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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Sep 09. 2021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질 라보, 서해문집, 2015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경제활동은 가계, 기업 등에 의해 이루어지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소비, 소득의 분배 따위의 경제에 관련된 모든 행동을 말한다. 코로나19와 함께 이와 같은 경제활동에도 급격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최근 정부와 경제 관련 부처에서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갑론을박을 벌인 것만 봐도 그렇다. 서로 다른 이견 끝에 고소득자 12%를 제외한 전 국민 88%에게 인당 25만 원씩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12%와 88%로 갈라지는 빈익빈 부익부에 대해 생각하던 차에, 경제 관련 도서 질 라보의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서해문집, 2015)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세상을 움직이는 4가지 경제이론에 대한 명쾌하고 간결한 경제학 입문서다. 경제사상사를 다루는 이 책은 자본주의 3백여 년의 역사를 간명하게 서술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의 네 가지 표상을 다룬다. 여기서 '표상'이라 함은 우리가 경제 현실에 대해 갖는 이미지, 우리가 '경제'라고 이름 붙이는 이미지를 가리킨다. 저자는 종래의 '과학적' 학술 발전사를 다루는 서술 방식을 버리고, 시장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결정했던 대표적인 '표상'의 변천사를 요약 설명한다. 경제를 바라보는 네 가지 방식은 애덤 스미스의 '시장',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순환', 칼 마르크스의 '권력관계', 칼 폴라니의 '자연과 인간'이다. 네 가지 주장 중에 저자는 최근에 나온 칼 폴라니의 '사회와 자연'이라는 표상을 부각한다.



GDP는 계속해서 증가했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 성장이 주는 혜택은 폭력, 개인의 고립, 건강 악화(암, 비만 등), 오염 등 성장이 낳는 해악과 비등해진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사회의 부조리함으로 설명된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향상되었지만 이웃이나 동료와 똑같은 혹은 그 이상의 소비 수준에 도달하려면 엄청난 노동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은 마치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와 흡사하다. 쳇바퀴 속에서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옆 사람을 넘어서지 못한다. 옆 사람도 죽을 만큼 달리기 때문이다. (103쪽)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노동자는 임금을 받는 대가로 자본가를 위해 일한다. 자본가라고 불리는 일부 개인은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의 일부를 획득한다. 자본가가 만들어낸 노동 분업은 인간의 자유 의지와 창조성을 먹고살기 위한 단순 활동으로 전락시킨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자본가의 끝없는 욕심과 불공평한 부의 분배, 빈부의 격차로 인간과 자연을 소외시킨다. 노동의 주체인 인간과 토지의 주체인 자연의 운명이 자본주의 시장에 파괴되어가는 거에 반대하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각기 다른 사회 환경과 교육, 종교적. 정치적 신념과 가치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경제라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타당성 있는 서로 다른 주장으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명이 아닌 여러 경제학자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저자의 설명에 공감하게 다. 칼 폴라니가 주장하는 새로운 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로 나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제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나에게 자본주의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책이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GDP(국내총생산) 뿐만 아니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경제활동에 갇힌 인간의 행복지수도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저자는 파리 8대학 유럽연구소에서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경제에 대한 편견 지침서>(2003)와 <유럽헌법에 반대했던 열두 명의 경제학자들>(2005)을 공동 저술했다. '경제학 교육 개혁을 위한 학생 운동'을 공동 창립했다. 진보 성향의 경제 월간지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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