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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May 23. 202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때 유행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명대사 중의 명대사야. 여주인공 성나정 (고아라)과 쓰레기 (정우)가 사랑에 빠지고, 성나정을 짝사랑하던 야구 선수 칠봉이 (유연석) 가 쓰레기에게 던진 말이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그 말, 그 말의 의미를 2022년 6월, 사직야구장에서 벌어진 첫 경기에서 알 수 있었어.       


1회 말


 안치홍 안타, 전준우 안타, 이대호 안타로 3연속 안타!!! 외국인 타자, 피터스마저 안타를 쳐서 결국 득점에 성공했지. 아웃이 하나도 없는 무사 만루 상황이라면 대량 득점이 필수야. 그런데, ‘역시나’가 ‘혹시나’였어!     


 추재현은 삼구 삼진, 이호연이 친 공이 홈으로 들어가서 점수조차 내지 못하고 투 아웃, 박승욱의 플라잉 아웃으로 이닝이 끝났어. 만루 상황에서 고작 1점이 전부였달까?      

 롯데 선발투수, 좌승사자 찰리 반즈가 2회까지 잘 막아냈고, 삼성 선발투수 수아레즈 역시 마찬가지로 롯데의 무자비한 공격을 다 방어하더라.      


 2회까지 1:0으로 롯데가 앞서기 시작했어!     


(좌승사자는 좌타자들의 저승사자라는 말이야. 좌타자들에게 엄청나게 강하다는 뜻이지.)     


3회 말


 기회가 또 오고 말았어. 이대호의 파울 공이 잡히면서 1아웃이 되긴 했지만, 전준우의 안타, 그리고 삼성 수비진의 실수로 피터스의 땅볼을 놓치면서 1아웃 1, 2루로 배치되는 상황이 왔지.      

 뭐야? 이야! 점수 또 내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림도 없더라.    

 이후 삼구삼진, 땅볼 등으로 점수는커녕 이닝이 너무나도 빨리 종료되었어.     


 말 그대로 순식간에 삭제되었지.      


4회 초      


 좌익수 방향으로 향하는 안타를 삼성의 김지찬이 성공했어. 그다음 차례의 선수가 3루 파울 라인과 평행하게 굴러가도록 하는 완벽 그 자체의 번트를 해내더라. 와……. 상대 팀이지만 진짜 멋진 번트였어. 그 덕분에, 김지찬은 2루로 진출하였고, 번트를 한 선수를 1루에서 잡아내며 1아웃을 얻어냈지.     


 반즈가 공을 던졌어. 어라...? 공이 어디로 가냐? 그 와중에 포수 정보근이 그 공을 놓치네? 허허허허허. 폭투의 상황으로 2루의 김지찬은 3루까지 이동했어. 이후 삼성의 구자욱이 안타를 해내면서 우리는 4회 초에 1점을 내주고 스코어는 1:1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      


 유명한 노래가 떠오르는 시점이더라.     

 

 자, 이제 시작이야!      

출처, 만화 [포켓몬스터]

5회 초     


 삼성의 연속 안타 성공으로 아웃 하나도 없이 무사 1, 2루의 위기가 롯데에 오고 말았어. 우리가 해냈던 걸 상대 팀도 똑같이 해내더라? 이래서 프로인가?      


 이런 상황에선 보통 번트를 통해서 1아웃을 주더라도, 점수를 무조건 낼 수 있도록 2, 3루로 이동하거든? 그런 걸 역시 롯데도 알고 있었고, 번트 대려는 선수를 공략하고자 했지. 단지, 딱 하나 놓치는 게 있었을 뿐이야. 포수가 공을 놓칠 것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지.    

 

 1아웃도 잡지 못하고 무사 2, 3루가 되어버렸고, 방금 번트 시도했던 삼성 이해승이 이번엔 번트 아니라 방망이를 휘두르며, 결국엔 안타로 이어지면서 1점을 내줬어.    

 이 와중에 우리의 반즈는 볼넷을 삼성 라이온즈에 선물하고, 무사 1, 2, 3루, 즉 무사 만루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지.      


 그다음 타석에서 2, 3루 사이로 공이 굴러오네? 이건 땅볼이니깐 병살 각인데? ‘한 번에 아웃카운트 두 개 채워 보는 건가?’ 따위의 생각은 꿈이라는 거 다들 알지? 2루는 아웃을 잡았지만, 빠른 발의 김지찬 때문에 1루는 아웃시키지도 못하고, 그 와중에 1점을 또 줘버렸어. 그래……. 저쪽이 빠른 거지. 이건 롯데의 잘못은 아니야. 화내지 말자. 분노할 내용은 절대 아니야.     


 스윙 삼진으로 아웃 하나 추가했지만, 그사이에 발생한 도루는 막아내지 못했고, 삼성의 외국인 타자 피렐라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면서 2아웃 만루 상황에 도달했어. 글로 적어보니 깨닫게 되네.      


 왜 이렇게 위기는 계속 이어지는 거야? 

 도대체 왜?? 

 뭐가 문제여???     

왜 자꾸 위기가 오는건데???, 출처 영화[극한직업]


 솔직히 이때 막아냈어야 했어. 해냈어야 했는데, 계획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 모두 다 잘 알지? 


