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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Aug 15. 2019

악마는 왜 영혼을 원할까?

tvN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에 나오는 악마 모태강은 작곡가 하립에게 계약기간 10년이 끝났으니 영혼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대부분 픽션이 그렇듯이 피계약자 하립은 못하겠다고 버티고, 악마는 1등급 영혼을 가진 다른 인간을 데려오면 봐주겠다며 타협안을 제시한다. 


1등급 영혼, 최고로 순수하고 착한 영혼을 원한다는 것인데 왜 하필 악마는 그렇게 지순한 영혼이 필요한 걸까?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데빌스 애드버킷> <콘스탄틴>, 소설 <파우스트> 등 픽션에 등장하는 악마는 한결같이 제법 가치있는 인간의 영혼을 원한다. 악마가 지배하는 지옥에는 오히려 악당들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도 말이다. 

살인자, 강도, 사기꾼, 양아치 그 외에 법망을 피해 교묘하게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영혼, 이른바 쓰레기 영혼은 악마도 별로 원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쓰레기 영혼은 악마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지옥으로 찾아오니까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다. 

둘째, 고귀한 영혼을 타락시켜야만 그들의 세력을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카톨릭교회 교리서 414항에 보면 '악마는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반역에 인간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말이 적혀있다. 언뜻 보기에 말이 되는 것 같다. 하느님의 뜻을 거부해 악한 영혼이 된 악마가 반역에 성공하려면 세불리기는 필수, 이왕이면 영리하고 강한 영혼을 끌어들이면 승률은 높아진다. 


그런데 순수하고 선한 영혼은 왜 필요한가? 순수한 영혼이 강하기까지 하면 좋겠지만 세 불리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되고 괜한 순수성으로 악마의 마성을 약하게 하면 어쩔 것인가? 


결론은 악마 특유의 호승심이나 자랑질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봐, 겉보기에 착하고 순수해보여도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주니까 결국 날 따라왔잖아. 애초에 선한 영혼은 없는 거야. 아직 타락하지 않은 영혼이 있을 뿐이지."

때문에 악마는 영혼을 넘기는 조건으로 '뭐 든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재밌는 건 악마는 약속을 잘지키는데 반해 피계약자인 인간은 어리숙한 악마마저 속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한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수십년간 악마를 종처럼 부려먹고도 천국에 갔고, <콘스탄틴>의 퇴마사는 악마가 폐암치료까지 해주며 그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이렇다보니 자발적으로 악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인간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나중에 영혼이야 어찌되든 말든 일단은 거지같은 일상을 탈출해 제대로 폼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 '악마는 순수한 영혼을 원한다.'

아뿔사, 악마를 만나려면 먼저 영혼이 순수해져야 하는 구나. 착하게 사는 게 먼저라니, 역시 이번에도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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