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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Aug 11. 2017

복날에 견공[犬公]씨를 조우하다...

프랑스 여행 에세이-

복날에 개를 본다는 것은 복날에 닭을 보는 감정과도 다르다. 몇 한국인에겐 말이다... 한때 프랑스와 세계를  뒤흔들었던 지성인들이 모여 토론하고 커피를 마셨던 곳, 파리의 '카페 드 플로라(Cafe de Flora)'에 갔다. 그것도 복날에! 그리고 또 우연인지 운명인지, 프랑스 견공씨가 떡하니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말많은 친구들과 만나 토론을 즐겼던 곳, 피카소가 그림을 구상하였던 곳, 멀리 미국에서 방랑자로 이국 프랑스에 머물며 가난하지만 행복했다고 한 헤밍웨이가 자주 들렀던 '카페 드 플로라'에서 난 이 프랑스 견공 [犬公]씨와 우연히 마주친 것이었다.  견공씨는 바로 옆 테이블 위 나의 진한 에스프레소와 나를 멀둥멀둥 쳐다보았다. 주인 아줌마와 아저씨는 실존철학자처럼 토론하는지 싸우는지 열심히 끝도없이 대화하고 있었다. 그들의 알아듣지 못하는 불어대화를 들으며 이 복날에 개만 생각하는 우리나라 몇몇 아저씨들이 잠깐 떠올랐다.


'참 다행이네요(Tu es très chanceux!)'


속으로 견공씨에게 말했다. 땅바닥도 아니고, 덩치도 크고 무게도 제법 나갈 텐데 주인 아저씨의 무릅팍에 턱하니 안겨서 세상만사 편안하게 앉아있는 견공씨는 행복해 보였다.


'오늘이 복날이란 걸 견공씨는 혹시 알까?'


그냥 땅위에 내려놔도 될 걸 굳이 어린애 마냥 무릅위에 앉히는 걸보고 그들의 관계가 범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카페의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을때도, 또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을 때도 찡긋하며 견공씨에게 눈짓으로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부인인지 친구인지 앞자리의 여인과 열심히 얘기하다가도 가끔씩 견공씨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걸 그는 잊지 않았다. 거기에다, 견공씨가 심심할까봐 가끔


'괜찮아(Ça va)?'


라며 묻고 체크하는 잔정도 보여주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혹시 사진찍어도 되느냐고 엉성한 불어로 물어봤다. '위(Oui)'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곤 견공씨에게 사진찍힌다며 카메라를 쳐다보라고 몇번이나 등을 쓰다듬으며 재촉했다. 그러나 견공씨는 사진엔 도통 관심이 없어보였다. 견공씨는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을 자유가 있었다. 카페를 떠나며 주인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메흐시(Merci)'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특별히 견공씨에게도 '오 르보아(Au revoir)' 작별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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