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Feb 24. 2017

시간이 흐른다는 것

Espoo, WeeGee House

아름다운 숲을 등지고 바닷가를 따라 자리한 호텔, 헬싱키 도심에서 15분 남짓,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진 멋진 호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심에 비해 주차가 편리하고 경관이 좋은데다 바닷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너무도 매력적이라 멀지않은 곳에 집이 있지만 일부러 이런 호텔 중 한 곳에 머물기도 한다.



방학을 맞은 딸들을 위해 실내수영장이 잘 갖추어져 있고 십오분거리에 museum park가 위치한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 한 건물에 무려 네 개의 박물관이 모여 있는 WeeGee house, 각각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장난감 박물관과 시계박물관이 있어 딸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편이지만 숲속에 자리한 현대미술관에서의 감상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호텔을 나섰다.


시계박물관을 둘러보던 중 타임캡슐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남편, 그리고 딸들에게 간단한 메모라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틈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딸아이도 맞은 편에 앉아 열심히 타임캡슐을 만들고 있다. 물끄러니 바라보고 있노라니 긴 생머리 휘날리던 엽기적인 그녀가 견우를 외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들은 나무아래 타임캡슐을 묻었다. 차마 지금은 전하기 어려운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훗날에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려니...



타임캡슐에는 사랑한다는 말만 적어 두었다.

이 말외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지금은 모두 꺼내놓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전해지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싶은 응어리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이말밖에 남기지 않은 것은 시간이 흐르며 나의 아픔도 서운함도 스르륵 녹아내려 남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WeeGee House

:  Ahertajantie 5, 02100 Espoo, 핀란드


월요일 휴무, 금요일 5시이후 무료입장

18세 이하 무료입장, 뮤지엄카드 무료입장

성인요금 10/12€


매거진의 이전글 별 것 아니지만 특별해 지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