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의 별 Apr 04. 2021

내가 즐겁게 절약할 수있는 이유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소비 적정선을 찾는 것

© nattanan23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는 오랜 기간 맞벌이를 했었다. 결혼해서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내가 건강이 나빠져서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맞벌이를 하면서 아파트 분양받을 때 생긴 대출금을 열심히 갚아 나갔다. 인터넷 다음 카페에서 알게 된 "짠돌이 카페"에 가입을 하고 절약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나에게 맞는 절약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였다. 어떤 시험을 볼 것도 아닌데 나는 경쟁적으로 생활비와 관리비 등을 아끼려고 노력을 하였다. 겨울에는 난방을 안방 한 곳만 틀어 놓아서 요리를 하러 부엌으로 나가면 발이 너무 시렸다. 여름에도 방 한 곳만 냉방을 하여서 거실로 나가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곤 하였다. 돈은 모였지만 나와 가족들은 행복하지 않아서 나는 나의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소비의 적정선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아끼고 절약하는 삶은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데 나는 절약에 관한 책을 쓴 저자와 또는 짠돌이 카페의 회원들과 나 스스로를 비교하고 경쟁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부도 즐거워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즐겁게 공부해야 마음이 행복하고 그 행복한 마음이 다시 공부를 재미있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절약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즐거워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다.



나는 살림을 잘 못하는 미니멀리스트이다. 변명을 하자면 오랜 맞벌이를 하면서 시간을 버는 쪽으로 나는 선택을 하였다.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 주기 위해 내가 요리를 못하는 것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또는 다림질을 내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손을 돈을 주고 빌렸다. 세탁소와 반찬가게를 이용하면서 나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시간을 돈을 주고 산 것이다. 하지만 회사 일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는 나에게 시간이라는 것이 많이 생겼다. 그 시간에 나는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내가 그동안 사용했던 돈을 지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는 잘 못하는 다림질이지만 세탁소에 옷을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다렸다. 나는 다림질을 해본 적이 없어서 신랑에게 몇 차례에 걸쳐서 다림질을 배웠다. 내가 회사에 출퇴근할 때는 신랑이 다려주는 블라우스를 입고 다녔고 재택근무를 할 때는 신랑의 옷을 세탁소에 맡겼다. 전업주부가 된 나는 신랑에게 다림질을 가르쳐 달라고 말을 하였고 그에게 배워서 열심히 다림질을 하였다. 몇 번 신랑의 바지 주름을 잘못 잡아 놓아서 신랑이 애를 쓰면서 주름을 다시 잡다가 안되어 결국 세탁소에 맡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 기준으로 곧잘 다려내곤 한다.





나는 다림질에 재미를 붙여서 아이 옷도 잘 다려 준다. 조금 과장을 한다면 왠지 전쟁터에 나가는 갑옷을 정리해 주는 마음이 든다. 사회에 일하러 가는 신랑과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아이의 옷을 정성스럽게 다려 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제가 귀하게 여기듯이 본인이 속한 사회에서 귀하게 여김을 받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한다. 그런 기도를 하면서 하는 다림질은 나에게 노동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며 또한 즐거운 절약이 되는 것이다.



나는 요리를 잘 못하지만 집밥을 하려고 노력한다. 외벌이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줄인 비용이 외식과 배달식이다. 외식과 배달식 한번 할 돈으로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면 3~4끼는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나는 집밥이 절약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생활비에서 식비의 비중은 어느 집이나 크게 좌우된다. 맞벌이나 아이가 많은 집은 시간이 부족하여 외식이나 배달식을 하게 되지만 나는 아이도 한 명이라서 집밥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되었다.



출처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전문적인 요리사의 요리를 따라 하기에는 내 집에 조미료와 식재료가 풍성하지 않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용환 님(나물이)의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책을 구입해서 열심히 책을 보면서 요리를 따라 하였다. 김용환 님의 요리는 설명이 쉽고 집에 있는 조리도구를 사용해서 요리를 할 수 있어서 나처럼 요리 초보에게는 아주 유용했다.



냉장고의 식재료가 다 소진될 때까지 되도록이면 장을 보지 않았고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요리를 하였다. 나는 요리 재료 한두 가지가 없다고 맛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요리를 잘 못해서 맛의 차이를 잘 못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한두 가지의 반찬으로 차려내는 간소한 식단이지만 바로 요리를 해서 먹어서 인지 가족들이 좋아한다.





아이도 반찬 투정 없이 내가 집밥을 하는 것을 잘 먹는다.

내가 집에 있는 재료로 빵을 구워내는 것을 아이가 좋아한다. 한번 빵을 구워서 가족과 함께 주말에 브런치를 집에서 즐기고도 빵이 남으면 유리용기에 담아 보관해서 간식으로 먹는다.



집에 있는 재료로 구운 빵


식비만 100만 원이 넘어가던 나의 집은 식비+생필품이 50만 원 선으로 조절이 되었다. 몇 년간 25만 원 선에 맞추었던 적도 있지만 그렇게 해 보니 나와 내 가족들이 행복하지 않아서 나의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소비 적정선을 찾았고 그 지점이 식비+생필품 = 50만 원이다. 나는 내가 정한 최소한의 소비를 즐겁게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소비 적정선을 찾는 것이 즐겁게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나는 나의 생활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간소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간소한 삶에는 "행복"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무조건 돈을 아끼고 모은다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면서 간소한 삶을 사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이다.



그렇게 아껴진 돈으로 미래를 위해 저축과 투자를 하고 있다. 내가 즐겁게 절약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꾸준히 미래의 행복을 위해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