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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온 Aug 03. 2015

기초대사량 증가의 말장난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살이 안 찐다'는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근력운동을 해야 해요. 근육이 생겨야 기초대사량이 늘어서 잘 안찌는 몸이 되죠.’

운동 시작한 사람들 중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근육이 늘어나는 것과 기초대사량의 상관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의 트레이너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단골로 꺼내는 명제 중 하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알려진 것에 비해,  근육의 증가가 가져오는 기초대사량의 변화 폭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우선 기초대사량이 정확히 뭘 가리키는 것인지 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Daum 백과사전에서 이야기하는 기초대사량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초대사량(basal metabolic rate, 基礎代謝量) : 생명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량

     

위 정의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 인간이 생명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 소모하는 필수 불가결한 최소한의 에너지량이 바로 기초대사량이다. 심장을 뛰게 하고, 두뇌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하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생명활동을 유지하는데 쓰인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소모되는 에너지량인데, 1981년 발표된 WHO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초대사량에서 몸의 각 기관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비율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볼 수 있다.


BASAL METABOLIC RATE IN MAN 

(http://www.fao.org/3/contents/3079f916-ceb8-591d-90da-02738d5b0739/M2845E00.HTM)


결과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Liver (간) 27%, Brain (뇌) 19%, Skeletal Muscle (근골격) 18%, Kidneys (신장) 10%, Heart (심장) 7%, other organs (그 외의 장기) 19%. 


물론 여기에도 개개인의 편차는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몸에서 근육이 소모하는 에너지는 전체의 20% 내외 정도다. 전체의 20% 밖에 차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트레이닝을 통해서 근골격량을 증가시킨다고 해서 과연 얼마만큼의 기초대사량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결국 근육을 만들어서 기초대사량을 높인다는 것은 일종의 말장난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용해야 하는 개념이 잘못된 셈이다.

활동대사량 측정

살을 뺀다는 절대명제에 있어서 실제로 의미 있게 작용하는 것은 기초대사량이 아니라 활동대사량(active metabolic rate) 개념이다. 활동대사량은 우리가 걷고, 달리고, 기타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동적 활동에 소모되는 에너지량인데, 똑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근육량이 많은 사람들은 더 높은 활동대사량을 가진다. 똑같이 한 시간을 달려도, 높은 근육량을 가진 사람과 왜소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 소모하는 에너지량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활동대사량은 활동의 강도에 따라 당연히 높아진다. 참고로 운동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기초대사량에 육박하는 에너지를 활동대사량으로 소모한다. 활동대사량에 대한 고려 없이 기초대사량만을 고려한 식단을 짜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기초대사량만을 충족하는 열량만을 섭취한다면, 몸은 활동할 에너지를 어디서 얻어야 할까?


그리고 사실 일반인은 자신의 기초대사량을 정확하게 알 수조차 없다. 자신의 기초 대사량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판단 기준은 대체로 피트니스 센터에 있는 체지방 측정기기일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이런 기기들은 정확도가 매우 낮고 오차율이 높다.


요즘 웬만한 피트니스에서는 거의 갖추고 있는 체지방 측정기기의 한 종류. 위 사진은 본문 내용에서 지칭하는 측정기와 관련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측정기기들은 전기 신호를 몸에 흘려보내서, 생체 전기저항을 사용해서 체성분을 분석하는 검사방법을 사용한다. 비침습형 측정기구라는 특성상 일정 이상의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 오차는 소프트웨어 내에서 보정이 크게 이루어진다. 애초에 검사 결과 자체가 뻥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실제로 체성분 측정을 정확하게 하려면 전극을 피부 내로 삽입해야 하고. 전극만이 아니라 센서 역시도 체내로 삽입해야 정확한 측정이 이루어진다. 신체 외부에서 측정할 때는 사람이 걸을 때 생성되는 진동, 옷이 몸에 쓸릴 때 생성되는 정전기로도 검사 결과의 폭이 달라질 정도의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재기 전날, 혹은 재는 날 아침에 뭘 먹었는지, 먹기 전에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 운동을 했었는지 등등에 따라서도 변동폭은 상당히 크다.


다만 침습형 측정은 실제로 시행하기엔 여러 모로 문제가 있어, 요즘은 실험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상 직후 소비하는 산소의 양을 측정하여 근사치를 구하는 것으로 대신된다.

게다가 총 대사량을 산출하는 과정에 개입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소화대사량이다.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고 흡수하여 온 몸으로 운반하는 과정도 엄연히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인데, 이 과정에서 소모하는 에너지 역시도 하루 소비하는 전체 신진대사량의 약 10% 내외를 차지한다. 과거에 모 연예인이 자신의 다이어트 비결로 하루에 물 8리터를 마셨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소화대사를 극도로 끌어올리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체내 전해질 농도에 이상이 생겨 생명에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물을 그렇게 많이 마시면서 일정 기간 이상 생활할 경우 신장이 버티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따로) 참고로 이 세 대사량을 모두 합한 것을 신진대사라 한다.


살을 빼고 몸을 만들기 위해서 감안해야 할 것은 기초대사량만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은 곧 신진대사를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하므로, 세 가지를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 특정 측정기기 제작사에 좋지 못한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여, 본문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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