 삼성의 구자욱을 상대로 풀카운트(2스트라이크, 3볼)까지 해냈지만, 결국엔 볼넷으로 밀어내기 1점을 또, 또, 또 주고 말았어.      


 제발 점수 그만 줘... 이러다 다 죽어...     

제발 점수 그만 줘~ 이러다 다 죽어~, 출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 플라잉 아웃을 잡아냈지만, 너무나도 큰 타격을 입은 5회 초였어.     


 삼성 타자가 8번으로 시작해서 1번으로 돌아와서 7번까지 도달하면서 한 이닝 만에 한 타순을 전부 다 돌았고, 동시에 3점을 내주면서 4:1이 되었으며, 거기다가 폭투에 볼넷으로 와르르 무너지면서 선수들의 기세와 응원하는 이들의 사기까지 바닥 아래로 찍어버리는 그런 최악의 이닝이 바로 5회 초였어.   

   

5회 말     


 당한 만큼 돌려줘야 하잖아? 다들 이 악물고 하는 게 느껴지더라. 하지만, 스포츠란 게 마음처럼 되는 건 절대 아닌 거 같아.


 안치홍 아웃. 

 전준우 포볼로 1루 나갔지만, 

 이대호의 2, 3루 사이의 땅볼로 1, 2루 아웃의 병살타 탄생.

 이닝 끝.

 길었던 5회 초에 비해 5회 말은 너무나도 초라했어.

 정말로, 눈 깜짝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지나가서, 오히려 허무하더라.

 거기다가 이제 상대방의 공격을 볼 생각하니, 한숨만 푹푹 나오고 말이야.     


 이후 서로가 잘 막아내면서 어느덧 9회 초에 도달했어. 안타에 번트 등으로 5회 초와 같은 분위기로 점수를 내줄 것처럼 보였지만, 플라잉 아웃에 땅볼 등등을 삼성에서 선물해주던데?  우리가 이전에 많이 줘서 고마운 나머지 돌려준 건가?   

   

그래서 결론은? 점수 안 주고 막아냈다는 거야!     


9회 말      


 마지막 공격 기회의 순간에, 삼성은 그를 내보냈어.

 삼성의 수호신, 돌부처 오승환을 등판시키더라.

 와우... 망했네... 망했어...

 아니야. 그래도 롯데 믿어야지. 믿어볼 거야!!!     

돌부처 오승환, 출처 머니S

 나의 믿음에 롯데가 보답해 주더라.

 추재현 포볼, 이호연 안타로 무사 1, 2루가 만들어졌어.

 이야.     


 는 무슨.

 한동희의 안타처럼 보인 센터로 향한 공이 아웃!

 정보근 스윙 삼진으로 투아웃!     


 황성빈의 3루 라인 쭉 나아가는 파울이 아닌 안타, 

 그런데 이게 심지어 좌익수가 잡지 못하면서, 롯데는 1점을 득점하고, 2아웃에 2, 3루.     

 그래, 야구란 자고로 9회 말 2아웃이 가장 재밌는 거 아니겠어?     


 4:2의 상황이야. 여기서 안타 딱 하나 때리면, 2, 3루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4:4로 연장전도 가능해. 만약에 홈런이면 역전승이야! 해볼 만해!


 심지어 마지막 타자는 안치홍! 믿음의 선수지.     


 오~~~ 로떼의 안치홍~~~.

 안타. 안타. 안타. 안타.

 오~~~ 로떼의 안치홍~~~.

 안. 치. 홍.     

https://www.youtube.com/watch?v=in97CWh5-jE

   

 신나게 응원가를 부르며 그를 응원했고,

 타격을 딱 때리면서 공이 저 멀리 높이 날아갔으며.

 이후 그 공이 도착한 곳은 바로!!!     






 삼성의 수비수 글러브 안이었어.     


 역전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어.     




 신나게 쳐서 점수를 엄청나게 낼 거 같다가도 1점에서 끝나며 허무하게 마무리 된 1회를 기점으로, 하루 같았던 5회 초, 1초 같았던 5회 말. 그러다 9회 말 투아웃 2, 3루에 전설의 마무리 투수, 돌부처를 상대로 역전 한 방의 기회. 잠깐이나마 가졌던 엄청난 희망이 와장창 깨지면서 끝나버린 경기.      


 우리는 여기서 알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럴 때도 분명히 있겠지만,

 끝날 때 끝난 경우도 존재한다는 걸, 

 뜨거웠던 6월 초에 실감하고 말았다.     

끝날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하지만 끝날 때 끝나는 경우도 다., 출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CJ 뉴스룸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하루 같았던 5회 초, 1초 같았던 5회 말에도 불구하고,

 9회 말 투아웃 2, 3루의 아쉬운 아웃과 허무한 경기 마무리를 겪었음에도, 

 희망과 기대감을 품었던 그 순간의 기억 때문에 한 번 더 직관을 오겠다고. 

 결국 또다시 속아보겠다고 다짐한다.     

   

 

아니, 이쯤 되면 이것도 도박 아니야?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3회차 - 6/8 수요일, VS 삼성, 4:2 패

2023년 직관 전적

1회차 - 4/1 토요일, VS 두산, 12:10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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