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뜨거웠던 상반기를 지나 어느덧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지금도 땀나게 사방팔방을 뛰어다니고 있을 우리 마케터들의 상반기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범상치 않은 상반기를 보내며 하반기 마케팅 계획을 수정하느라 불타는 밤을 보내시지는 않았나요? 그렇게 야근을 불사하며 세운 하반기 계획은 지금 안녕한가요? 그런데 벌써 또 내년도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즌이 다가왔네요.
혹시 마녀의 질문이 낯설게 느껴지셨나요? 마케팅 계획이란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마케팅 계획은 쓸데없는 문서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을 하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거예요.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언들 쓸 데가 있겠어요. 문서 작업하느라 힘만 들고 완성된 후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계획 문서라면 마녀도 열일을 제치고 반대할 거랍니다.
하지만 ‘안 세워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세워본 사람은 없다’는 마케팅 계획은 기업에 꼭 필요한 일이랍니다. 어쩌다 마케팅 계획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얘기하거나 “쓸데없는 문서 작업”이라고 하는 분들을 만나면, 마녀는 꼭 물어본답니다. “마케팅 계획을 세워 본 적은 있나요? 계획에 맞춰 실행해 본 적은요? 혹시 피보팅(pivoting)은 하셨나요?”하고 말이지요.
대답이 어땠는지 상상이 가나요? 사업계획은 있어도 마케팅 계획은 없다거나, 아직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아 세우지 않았다거나, 마케팅 부서나 인력이 없어서 만들 수가 없다거나, 요식 행위처럼 연말에 계획은 세우지만 계획대로 진행하지도 않고, 한 번도 점검하지 않는다거나,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한다거나...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들을 둘러대곤 합니다. 특히 B2B 기업에서 “영업이 중요하지, 마케팅이 중요한가”라는 이유를 들을 때면,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답니다(마녀의 좌절 모드가 작동하는 순간이자 오기가 생기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사업이나 영업과 마케팅을 별개로 생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아요. 마케팅은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시작되는 거예요. 시장의 고객을 파악하고, 그 고객에게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가격을 정해 판매하는 것, 이 모든 활동이 마케팅이기 때문이에요.
경영학의 석학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의 목적은 영업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어요. 마녀 역시 이 말에 적극 동의해요. 언젠가 제 강의에서 질문을 해주신 분이 있었는데, 영업에게 강력한 무기를 주고 싶은데 어떤 것이 있겠느냐는 것이었어요. 마녀는 B2B 기업에서 영업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제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도 있듯이,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어도 시장에서 알지 못하거나 고객의 니즈에 맞지 않는다면 팔릴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고객의 니즈가 간파된 제품을 고객에게 인지시키고 고객이 필요하단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더 나아가 고민 없이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영업 사원이 고객에게 찾아갔을 때, 별다른 설명 없이도 고객이 우리 제품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게끔 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또 있을까요? 바로 이것이 마케팅이고 영업에게 주는 강력한 무기이며 사업 성장의 핵심이라 마녀는 생각해요.
이런 마케팅과 그 목표를 체계적으로 달성하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이 마케팅 계획이에요. 마케팅 계획에는 기업의 사업 목표와 맞닿는 전략과 전술이 담겨 있기 때문에 사업 목표 달성의 중요한 지표로도 활용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전체 계획들을 쉽고 빠르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문서화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면 소홀할 수 있는 여러 사업 활동 측면을 한눈에 파악해 잘못된 부분을 개선할 수가 있고, 목표가 명확한지 확인하고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도 있게 돼요. 게다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지나쳤는지 등 분석해서 보완해 나갈 수가 있어요. 더불어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져 기업 구성원 모두가 소통하고 피드백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죠. 특히 초기 계획을 문서화하면 기업의 사업 목표와 동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잘 맞춰 진행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고, 비전에만 빠져 현실을 무시하는 일은 없는지 검증해 계획을 수정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이렇게 마케팅 계획에는 엄청난 힘이 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짜는 일은 기업에 아주 중요한 사업 활동이라 할 수 있답니다.
∑ 마케팅 계획서 목적
1. 사업 목표 달성 지표
2. 방향성 점검
3. 구성원 커뮤니케이션
4. 비전과 현실성 간극 해소
ㅣ출처=픽사베이
그런데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업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의 하나가 마케팅 계획이 없는 것(NO Plan)이라고 해요. 작은 B2B 기업일수록 이련 경향이 두드러지는데요, 특히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의 경우 실제로 제품 개발이나 인적 영업에 치우쳐 전체 시장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에 소홀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물론 일부 중견 기업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고요. 눈에 보이는 단기적 활동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제품을 출시하거나 매출 한계에 부딪혔을 때가 되어서야 마케팅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앞서도 말했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마케팅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요.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도 변하고 있는 중이고요. 어느 시점에 달라질지 모를 시장과 고객을 “이제 좀 슬슬 알아볼까”하면 늦게 돼요. 요즘은 경쟁자나 후발주자들이 과거와 달리, 필요한 마케팅 자원을 모두 다 갖추거나 한발 더 앞선 기술들을 가지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뭐 꼭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외부 투자를 받으려고 할 때나 정부 과제를 수행할 경우 마케팅 계획을 묻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에 대해 구체적이고 타당한 계획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목적한 결과를 얻는 데 지장을 받는 건 당연하겠지요. 설령 요식행위나 실현 불가능한 방식의 계획으로 임기응변식 대처를 한다 해도,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자원 낭비이자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사업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업 타당성이나 비전면에서 저평가될 수가 있고 혹 당장은 투자 성공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하더라도 계속 유지하거나 실행하기가 힘들어질 테니까요. 그러니 계획 따로 실행 따로인 헛짓거리 계획보다 미리 차근차근 준비한 잘 짜인 계획이 꼭 필요하단 사실을 인식했으면 해요.
ㅣ출처=픽사베이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을 보면 새해를 맞이하기 전 기업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언론에 발표도 하잖아요.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몇 개월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 구성원들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성공적인 전략과 전술을 도출해 내죠. 상반기가 지나면 피드백을 반영하고 수정해 하반기 계획을 피보팅 하고요. 마케터나 마케팅 부서도 사업 전략과 맞닿는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피보팅을 하게 돼요. 별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계획에 맞춰 전사가 협력하여 만드는 거죠. 소위 잘 나간다는 스타트업들도 다르지 않아요. 새로운 아이디어- 최소한의 요건 계획 – 최소 요건 제품 제작 – 학습 및 피드백을 반영하는 식의 ‘린 스타트업’처럼 속도와 시장의 적응 역량을 극대화하는 기민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답니다.
그러면 잘 짜인 마케팅 계획이란 어떤 것일까요? 마녀가 생각할 때는 2W1H 요소가 담긴 계획이 아닐까 해요. ‘누구인가(Who), 무엇인가(What),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How)’하는 이 핵심적인 요소들만이라도 확실히 한다면 기본기는 갖춘 계획이라고 생각해요. 이 3가지 요소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지금까지 마케팅 계획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동안 마케팅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분들에게 인식을 달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마녀는 다음 편을 또 열심히 준비해 돌아올게요.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본 글은 친절한 마녀가 디지털 미디어 '블로터'에 기고한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터리] 마케팅 계획 왜 필요해? 원문을 업데이트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