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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onface Mar 01. 2021

10월은 그렇게 간다_1

01. 몇 시쯤 그러셨어요?

“그거 알아? 내가 새벽에 혼자서 병원에서 집까지 왔다 갔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 앞의 익숙한 거리 모습에 그녀는 그날의 분주했던 새벽의 거리가 떠올랐다. 도움을 요청할 이 없이 홀로 새벽 거리를 나서야 했던 낯설었던 찬 공간 속 초조함은 사라지고, 그 곳에 다시 돌아와 여느 다른 연인처럼 일상의 호흡 내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그와 걸음의 보폭을 함께 하며 나란히 걸을 수 있게 되다니!


“몇 시쯤 그러셨어요?”

택시에 내린 그는 병원 입구에 놓인 휠체어에 힘겨운 부축을 받아 앉아야 했다.

"그게 말이죠.. 선생님.."


시월의 첫날, 둥근 달빛에 어두운 저녁마저 환하게 느껴지는 추석이었을 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작은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운동한다고 말하지만 제자리에서 종종걸음치 듯 장난는 그녀를 보며 그가 앞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도 그의 뒤를 쫓아 달다. 저만치 앞서 간 그가 속도를 줄이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오는 그녀를 바라본다.


하천을 따라 길게 놓인 산책로를 지나 초록잎이 늘어진 어느 집 담벼락 아래 아스팔트 위를 걷던 그가 다시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달릴까?"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달려가는 그를 따라 그녀도 다시 빠르게 뒤쫒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땅을 딛은 발이 불안하듯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한쪽 발이 그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두 손은 성과없는 듯 허공을 허우적대는 것이 슬로 모션처럼 한컷 한컷 지나갔다. 어떻게 할 것도 없이 허무하리만큼 눈 깜짝할 사이 그의 몸은 딱딱한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아.. 쪽팔려..” 넘어진 그에게서 작은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넘어진 상황에 무척 놀랐지만 쭉뻗은 큰 등치에 얼굴만 바닥에 파묻고 길바닥에 엎드려 있는 그를 보고 있으려니 이 난데없는 상황이 우스꽝스러운 시트콤이었다. 옆으로 지나가던 아저씨가 가던 길을 멈추고 이을 지켜보는 게 느껴졌던지 바닥에 넘어진 그는 얼굴조차 들지 않은 채 창피해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민망함을 희석시킬까 싶어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되려 크게 깔깔대며 부끄러워하는 그를 달랬다.      


그들을 지켜보던 아저씨가 자리를 떠나고 바닥에 엎드려 있던 그가 조금씩 고개를 든다. 얼른 그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다리를 움직이는 것마저 쉽지 않은지 고통이 느껴진다. 누가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짐작이나 했을까.


집에 도착해 타박상 연고를 바르면 좀 나아질까 아니면 뜨거운 찜질을 하면 좋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이런저런 방법들을 검색해 보며 별일이 아닐 거라 다독여 보지만 그가 앉고 일어서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지금 이 상황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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