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열린 책들, 2019
서로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 헤르만 하일너와 한스 기벤라트가 제일 심했다. 경박한 소년과 진중한 소년, 시인과 공붓벌레, 둘 다 아이들 사이에서 제일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난 소년으로 통했지만, 하일너는 반쯤 조롱하는 의미로 천재라는 명성을 누린 반면 한스는 모범생이라는 평판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을 성가시게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저마다 자신들의 우정을 쌓기 바빴고 그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104-105page)
만약에 시험에 떨어진다면 다른 선택을 해도 돼요?
조숙한 소년은 병이 든 지금에야 비현실적인 두 번째 유년기를 겪고 있었다. 유년기를 도둑맞은 그의 마음은 막혔던 둑이 터지듯 밀려오는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도망친 것이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추억의 숲 속을 헤매고 다녔다... (중략)... 그의 내면에서 기만당하고 억압당했던 어린 시절이 마치 오랫동안 막아 놓았던 봇물이 터지듯 용솟음쳐 올랐다. (169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