마 보기 변천사



얼마 전

우리 애들 또래의 유학생 들과 우리 집 마당에서 그릴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독일에서 오래 살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은 예전에 비해 독일로 오는 유학생 들의 연령 층이

전반적으로  훨씬 어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워킹 홀리데이로 나와 있는 또는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나와 있는 어린?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딸, 아들 같은 아이들과 고기를 구우며 맥주 한잔 기울 이다 보니 세월의 무상 함이 저절로 와 닿는다.

그동안 독일의 한국 유학생들도 몇 번의 세대교체가 되고 이제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

유학을 나와 있으니 말이다.

자연스레 옛날 옛적 우리가 유학생이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유학생 들끼리 함께 모여서

한국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한국 드라마 나 영화 한 편 같이 보면

고향집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쯤 갈무리되던

그때 가 말이다.


그럼 그 시절의 독일의 한국 유학생 들은 한국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

살았을지 떠 올려 볼까요?


독일 유학생 들의 응팔이 시절


1. 전원일기 가 따로 없었다.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1980년대 90년대

이삼십 년 전만 해도 독일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유일 한 방법은

한국 다녀온 분들이 비디오테이프에 담아온 때 지난 것을 가뭄에 단비 같이 애지중지 하며

함께 나누어 보는 것이었다.

그것도 유럽의 방송 수신 방식은  Pal 방식 한국은 NTSC의 방식이라 보통의 비디오가 아닌

물티 비디오 가 있는 집에서만 시청 이 가능했다.


그 시절 ~~ 새로운 비디오가 있다는 소식이 기숙사 내로 돌기 시작하면 물티 비디오 가 있는 집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마치 옛날 옛적 마을에 몇 안 되는 TV 가 있던 이장님 집으로 모여 앉아 오순도순 텔레비전을 볼 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여러 명이 한 집에 모여 맛난 한국 음식 해 먹어 가며 그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를 함께 시청하곤 했다.

그때 그 시절

고현정, 최민수 등이 출연했던 - 모래시계,

채시라, 최재성 등이 열연했던 - 여명의 눈동자 

당시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국민 드라마를 시간 한참 지나서 한국 다녀온 사람들이 힘들게 이고 지고 온 비디오테이프를 함께 보며 고향의 향수를 달래는 것이 독일 유학생 들의 유일한 낙 중에 하나였다.

그때는, 지금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한국 소식을 학생 회관에 비치되어 있던 삼사일 지난 한국의 신문을 통해서였으니 내 나라 내 땅에 대한 그림움의 무게와 크기가 지금 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2. 인터넷 고인돌 시대.

그렇게 한 동안 비디오테이프로 시청하던 드라마를 드디어 1998년쯤에 대학 기숙사로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바야흐로 독일 유학생 사회의 한국 드라마 시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물론 그 당시의 인터넷은 속도도 워낙 느리고 지원되는 용량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한국 영화 한 두 편 보고 나면 개인별 사용량이 초과되는 인터넷의 고인돌 시대 같은 단계였지만,

그 정도 혜택에도 유학생 들은 행복해했다.

그때는, 마치 활동 사진을 보듯 끊어지다, 이어지다를 반복하며 어떤 때는 버퍼링 하는 시간이 더 긴

인터넷 상태로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었다.


그 당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 얼마면 되겠니?라는 전설의 명대사를 낳은 드라마 가을동화를 한참 지나서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 하는 데  300k 이용량도 소화하지 못하던 기숙사 인터넷은 수시로 장면이 멈추거나 소리 따로 장면 따로 였다.

마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소리 만으로도 눈물 콧물 빼 가며 다 보고 그다음 날 닭 튀기다

울 딸내미 낳으러 병원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하다.

독일에서 출산,닭 튀기다 애 낳은 여자


3. 다운로드의 귀재들....

 타짜는 쨉도 아니었다.

그 당시 활동 사진 같던 기숙사의 인터넷의 사용량이 커 지면서 독일 유학생 들의 드라마 시청에

새로운 바람 이 불어왔다.

그것은 어둠의 경로로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의 CD를 굽는 열풍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프랑크푸르트 또는 베를린 에 한국 비디오 CD를 대여하는 곳들이 있었지만

시간 없고 돈 없는 유학생 들 이기에 한국에서 다른 분들이 올려 주신 것 들을 감사히 받아 시디로 복사해서 공유하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따끈따끈한 최신 드라마 시디를 서로  돌려 보기도 하고 명절에 큰집에 모이듯 함께 모여 재미나게

보기도 했었다.

그 시절  다운로드의 귀재들은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김정은, 박신양의 파리의 연인, 송혜교, 비의 풀하우스 등 그 당시의 최신 드라마를 그 시절의 고화질로 며칠 안에 볼 수 있게 해 주던 신기한 기술을 가진 고마운 사람들 이였다

그때 그들의 기술은 타짜는 쨉도 아닌 것이었다.



4. 한국 드라마 시청의 신세계

그 이후에 외장용 하드라는 신기한 물건이  나오고부터는 함께 모여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 각자 집에서 홀로 또는 몇몇만 모여 보는 것으로 점점 변화되기 시작했다.

또 전에는 24부작 미니시리즈를 24장의 시디에 담았었는데 이 외장용 하드가 나오고부터는

그 당시 책 한 권 크기의 하드에 무수히 많은 양의 드라마나 영화를 넣고 볼 수 있었으니

한국 드라마 시청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셈이다.


