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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Dec 18. 2021

다른 선택을 해도 돼요?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열린 책들, 2019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히고 또 읽히는 책을 불멸의 고전이라고 한다. 청소년기에 접했던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다시 읽으며 요즘  청소년기 방황 다를 바 없음 새삼 놀랐다. 10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교육 제도갇혀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공부와 성적으로 평가받는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 이후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아 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데,  다른 선택을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저자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칼프에서  태어났다. 1891년 주(州) 시험에 합격하여 마울브론 신학교에 진학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7개월 후 학교에서 탈주했다. 그 후 자살 기도를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방황을 거듭했다. 그 후 1898년 첫 시집 '낭만의  노래'로 문단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데미안>이라는 책을 썼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194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청소년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내성적인 모범생 한스와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하일너의 내면의 갈등다루며 청소년기의 방황을 보여준. 주인공 한스에게는 정해져 있는 미래가 있다. 단 하나의 좁은 길, 주(州) 시험에 합격해 신학교에 들어가고 신학 대학에 진학해 교수나 목사가 되는 길이다, 숨이 막힌다. 자신이 진짜 원하고 고민해서 가는 길이 아니. 신학교에서 상처 입고 파멸로 치닫는 한스와 방황하며 이탈하는 하일너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어 아픈 청소년기를 투영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 헤르만 하일너와 한스 기벤라트가 제일 심했다. 경박한 소년과 진중한 소년, 시인과 공붓벌레, 둘 다 아이들 사이에서 제일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난 소년으로 통했지만, 하일너는 반쯤 조롱하는 의미로 천재라는 명성을 누린 반면 한스는 모범생이라는 평판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을 성가시게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저마다 자신들의 우정을 쌓기 바빴고 그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104-105page)


학창 시절 아이들만의 세계는 풋풋하고 싱그럽다. 아이들마다 타고난 재능과 기질이 있다. 하지만 학교라는 교육 제도 속에서 성적으로 평가받으며 획일화된다.  기억 속의 여고 시절 3년은 외롭고 지루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삐그덕거리며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공부와 담을 쌓은 학생이 매일 학교를 오가는 일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시를 끄적이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만약에 시험에 떨어진다면 다른 선택을 해도 돼요?



주인공 한스가 어느 날 아버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아버지는 물론 학교 선생님도 목사님도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탁월한 재능을 가진 한스는 우쭐한 감정도 느끼지만 마을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는 중압감이 더 크다. 그런 한스를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못내 씁쓸하. 한스가 공부에 손을 놓고 방황할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주는 어른이 없다. 더 이상 촉망받는 모범생이 아닌 한스는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좌절한다


조숙한 소년은 병이 든 지금에야 비현실적인 두 번째 유년기를 겪고 있었다. 유년기를 도둑맞은 그의 마음은 막혔던 둑이 터지듯 밀려오는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도망친 것이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추억의 숲 속을 헤매고 다녔다... (중략)... 그의 내면에서 기만당하고 억압당했던 어린 시절이  마치 오랫동안 막아 놓았던 봇물이  터지듯  용솟음쳐 올랐다. (169page)


잘못된 교육 제도 속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통째로 도둑맞은 주인공 한스삶은 혼자만이야기가 아니다.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자화상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세대를 뛰어넘어 답습된다.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사교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간을 소비.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장거리 마라톤을 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휴학을 하거나 자퇴를 하는 학생들이 고 있다. 스스로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선택한 삶이 아니때문이다. 좋은 대학이 목표가 아닌, 삶의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문화가  자리매김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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