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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un 06. 2017

예술적 가치의 영원함이란?

예술사-루시앙 프로이트는 왜 부인했을까?

BBC의 'Fake or Fortune' 진행자와 문제의 그림


‘시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정신분석학이란 새로운 방법론으로 인간을 심층 연구한 사람일 뿐 아니라 그는 또 유명한 몇명의 자손도 배출했다. 그가 말년에 영국으로 망명왔기에 그의 자손 몇명은 이곳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한명은 영국 국회의원(MP)으로 최근에 성추행이 알려져 사후에도 불명예를 안았다. 그의 또다른 자손 중 한명이 ‘루시앙 프로이트(Lucian Freud)’로, 그는 그냥 보통 유명한게 아닌 ‘아주’ 유명한 화가이다. 20세기의 몇명 주요 영국화가인 프란시스 베이컨과 아직 살아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16년 BBC(‘Fake Or Fortune’ 프로그램)에서 프로이트가 살아생전에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 작품이 사실 그의 작품이라고 판정이 났다. 어떻게 작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우겼는데 그걸 뒤집고 ‘진품’임이 판정됐을까? 이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벌어진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천경자 화가 작품의 ‘진짜냐 가짜냐’ 논쟁과 이우환 화가가 경찰은 가짜라고 했는데 화가 자신이 진짜작품이라고 주장한 것을 들수 있다. 아, 그리고 가수 조영남씨의 ‘대작’사건도 있다.

루시앙 프로이트의 논쟁이 된 작품은 1939년, 그러니까 2차대전이 터진 해에 그린 그림으로 ‘검은 삼각건을 쓴 남자(A man in a black cravat)’였다. 런던에 적을 둔 디자이너 ‘존 터너(Jon Turner)’씨가 보유하고 있는데 그는 오랫동안 이 작품이 프로이트의 진짜 작품임을 증명하려 애썼다.  2011년에 작고한 이 화가는 평생을 두고 이 작품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우겼고 존 터너씨가 진품임을 증명하는걸 수시로 방해까지 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추적조사한 결과 프로이트는 한때 친구였던 화가 ‘데니스 워스-밀러(Denis Wirth-Miller)’와의 불화로 서로 사이가 안좋았다고 한다(원수지간?). 그 불화의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프로이트가 평생 싫어한 화가 워스-밀러가 이 그림을 어떻게 소유하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시 그가 이 그림을 팔아서 한창 유명화가로 이름 날리던 프로이트에게 흠집을 가하려 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밀러는 세상을 떳고, 지금의 소유주인 존 터너씨에게 양도한 것이었다. 지난 1985년에, 즉 프로이트가 살아있을때, 예술작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가 진품이라고 판정했음에도 화가 자신이 아니라고하며 진품임을 인정하지 않았다(이우환 화가의 경우와 반대). 그러나 이 BBC 프로그램은 당시 그의 변호사와 연락이 닿아 이 변호사가 당시 프로이트와 통화한 내용을 발견했다. 그에 의하면 프로이트는 자기가 처음 이 그림을 그렸으나 누군가가 그위에 덧칠로 더 그렸고 완성시켰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현대적 장비로 그림을 조사한 결과 이 그림은 오직 한 화가에 의해서만 그려졌음이 판명됐다. 즉 프로이트가 직접 그렸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대화로 고백한, 비록 자신은 처음에 시작했으나 누군가에 의해 완성됐기에 자기 그림이라 할수없다, 라고 한 사실은 새겨볼만하다. 그렇지만 끝내 그 작품이 그가 그린것으로 판정됨으로 그의 주장에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면 그가 왜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을까? 물론 이 작품이 오랫동안 불화를 겪고 있었던 워스-밀러(Wirth-Miller)의 소유였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화가 자신이 필사적으로 자기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은 당시로도 너무 유명해진 ‘프로이트’란 ‘이름값’으로 팔수없게 한 것이라고 한다. 즉, 진짜 이유는 ‘프로이트’가 그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판매될 것이란 사실이다. 작년에 경매된 프로이트의 그림 ’Benefits Supervisor Resting’은 £35.8m(한화로 약 60억?)이었으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이 작가의 유명세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할수있다. 그가 청년 미술학도였을 때 그린 그림이라 그의 미술의 행적과 발전과정을 아는데 중요한 그림이겠지만 별 예술적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이 그림이 프로이트란 이름값으로 약 £300,000(5억?) 가치가 나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연유로 볼때 사실 미술적 가치도 가치이지만, 그림값의 대부분이 이런 화가 자신의 유명세로 가격이 책정된다.

조영남씨의 경우도 이 경우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화투 그림의 예술적 가치보단 비슷비슷한 그림들이 그의 연예인 이름값이 보태져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지만 사실 그 그림을 산 사람이 ‘그림’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보고 샀을까? 아니면 조영남이란 연예인이 그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샀을까? 물론 투자의 이유로 샀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현대사회는 ‘셀레브리티(celebrity)’ 사회이다. ‘아비투스(habitus)’란 개념을 유행시킨 프랑스 사화학자겸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어(Pierre Bourdieu. 보르디외)’가 말한 예술(문화)시장의 구조는 이를 잘 말해준다. 유명하다는 말은 그의 이름값과 ‘정비례’한다는 것이고 가격으로 그 사람의 유명 정도와 등급이 매겨진다. 축구 선수의 연봉과 할리우드 배우의 출연료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 이름값은 ‘자본(capital)’과 막바로 연결된다. 영국의 미술 후원자겸 사업가인 ‘찰스 사아치’가 1990년대에  '유명세'와 '현대 언론'의 관계를 응용해 영국 YBA를 세계적으로 유행시켰었다. 예술이 이렇게 돈으로만 평가된다면, 즉 이름값으로만  평가된다면 사실 성경 코헬렛(Ecclesiastes)에서 말한 ‘헛되고 헛된(vanity of vanities. 코헬렛 1:2)’것이 되고 만다. 이 이름값은 멀지않아 허공에 사라질 것이다. 공공미술관에 걸려 수백년을 통해 관람자들에게 영감(inspiration)과 진리(truth)를 말해 주는 미술이 '진짜 미술'이다.


문제가 된 그림.
루시앙 프로이트
eflection (Self-portrait), 1985 Private Collection, Ireland © The Lucian Freud Archive. Photo: C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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