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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r 22. 2024

봄! 봄! 봄이 왔어요.

온 세상에 봄꽃 같은 축복이 내렸으면...,

겨우내 비만 비만 내리더니 꽃소식 가득 안고 봄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웨일스 국화는 수선화다.

그래서인지 봄이 오면 웨일스 어딜 가나 수선화가 지천이다.

수선화뿐 아니라 온갖 꽃들이 피기 시작한 계절이지만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개체수가 많다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수선화이고,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들여다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무리가 보인다.

영국은 꽃들의 천국다. 꽃이든 나무든,  어디든 그저 꽂아만 둬도 금방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어딜 가든,  공간만 있으면 정원이나 작은 꽃밭이 만들어져 있고 꽃들이 넘친다.

인적 드문 길모퉁이에도 어디선  날아든 홀씨가 뿌리를 내려 소담스럽게 꽃을 피워낸다.


오늘 옆동네 장 보러 나갔다가 만난 꽃들이다.

장 보는 미루고 꽃 구경하러 그곳 공원을 들렀다.

수선화뿐 아니라 온갖 꽃들이 만개해 있어 반나절을 꽃구경에 정신이 팔려버렸다.

↓ 꽃구경, 봄구경 맘껏 하세요.

오래된 성벽아래 핀 수선화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구경 실컷 하고, 장 보다 모모와 꽃 때문에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마트에 가면 늘 그냥 지나치는 못한 곳, 꽃 가판대 앞이다.

화려한 꽃 사진으로 유혹한 릴리와 달리아 구근을 집어 들고 자잘한 묘목들을 둘보러고 있자니,

모모는 그런 내가 못 마땅했는지 마트 안쪽으로 쌩하니 트롤리를 끌고 가버린다.

나는 동요 없이 뒤따라가 구근봉지를 트롤리에 실었다.  목련 묘목 두 폿트도 뒤따라 올렸다.

"우리 집 잔디를 괜히 뒤집었어. 이렇게 꽃 사들인 지 몇 년째인지 알아?"

"몇 년째인데? 누가 들으면 몇십 년은 된 거 같네, 겨우 2년이야. 지금은 가든 가꾸는 과도기라 그러는 거 알면서 매번 왜 이래?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꽃 좀 심어라 해도 안 심는다."

"과도기 같은 소리 하네."

대화가 서로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치닫으려 한다. 이럴 땐 둘 중 하나가 입을 닫아야  한다.

"............"

"............".  


세 곳의 마트에서 구입한 올해 마지막 꽃들이다,  이게 마지막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유치한 선서 후 구입한 내 꽃들...

그동안 이런 우여곡절로 구입한 꽃들을 앞뒤 가든에 심어놓고, 이 아이들이 하나 둘 꽃을 피우면 모모는 우리 동네에서 정원 가꾸기 일등인  영국인 부부에게 자랑도 하고, 지나는 사람들이 니들 가든 예쁘다며 엄지 척 날려주면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도 으쓱거리면서 도대체 왜 저러나 싶다.

어쨌든, 난 오늘 구근과 목련 묘목, 꽃묘목도 서너폿트 집으로 들였다.

이 꽃들이 예쁘게 꽃을 피운 후 늦가을 알토란 같은 구근들을 많이 많이  늘려준다면,

목련 묘목이 일 년에 한 2미터쯤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내년엔 우리 집에 목련이 오지게 필텐데...,


↓장보고 돌아오는 길,

우리 동네 초입, 만개한 목련이 화려하고 기품 있게 서서 골목을 지키고 있다.

차를 세워, 모모에게 사진 좀 찍어달라 부탁해 얻은 올해 목련꽃이다.

고향집 뒤란에 피던 하얀 목련이 그립다.

내 고향 뒷산엔 연분홍 진달래꽃이 피었겠지?

유년의 추억 가득한 뒷산 초입에 길게 늘어선 개나리꽃은 또 얼마나 노랗게 피어났을까?

아, 섬진강을 끼고 남해까지 이어지는 벚꽃길도 장관일 테고,

온 산골이 매화꽃 향으로 가득할 매화 마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

내 모국 산하는 온통 꽃 향기 가득할 텐데,

이 아름다운 계절에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저 봄꽃들처럼 아름답고 고운 소식만 들려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영국 국화는?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hern Ireland

                  -그레이트 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 -


그레이트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 영국의 공식명칭이다. 영국은 약칭이다.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네 개의 구성국이 연합해 형성한 단일국 가다. 그래서 나라마다. 국기도, 국화도, 언어도 달랐다.

지금은 영어가 공통어로 쓰이고 있다.

- 잉글랜드 국화 : 장미

- 스코틀랜드 국화 : 엉겅퀴

- 웨일스 국화 : 수선화

- 북아일랜드 국화 : 섐록(세입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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