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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Mar 10. 2024

우리 집엔 정리 미니언들이 산다

이렇게 되기까지 뼈를 깎는 인내와 가르침이 있었다오!

아이들이 손수 정리한 아이들의 방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난장판을 하는 것이 

상상력에도 좋고 심성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어서 

그렇게 키우는 것이 맞은가 보다 하고 키웠는데

지금 돌아보면 굳이 그렇게 키워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리가 안 되는 집을 보다가 결국 끓어오르는 분노와 화를 

주체 못 하고 아이들에게 내버리곤 했었다.


예전의 맥시멀리즘에서 현재의 미니멀리즘으로 오면서 

'단번에 버림' 능력치가 한껏 올라가고 

조금 더 큰 집으로 오면서 

정리가 조금 더 쉬워졌다.

둘째 아이가 정리한 옷 통

거기다가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면서 

'다 쓰고 나면 제자리에 정리하기'를 배워와서 

'다 쓰면 치워라!'라는 말에 설득력이 실리게 되었다.


요즘 내 세명의 미니언들이 

하루종일 잘 놀다가 

잠들기 전에 책이나 장난감을 원래 자리에 

잘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데 

막내 빼고 두 아이는 몇 년 만에 정리에 관해서는 일취월장하고 있다. 

첫째 아이가 정리한 침대

아침에 일어나면 방정리를 하고 나와야 하는데

호텔처럼 배게, 이불 정리를 제대로 하고 나온다.

저렇게 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잘한다.


두 아이 다 학교에 갔다 와서는 마른빨래를 개는 것이 

말하지 않아도 하는 일 중에 하나인데

바쁠 때는 옷 통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는데

정리를 하라고 하면 저렇게 가지런하게 정리를 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정리를 잘하고 뭘 쓰든지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화를 낼 필요도 없고 (여전히 가끔씩은 버럭해야 하기는 하지만)

집이 정돈되어 있어 좋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정리가 안되면 

체력이 없는 내가 심정적으로 힘들기에 

무조건 각 물건들마다 정리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몸에 익도록 했더니 이런 날도 온다.


아마 이렇게 몸에 익은 이 정리력은 

아이들의 인생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어느 순간 나처럼 아이들도 

단정하고 정리된 공간을 좋아하게 될 것이니 

그것만으로 아이들의 인생에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의 내 육아 목표는 

이 미니언들 잘 키워서 

나는 집안일 안 하고 시키기만 하는 것인데 

이런 추세면 가능할 것도 같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혼자 살게 되면 

단정하고 정리된 공간을 가꿔가는 이 능력으로

단정하고 정리된 인생을 살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Photo by Liana Mika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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