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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Apr 25. 2022

배움의 기억에 선생님은 없다

도널드 L. 핀켈 <침묵으로 가르치기>, 다산초당, 2010


'훌륭한 교사'라고 하면 유창하고 열정적인 말솜씨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영감을 불어넣는 사람을 말한다. 도널드 핀켈은 이런 교사상을 지나치게 편협하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교수법을 제안한다. 그것이 바로 '침묵으로 가르치기'이다.



<침묵으로 가르치기> 도널드 핀켈이 30여 년 동안 갈고닦은 교육관을 모아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교사에게 새로운 교수법을 제안하는 지침서라기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다양한 방법을 성찰해보게 한다. 저자는 21년간 에버그린 주립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가르치는 내내 교수법을 실험하고 토론하고 성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은퇴한 후 이 책을 썼다. 획기적이면서도 매우 구체적으로 교수법을 설명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경험'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분석하면서 독자에게 수준 높은 지혜를 전한다.



책의 주요 내용으로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무엇인가, 책이 말하게 하라, 학생이 말하게 하라 등 총 9가지 챕터로 구성했다.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저자는 "독자에게 교육을 논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책은 독자를 '말'로 가르치지 않는다"라언급하며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을 차분히 다 보면 저자의 의도처럼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이 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어떤 면에서 부족했는지 돌아보게 다.



'배움의 기억에 선생님은 없다'



저자는 1강에서 "배움의 기억에 선생님은 없다"라고 화두를 던진다. 그는 잠시 책을 내려놓고 아래의 간단한 질문지에 답해 보라고 제안한다. "인생 전반의 경험을 돌이켜보고 이를테면 살면서 오래도록 중요한 향을 미친 배움의 순간이나 사건"을 질문에 대입해 보라고 다. 한 가지든 두 가지든 세 가지든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건을 적은 후, 아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해보라고 다.



1. 교실에서 일어난 일인가?
2. 학교에서 일어난 일인가?
3. 배움의 경험을 얻는 데 교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
4. 배움의 경험을 얻는 데 교사와 유사한 인물(예: 코치, 성직자, 학교 상담사, 무대감독)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
5. 3번이나 4번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면 교사나 그 인물이 실제 배움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6. 전체적으로 배움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이었는가?
(p.29-30)



'삶에 오래도록 요한 영향을 미친 사건'은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사춘기와 함께 교우관계와 공부에 어려움을 겪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다. 위의 여섯 가지 질문대입해 보았더니 1번 2번 항목에만 해당되었다. 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배움의 경험을 얻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대학 입시라는 공동의 목표에서 소외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공부 대신 간헐적 독서와 글쓰기로 사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때때로 몇몇 친구들의 관심과 칭찬이 위로가 되었고, 문학으로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돌아보니 내 지나온 삶 가운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배움의 기억에 선생님은 없었.



'가르치기'를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침묵으로 가르치려면 우선 '가르치기'를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교사에게 주어지는 권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학생의 일상적이고 암묵적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생이 권력을 떠맡고 스스로 교육을 책임지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권위까지 넘겨줘서는 안 된다. 권위가 없으면 교사 노릇도 할 수 없다. 따라서 권력과 권위를 구별하는 것이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핵심이 된다. (p.253-254)



저자는 7장 '민주적인 선생님이 돼라'에서 '가르치기를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핵심인 '권력'과 '권위'를 구별하라것이다. '권력'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이다. '권위'는 다른 사람들을 통솔하여 이끄는 힘이다. 권력을 학생이 떠맡고 교사는 권위를 갖는 교육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선생님이 침묵하면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한다!



교사가 많은 걸 알려주면 학생들은 생각하고 경험할 기회를 빼앗긴다. 학창 시절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기간이 길다 보니 일방적인 가르침이 익숙하고 편했다. 하지만 내 것이 되지는 않았다.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쉽게 빠져나갔다. 반면에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했던 배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성취감을 주었다.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적용해볼 만한 생각 거리를 준다. '가르친다'는 의미는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진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서도, 상사가 부하직원을 이끄는 회사에서도, 그밖에 배움과 가르침이 일어나는 모든 대입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배움'과 '가르치기'는 학교 교육에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 학교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을 비롯해 배움과 가르치기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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