5. 혼자 놀기의 진수

요즘은 독일에서도 집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 뉴스, 예능 등 웬만한 것은 다 시청할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지 싶다.

하지만 나는 다분히 아날로그 적인 사람 이여 그런 지 함께 모여 한국 음식 보글보글 끓여 먹으며

드라마 같이 보던 그때 그 시절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오늘은 문득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

그 당시 수많은 추억 들을 공유했던 사람들 중에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추억의 사람들이 있다.


독일의 괴팅엔 대학 기숙사 중에 하나, 주로 싱글 또는 아이 없는 부부들이 사는 기숙사


조금은 독특했던 그러나 정 많던
사람들...

1. 족집게 보살 강림 우리 집에서 한국 드라마와 한국영화를 함께 자주 보던 유학생 처자들 중에

유난히 드라마에 촉이 발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 들은 마치 미리보기를 집에서 보고 온 것처럼 극의 상황 전개를 꿰뚫고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이고 앞으로 내용이 어찌 될 것인 가를 훤히 내다보며 부연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때로는 그들의 설명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기도 했다.

그때 당시 한국에서 워낙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 하나, 배우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결말을 두고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말들이 많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예의 그녀 들이 내어 놓은 결말에 관한 예상이 정확히 적중해 우리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2. 기왕이면 드라마도 보고 님도 만나고..

어느 날 어느 집으로 누가누가 모이나 명단을 확보하려는 꾼? 들이 몇 명 있었다.

지금도 그럴 수 있겠지만 예전 에는 사랑의 작대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미혼남녀의 비율도 맞지 않는 데다가 각자 쳐다보는 방향이 달라 서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 몇 명은 아주 용의주도하게 원하는 사람 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시도했었다

그러기 위해 뉘 집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초대를 받기를 원하기도 했다. 그 궁수 중에 하나가 최신 영화 또는 드라마 담은 CD 또는 외장용 하드였다.

그중에도 온 동네가 다 알던 유난한 총각 이 있었는데 그 총각은 랄랄라 처자가 초대된 집은 꼭 같이 초대받고자 애를 썼었다. 기를 쓰고 구한 최신 유행 한국 드라마 CD를 들고 누구나 눈치챈 의도된 만남을 통해 어떻게든 기회로 삼아 보고자 했건만 세상 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상당히 많다는 교훈만 얻었다


우리가 살던 괴팅엔 대학 가족 기숙사 ATW , 그 당시 20가구 중에 9가구가 한국 유학생이던 시절이 있었다.


3. 네가 더 무섭다.

어느 금요일 여러 명의 유학생들이 우리 집에 모여 김치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한국에서 소포로 받은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무서운 한국 공포 영화를 불까지 꺼 놓고 마치 극장에서 보는 기분으로

함께 가슴을 졸이며 보고 있었다.

체격도 당당한 상남자 포스가 넘치던 지말로는 무슨 특수 부대 출신 이라던 한 남자 유학생이 있었다.

영상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귀신에 놀라 온몸을 흔들어 대며 소리를 질러 댔다. 그 바람에 영상에서 흐르는 음향 효과 외에 살아있는 음성 효과 삼 옥타브의 "악~~~" 소리에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가 기겁을 하고 함께 소리를 지르며 난리 가 났었다.

그때 이후로 그 친구의 애칭은 네가 더 무서워 였다..

왜 주변에 뭔 일이 터져도 굳건할 것 같은 듬직하고 씩씩한 스타일의 남학생들 있지 않은가?

그런 남학생이 영화 속에 등장한 귀신에 놀라 여학생들을 다 제치고 먼저

벽 잡고 소리소리 지르고 말았으니 그 학생 은 좀 창피했을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 에게는 두고두고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4. 뚫어 의 여왕

평상시에는 얌전하고 조용한데 드라마보다 삘만 받으면 옆에 있는 사람을 사정없이 등이며 팔이며 다리를 무차별 두들겨 대다 웃다 소리 지르다 별짓을 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방면으로 유명세를 탄 웬일이니 처자는 아무리 여러 명이 좁은 방 안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드라마나 영화를 같이 보더 라도 그 옆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속도로처럼 뻥 뚫리는 기적을 낳았으니 일명 자리 확보 뚫어~~ 의 여왕이라 할 수 있겠다.


5. 국가 대표급 체력

남의 나라 말로 공부하려니 스트레스가 쌓여 사리 나오게 생긴 학생들이 주말 이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미니시리즈 24부작, 16부작 을 몰아서 떼는 처자들이 있었다.

1편당 못해도 한 시간 되는 것들이 많으니 24부작을 떼려면 중간중간 밥 먹어 가며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하루 반나절은 꼬박 잠 안 자고 봐야 한다

그러고는 또 놀러 간다. 그건 보통 체력이 아닌 거다.

내가 한번 그 처자 들과 함께 16부작 떡볶이 먹어 가며 밤새워 하루 만에 떼고

그다음 날 어디 갔다가 골로 갈 뻔했다. 그런 체력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었다.

지금은 시집가서 엄마들이 되어 있는 그 시절 그 처자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떡볶이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PS: 아직도 우리 집에 는 그때 시절 선물로 받은 한국 드라마, 영화 시디와 미니시리즈 드라마, 영화 등이 가득 담긴 빛바랜 외장용 하드 가 가보처럼 남아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추억 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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