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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Apr 16. 2023

4시간 43분 동안 야구 경기한다고? - 1


 두근두근,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거 같았어. 그동안은 죽어 있었냐고? 맞아.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때가 돌아왔기에, 나의 심장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며 살아난 거야. 그날은 바로, 2023년 KBO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을 말해.   

  

 오랫동안 나는 야구에 굶주려왔어. 의학에서 나트륨이나 칼륨 등 전해질이 부족해지면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 저칼륨혈증(Hypokalemia)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나에게 있어 야구가 부족(?)하다 못해 없었기에, 저야구혈증, Hypobaseballnemia가 발생해버렸지. 헛소리해서 미안해. 하여튼, 그만큼 야구가 그리웠다는 거야.    

  

 쿵쾅쿵쾅, 심장의 울림은 더욱 커졌어. 개막전도 개막전이지만, 처음으로 원정을 가봤기 때문이야. 그것도 바로, 서울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에 말이지! 작년에만 20번을 갔던 사직 야구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      

 

 2023년 4월 1일, 개막전의 잠실야구장은 관중 23,750으로 만석이었어. 참고로 그날 경기가 열린 5개 구장 모두 꽉 찼지. 2022년, 이대호 선수 은퇴식으로 만석이 되었던 사직야구장과 비교했을 때, 잠실이 더 웅장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사직이 나랑 더 잘 맞는 거 같아. 아무래도 30년 가까이 묵은 부산의 남아이기 때문이라 여겨져.     


 2022년 10월 이후부터 2023년 3월 말까지의 길고 길었던 인고의 시간 끝에, 경기가 시작되었어.     


1회 선발투수의 부진 돌아온 포수     


 롯데의 공격이 시작되는 1회 초, 3번 타자 렉스의 안타를 제외하곤 모두 아웃이 되었어. 반면, 두산의 타자 정수빈의 안타와 허경민의 볼넷으로 아웃카운트 하나도 없이 1, 2루를 차지하는 상황이 되었지.  

    

 그런데, 그런데...!!!      


 롯데의 선발투수, 스트레일리의 공을 포수 유강남이 놓치면서 무사 2, 3루가 되는 형국으로 이어졌어. 3번 타자 로하스가 1, 2루 사이로 땅볼을 쳐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았지만, 그 사이 정수빈은 홈으로, 허경민은 3루로 이동하고 말았지. 이후 김재환이 볼넷으로 또 1루로 진출하니, 여기까지 1아웃 1, 3루!     


 두산 베어스에서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가, 다시 두산으로 돌아온 포수 양의지! 3루 깊숙한 화끈한 안타를 선보이며, 1, 3루 타자들이 홈으로 다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어.     

(왼쪽위부터 오른쪽위, 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 양의지, 허경민, 정수빈, 김재환 / 출처, 아이뉴스 24, YONHAP NEWS, MY DAILY, 스포츠서울


 경기 스코어는 3:0.      


2회 하위타선이 강해졌다고? (1) & 언제 어디서든 위기는 찾아온다! (1)     


 롯데 고승민의 1 아웃으로 공격으로 향하는 기세가 꺾이는 줄 알았어. 그때, 2022년 캡틴 전준우가 타격했고, 쾅!!!! 큰 소리와 함께 멀리 날라는 공이 결국 담장을 넘어갔네? 바로 솔로 홈런이 나온 순간이었고, 구장은 환호로 가득 찼지.   

  

전준우 / 출처 OSEN


 이후, 노진혁이 아웃되면서 2 아웃 상황, 유강남의 땅볼을 투수가 잡으면서 3 아웃으로 다음 이닝으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      


 잉? 아웃시킬 수 있는 이 순간을 놓친다고? 우리야 고맙지! 덕분에 유강남 선수가 1루로 살아 나갔어.     


 작년까진 주로 1번을 맡다가, 이번엔 9번을 맡게 된 황성빈이 볼넷을 얻으며 2아웃, 1, 2루.     


 여기서 1번 타자 안권수가 자신 있게 때렸으나, 파울이 되었고, 그 파울 공을 두산의 김인태가 잡으면서 아쉽게도 2회의 공격이 마무리되었지.      


(왼쪽위부터 오른쪽위, 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 유강남, 노진혁, 황성빈, 안권수 / 출처, YONHAP NEWS, OSEN, MK 스포츠, NEWSIS


 하지만, 깨달았어. 올해의 하위타선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그 와중에, 파울 공을 잘 잡아낸 탓일까? 두산의 공격 차례가 되자마자, 김인태가 2, 3루 사이로 안타에 성공해내고, 이유찬 역시 같은 방향으로 안타를 이어 나가며, 1아웃 1, 3루 상황. 자칫 잘못하면 점수를 또다시 주게 되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어. 희생 플라이로 기본 1점은 줄 수 있는 상태인 거지.      


 1번 타자 정수빈의 안타...처럼 보였던 1, 2루 방향의 땅볼 덕분에 병살 처리 성공으로 위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어.     

과연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인가? / 출처, Pixabay


 위기는 언제 어디서든 찾아오는 법이야. 특히 야구는 말이야.     


 근데... 정말... 다행이다... 잘 막아내서!     


