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Nov 26. 2016

Art religion power 특별전

Waino Aaltonen Art Museum

날씨도 춥고 낮시간도 짧아져 오후 세 시만 되어도 어둑해지는 요즘이다. 날씨도 날씨거니와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 온전히 나를 위해 나들이 가기가 쉽지 않아 답답하던 참이다.


한 해의 마무리가 필요하고 학교에서는 한 학기의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이라 각종 모임과 행사가 잦다. 아이들 담임선생님과 면담도 해야 하고 겨울맞이 PTA 행사도 논의해야 하고 스케이팅 클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스 쇼 준비도 하고 있으며 어쩐 일인지 생일파티마저도 한 주에 두 세개씩 몰려 있다.


친구들과 강가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밀린 수다를 떨다가 각자의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서둘러 헤어졌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핀란드에서나 엄마들은 정신없이 수다를 떨며 까르르 웃다가도 아이들 하교시간이 다가오면 일사분란하게 후다닥 자리를 파하는 것이 똑같아서 재미있다.


잠시 짬이 난 김에 가까이 있는 미술관에 들렀다.뮤지엄 카드가 있으니 관심있는 특별전이 열리면 부담없이 들를 수 있다. 좋구나~


Aura강가에 자리잡은 Waino Aaltonen art museum, 핀란드독립 초기 할약했던 유명한 조각가이자 화가인 Waino Aaaltonen의 작품들을 전시한 곳이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그의 모든 작품과 습작, 수집품 등을 시에 기증했고 당시의 유명한 건축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미술관을 설립했다. 지금은 계절이 계절인지라 건물 외관부터 다소 을씨년스럽지만 뛰어난 인테리어와 실내정원, 카페의 테라스로 유명한 곳이다.



Waino Aaaltonen art museum에서 종교와 예술에 관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러시아 쌩트 뻬때르 부륵의 State Museum of History of Religion의 작품들을 옮겨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낮시간이라서인지 견학온 단체관람학생들도 자주 보인다.


누워있는 불상, 동서남북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 등 내게 익숙한 전시품들이 흥미로웠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교와 불교,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토속신앙에 까지 골고루 관심을 두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Dmitry Moor의 작품이다. 내가 알고 있던 Dmitry Moor는 볼세비키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일조한 프로파간다 포스터로 명성을 날렸던 작가다. 대중을 선동하는 그림이 아닌 종교적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아는 그 작가의 그림이 맞는지 작품년도를 확인하게 된다. 1935년작, Dmitry Moor가 활동한 시기와 겹친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목은 Celebration of Christianity인데 그림은 전체적으로 암울하다. 신은 혼자 앞서 나가고 뒤따르는 이들은 여위고 지친 모습으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십자가 위에는 황금빛을 내는 육중한 존재가 사나운 얼굴로 고단한 이들을 노려본다.


내가 생각하는 Dmitry Moor가 맞다는 전제하에 가만히 그림을 뜯어보니 황금빛 존재는 브루조아를 상징하고 신조차 고통받는 프롤레타리아를 외면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닌지, 그들의 체제안에서 종교를 부정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Dmitry Moor의 포스터들


가장 오랫동안 발길이 머물렀던 그림, 작가의 이름을 보아도 누군지, 어떤 작품들을 남겼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십자가를 들고 나를 노려보는 듯한 저 얼굴이 너무도 생생해서 나도 한참을 바라보았다.


손에 든 초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때문일까...포스트잇에 작은 글씨로 '하야하라' 적어서 촛불옆에 붙여놓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겨우 발길을 돌렸다. 요즘 나는 무얼보고 무얼하든 기승전하야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이런 기분



미술관에 들어서면 정면 오른쪽에 이런 공간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격찬해 마지않는 카페테리아


브로우셔를 올려 둔 테이블일 뿐인데 의자와 뒷면 벽의 느낌이 너무나 멋져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날씨가 좋아지면 이곳에 와서 책을 읽고 카페 테라스에 내려가 커피를 마실테야, 왠지 뮤지엄카드 한 장으로 백만장자가 된 것만 같이 든든하다.


미술관 관람 후기들을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카페얘기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