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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Apr 17. 2024

운수 좋은 날

'아, 너무 잠이 오고 피곤하다. 머리가 아프다. 글쓰기 모임도 가야 하는데.
가야 하나, 자야 하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 모임 멤버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는 마음으로 뒤늦게 향한 책방가는 길.

요즘 한참 빠져든 고민에 역시나 마음은 암전 상태다.







도대체 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거지?


책 쓰기 프로젝트 전, 쓰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 경쟁도서는 무엇일지, 판매지수는 어떤지 살펴보는 시간.

머리가 뎅하고 울리는 기분.



영국을 다녀와본 적도 없는 사람이 영국 이야기를.

직업적인 성취가 없는데 일이야기를.

그렇다고 소설을 쓸 것인가.

이도저도 아닌 여기저기 발만 담그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막상 닥치고 보니 두려워졌다.

누구에게나 스토리가 있다면서 호기롭게 생각하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


힘들지만 이렇게 학생들 또는 내 아이를 영어 영재로 키워냈어요도 아니었다.

피부관리실을 엄청나게 키워낸 사업스토리도 아니요

영국을 다녀온 것도 아니었다.

고전에 대한 대단한 공부나 학위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올시다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소설을 쓸 것도 아닌 지금의 난 그 무엇을 책으로 쓴다는 건지.


도서관에서, 온라인 서점에서 무수히 많은 책들을 살펴보며 원하는 내용이 그리 인기가 많은 분야가 아닌 것도 알게 되었고, 감히 팔리는 책이냐 쓰고 싶은 이야기냐를 논할 단계도 아니지만 판매부수라는 것도 살펴보며 고민을 하게 되었다. 뭘 쓰던 어중간한 경험치와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순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돈 있어도 쓰고, 없어도 쓴다.

한 번의 선택이 또 다른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던 그 선택처럼 말이다.


글쓰기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다시 정리했다. 

글은 끝까지 완성은 없다. 마감기한만 있을 뿐. 무조건 쓰면 된다. 

매일의 글이 쌓이고 쌓이면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 뭔가 한 덩어리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냥 하루하루를 잘 살다 보면 인생이 살아지는 것처럼.

굳이 계획하지 않고,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어쩌면 미리 쓰고 싶은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민 없이 마냥 강의장에 갔으면 과연 어땠을까.

생각하지 않은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강물일 뿐이다.

그곳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만드는 건 나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민하고 골머리를 썩고, 방황하고 의기소침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거쳐 다시 매일을 산다. 


나의 한계를 긋지 말고, 남의 것을 보지 말고.

저스트 고.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냥 쓰다 보면, 써질 것이다. 

이렇게 매일이 운수 좋은 날이다. 



사진: Unsplash의Brando Makes Br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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