4회 하위타선이 강해졌다고? (2)     


 3회 말까지의 스코어는 3:1로 지고 있는 상황.     


 4회 초, 1 아웃 상황에서 7번 타자 노진혁 선수가 안타에 성공했고, 이어서 8번 타자 유강남 선수가 볼넷으로 1 아웃 1, 2루가 되었고, 그 다음 순서였던 9번 타자 황성빈의 나이스 아이(?)로 볼넷을 다시 한번 시원하게 얻어내며 1아웃 1, 2, 3루 만루가 완성되었지.     


 우리 롯데 하위타선, 이렇게 강했던 게 언제였던가...?    

 

 9번에 이어 다시 돌아온 타순으로, 1번 타자 안권수의 차례가 되자마자, 3루를 향한 화끈한 안타가 터져버렸어. 2점 득점으로 3:3 동점! 거기다 2023년 캡틴 안치홍의 1, 2루 사이의 안타로 황성빈까지 홈으로 들어오며 4:3!!!      

 

 역전!!!!!!!!


안치홍 / 출처, YONHAP NEWS


 하위타선이 강하니, 점수가 쉽게 쉽게 들어오네?     


5회 이쯤 되니 하위타선이 상위타선?     


 돌아온 두산의 1선발 알칸타라! 2020년 시즌에 다승왕과 더불어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까지 할 정도의 강력한 1선발은 생각보다 빨리 강판당하고 말았어. 곧바로 두산은 불펜을 가동하면서 투수 김명신이 올라왔지.      


 전준우의 볼넷과 더불어 8번 유강남, 9번 황성빈의 안타 등으로 2 아웃 만루 상황까지 만들어졌어.   

   

 이때 두산 불펜 이형범 선수로 교체되면서, 이 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했으나, 우리의 캡틴 안치홍도 선구안이 너무나도 좋은 탓일까? 볼넷으로 밀어내면서 1점을 공짜로(?) 얻어내고, 작년부터 활약이 장난 아니었던 잭 렉스의 안타로 2점 추가하면서 스코어는 7:3이 되었지.     

 


 이쯤 되니 하위타선 타자들에게 중요 타선인 4, 5, 6번 줘야 하는 거 아냐?     


6회 우리가 이런 고급 야구를 한다고?     


 3루수를 뚫은 안타로 2루까지 진출한 롯데의 타자, 고승민. 이후, 타자 전준우가 땅볼로 아웃되긴 했지만, 1 아웃에 고승민은 3루로 진출했어. 이때 7번 타자 노진혁의 번트 시도!     


 야구 경기에서 아웃이 없거나 원 아웃인 상황에서 3루에 있는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1점 득점하기 위해 번트하는 것을 스퀴즈 플레이라고 하는데, 이때 잘못하면 3루 주자가 아웃되면서 죽을 수도 있어. 성공하면 점수를 얻지만, 실패하면 큰 피해를 보게 되는 플레이야. 안타 등으로도 충분히 3루 주자가 들어올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모험을 하는 거니깐.     


 어쨌든, 두산의 투수가 홈 승부를 보고자 했지만, 3루 주자 고승민이 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하고, 거기다 노진혁은 1루로 진출하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와 버렸어. 1점 추가 득점을 해내고 말았지.      

 

스코어는 무려, 8:3     


 와우, 롯데가 이런 고급스러운 플레이를 한다고? 맨날 삼각김밥 먹다가, 갑자기 A++ 한우 구워 먹는 기분인데? 하여튼 그 정도 수준의 고급(?) 야구에 성공했다는 말이지 뭐.     


7회 언제 어디서든 위기는 찾아온다 (2)     


 7회 말, 신인 투수 이진하가 등판했어. 그런데,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 두산의 7번 타자 양석환을 공으로 맞춰버렸어.      


 어이쿠... 데드볼...     


 이번 경기에서 어떻게든 이기고자, 불쑥 튀어나오려는 위기는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였던 거 같아. 데드볼 나오고 무사 1루 상황인데도 바로 투수를 바꾸는 롯데 자이언츠였어. 오, 웬일이래?     


 이후 등판한 투수 김도규는 안타를 허용하고, 희생 플라이를 통해 1점을 줬으며, 이후 1번 타자 정수빈한테 안타를 내주며 1 아웃 1, 2루의 상황까지 만들어졌어.      


 또 다른 롯데 투수 김상수 등판. 하지만 3번 타자 로하스의 안타로 1점을 추가로 주고 말았지.     


 이번엔 투수 구승민으로 교체! 1 아웃만 잡으면 끝나는 상황에서, 타자 김재환에게 안타... 아니 장타...? 아니네... 담장을 넘어가네... 홈런이네... 무시무시한 3점 홈런이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하고 말았지.     

두근두근한 순간, 안타일까 홈런일까 아웃일까 삼진일까 / 출처, Pixabay


 스코어는 8:8...      

 

 아니, 아까까지 8:3이었잖아요. 

 이게 현실이에요? 

 실화냐고요? 

 정말로요?      


 늘 내가 하는 말이 있어요.  

   

 롯데는 기회를 만들면서도 동시에 위기를 만든다.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하시리라고 봅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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