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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Oct 01. 2021

쓰지 않아야 돈이 모인다

© cottonbrophotography, 출처 pexels

현금을 좋아하는 나는 급여통장에 돈이 있으면 그 돈의 단위를 깨고 싶지 않아서 돈을 잘 안 쓴다. 만약 월급통장에 앞자리가 3으로 되어있으면 내가 돈을 쓰면 앞자리가 2로 줄어들게 되므로 나는 그것이 싫다. 지갑에 있는 현금 만 원으로 소비를 하게 되면 만 원의 단위가 허물어지고 천 원의 단위가 되기 때문에 그것이 아까운 나는 소비를 잘 안 한다.



소비를 할 때 나는 체크카드와 현금을 주로 이용하고 신용카드는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을 활용하기 위해서 이용하지만 결제를 신용카드로 하게 되면 그 액수만큼 신용카드를 납입하는 통장으로 이체를 해 놓는다.


나는 급여통장과 지출통장 두 가지로 이용을 하고 목적별로 여러 개의 정기적금을 납입한다. 한 달 생활하고 남은 돈은 자유적금으로 넣는다.


나의 비상금 통장은 급여통장이다. 보통 저수지 통장이라고도 한다. 저수지 통장은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비가 내리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저수지에 물을 모아놓고 활용하는 것을 비유해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공과금 납부할 돈과 카드값 등등은 미리 지출통장으로 이체하고 급여통장에 내 기준으로 목돈을 둔다. 몇 달씩 돈을 그대로 모아서 목돈으로 예금을 한다. 적금보다 예금의 금리가 높아서 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나는 큰 액수의 돈이 입출금 통장에 있으면 내가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서 돈을 더 안 쓴다.



결혼할 때 시댁에 사정이 있어서 나와 신랑은 전세금을 전액 대출했었다. 내 친정 부모님은 전세금을 보태주려고 했지만 나는 신랑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신랑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아놓은 현금도 많지 않았다. 내 엄마는 나에게 "00야 가난하게 살 수 있겠니?"라고 물었고 나는 "00 씨와 함께라면 가난이 무섭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아주 작은 원룸이었는데도 그때 전세 가격이 오천만 원 정도 했었다. 오천만 원으로는 서울에 원룸을 전세로 얻을 수가 없어서 신랑의 회사와 가까운 곳에 원룸을 얻었고 나는 서울 광화문으로 왕복 5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하면서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다.


나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가난이 정말 무섭지 않았다. 가난은 조금 불편할 뿐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대학시절에 친했던 친구와 내 회사 부근에서 약속이 있었고 그때 그녀는 결혼한다고 말을 하였다. 그녀는 시댁에서 서울의 아파트를 사주어서 집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나는 친구에게 너무 축하한다고 말을 하고 함께 기뻐하였지만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광역버스를 타고 좌석이 없어서 좁은 복도 같은 통로에 서서 힘들게 내 신혼집이 있는 곳으로 두 시간 반 거리를 오면서 다리가 아픈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프고 슬펐다.


나는 남과 비교를 잘하지 않는 성격인데 그때 나는 너무 가난해서 마음까지 가난해져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가난은 불편하면서도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마음을 툴툴 털어버리고 다시 나만의 길을 가기로 했다. 나에게는 내 삶이 있고 친구에게는 친구의 삶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면 마음이 많이 슬퍼진다. 나는 내가 가진 것에서 감사함을 찾고 그 상황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을 한다. 물론 나도 사람이어서 나보다 편안하게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지만 그냥 그 부러움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선에서 내 마음을 정리한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고 내 삶에 적용하면서 마음도 미니멀하게 가지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미니멀 라이프는 나에게 좀 더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기뻐할 일이 생긴 내 친구에게 "00야 정말 부럽다, 축하해!"라고 진심으로 말을 해주게 되었다.



나는 오래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힘들었지만 맞벌이를 열심히 하였다. 아이가 없는 신혼시절이 돈을 가장 모으기 좋아서 두 사람의 급여로 신혼집 원룸을 얻을 때 받았던 대출금을 갚는데 전념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날수록 대출금의 액수가 줄어드는 것이 참 기뻤다.


원룸에 대한 대출금을 완납을 하고 나와 신랑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절약 생활이 몸에 습관처럼 되어있었고 아이도 낳았지만 나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을 계속하였다. 나와 신랑 그리고 아이를 위해 아파트 분양받을 때 새롭게 다시 생겨난 대출금을 부지런히 갚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출금을 갚을 때 나는 돈이 생기는 대로 무조건 대출금부터 갚았다. 대출금 이자가 예적금 이자보다 훨씬 높아서 대출금을 갚는 것이 나에게는 유리하였다. 아파트 대출금을 어느 정도 갚았을 때 나는 재테크를 위해 종잣돈 1억 원을 목표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준다는 곳으로 달려갔다. 지금보다 아마 더 열심히 적금 금리에 진심이었던 시절이다. 아마도 그 열정이 있어서 종잣돈 1억 원을 모으는데 내 기준으로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 Pixabayphotography, 출처 pexels

나는 금리에도 진심이지만 푼돈에도 진심이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동전들을 모아서 예금이 만기 되고 다시 재 예금할 때 가지고 가서 함께 예금했다. 내가 집에서 모아가는 동전이 내가 내 예금통장에게 주는 이자가 되는 셈이다.


동전만 모은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지 않은 날은 그 돈도 함께 모았다. 생활에서 아껴진 푼돈을 모아서 내 예금 통장에 이자로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 생각보다 예금통장의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리고 생활에서 더 많이 아끼게 된다.


'카페라떼 효과'보다 효과적인 '한 달 이자 만 원'

1년 동안 매달 100만 원의 적금을 넣는다고 했을 때, 2.3%의 이율로 얼마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지 숫자를 하나하나 넣었다. 근데 웬걸. 적금 계산기에 뜬 세후 이자는 12만 6000원. 100만 원씩 12개월을 넣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12만 원대, 즉 한 달에 이자 만 원을 받는다는 것이다.(중략)

몇 퍼센트 더 높은 적금을 찾는 것보다, 그냥 하루에 커피 한 잔 안 마시는 게 더 낫겠다. 만약 커피를 매일 두 잔 마시는 사람이 한 잔으로 줄이면 하루에 약 5000원 돈을 아낀다. 즉 한 달에 15만 원을 아끼는 셈이다.(중략)

개인적으로 카페라떼 효과라는 경제 용어보다 '한 달 이자 만 원'이라는 주문이 나의 커피 지출을 포함해 모든 지출에 방지턱 역할을 했다. 누군가는 그랬다. 5%의 수익보다 5%의 절약이 훨씬 쉽다고.

출처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글 김지은 지음


위에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의 저자 김지은 작가의 글처럼 "한 달 이자 만 원"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한 달에 만 원을 아껴서 12만 원을 모은 돈이 1년 동안 매달 100만 원의 적금을 넣고 2.3%의 이율로 받는 이자와 동일하다고 생각을 하면 돈을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적금 금리가 낮을 때는 일상에서 돈을 아낀 것과 푼돈을 모아서 다시 적금과 예금을 할 때 돈을 보태어 넣었다. 내가 나의 적금과 예금 통장의 이자를 주는 방법이다. 한 달에 만 원을 아껴서 그 돈을 적금에 매달 보태어 넣는다면 내 적금통장의 이율이 자연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푼돈을 소중히 여기고 모아야 큰돈도 모을 수 있다. 푼돈을 모으다 보면 소비를 잘하지 않고 돈을 모으는 습관이 생겨난다. 결국 돈을 쓰지 않아야 돈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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