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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Aug 26. 2021

행복한 투사의 창조적 저항 '분노하라'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돌베개, 2013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사회비평 도서를 읽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돌베개, 2013)는 진보의 역사를 위해 젊은이들이 참여와 저항으로  분노할 것을 촉구하는 책이다. 젊은이들 각자가 분노의 동기를 가지고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울 때 역사는 더 큰 정의와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아프간의 여성 인권 문제를 떠올리며 '분노하라'라는 메시지는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 세계가 전쟁의 연속이었다.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약소국을 침략했고, 개인의 인권, 특히 여성의 인권은 보호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책이 흥미롭게 읽혔다.




저자 스테판 에셀은 1917년 독일 베를린 예술가 가정에서 태어났다. 7세에 프랑스로 이주하여 20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레지스탕스 일원으로 활약했다. 1944년 연합군의 상륙 작전을 돕던 중 체포되어 사형선고까지 받았으나, 극적으로 탈출하여 전쟁이 끝난 후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1948년 유엔 세계 인권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향년 93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인권과 환경 문제 등 열정적인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의 저서로 <세기와의 춤>(1997), <국경 없는 시민 - 장 미셀 엘비그와의 대화>(2008), <참여하라 - 질 반데르푸텐과의 대담>(2011) 등이 있다.



<분노하라>는 2011년 출간되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93세의 노장이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그들의' 역사에 의미를 부여한다. 작은 분량의 책인데도 명확한 주제를 담아 읽는 이의 마음을 설득력 있게 끌어당긴다. 주된 내용으로는 '레지스탕스의 동기, 그것은 분노', '역사를 보는 두 관점',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 이외에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단순히 '저항'의 의미를 넘어 역사적인 용어로 쓰이는 레지스탕스 정신이 세대를 이어 잘 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레지스탕스의 기본 동기는 분노였다. 레지스탕스 운동의 백전노장이며 '자유 프랑스'의 투쟁 동력이었던 우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호소한다. 레지스탕스의 유산과 그 이상(이상)들을 부디 되살려달라고, 전파하라고. 그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중략)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15쪽)



저자에 따르면, 젊은이들의 분노는 곧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는 길이다. 반대로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분노할 수 있는 힘은 참여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 사이에 가로놓인,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격차, 이는 20세기와 21세기가 낳은 새로운 폐해다. 세계 인권 선언의 문안을 작성하는 데 참여했던 그는 '보편적' 권리들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레지스탕스 정신과 전통이 자유와  평등, 박애의 정신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모든 시민에게 생존의 방편이 보장되는 사회, 특정 개인의 이익보다 일반의 이익이 우선하는 사회, 금권에 휘둘리지 않고 부가 정의롭게 분배되는 사회가 곧 희망적인 사회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스테판 에셀은 행복한 투사다. 그는 마지막 메시지에 긍정과 희망을 담아내며, '분노'라는 단어를 승화시킨다. 창조와 저항이라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 레지스탕스의 정신이 계승되고 분노의 목소리가 멈추지 않을 때 역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인간의 자유를 선언한 '인권 선언'의 가치 또한 발휘될 것이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39쪽).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는 무관심으로 외면했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 다소 무겁고 강렬하게 다가왔던 주제가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가슴 깊이 파고든다. 역사의 흐름 가운데  분노는 곧 창조적 저항이자 인권이지 않을까. 왕년의 레지스탕스였던 93세 노장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진리이자 희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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