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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Sep 13. 2015

두 번째. 품격의 껍데기 라이카 D-LUX

명품 껍데기 속의 성실함

이별 후에 추억해 보는 너
라이카 D-LUX (Typ109)



참으로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2014년 말 출시된 라이카 D-LUX Typ 109는 현재까지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라이카 카메라로 대형 이미지 센서의 화질과 초소형 설계의 휴대성, 4K 동영상에 무선 통신까지 지원하는 다기능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충족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고,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가지다 결국 출시 직후 구입하게 되었죠. 하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결국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난 사진들을 보고 이 카메라에 대한 것들을 추억해보면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제가 사용했던 어느 카메라보다 짧고, 그러기에 더욱 강렬했던 라이카 D-LUX Typ 109, 이 카메라의 소감을 마지막으로 남겨 보려 합니다. 이미 떠나간 후에 말이죠.




LEICA D-LUX (TYP 109)


4/3인치 High sensitivity MOS 이미지 센서

1,280만 유효 화소

LEICA DC Vario-Summilux 10.9-34mm (35mm 환산 24-75mm) 렌즈 (8군 11매)

F1.7 - 2.8

P/A/S/M

1/4000 - 60초

ISO 100 - 25600

4K 동영상 촬영 (3840 x 2160)

초당 11매 연속 촬영

광학 OIS

3cm 접사

3인치 92만 화소 디스플레이 (고정형)

27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

Wi-Fi 무선 통신


117.8 × 66.2 × 55 mm

365g 



이번 D-LUX의 특징은 D-LUX  6까지의 기존 D-LUX 시리즈를 완전히 재설계하여 1/1.7인치 이미지 센서 대신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의 대형 이미지 센서가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모델명 역시 D-LUX 7이 아니라 새롭게 D-LUX가 된 것이죠. -물론 이 네이밍은 M, X, T, C 등 최근 라이카의 제품 네이밍 변경 때문이라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만- 따라서 이전 D-LUX 시리즈와 이번 Typ 109 제품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전 D-LUX 시리즈의 자리는 조금 더 가볍고 콤팩트한 마이너 버전의 라이카 C로 대체되었다고 봐야겠죠. 물론 시리즈의 무게나 제품 성능 등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만, 화질과 휴대성 모두를 잡으려던 이전의 D-LUX 시리즈가 화질 중심의 D-LUX, 휴대성 위주의 C로 양분되었다고 봐도 좋겠네요.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라이카가 직접 한 것은 아니고, 아시다시피 라이카의 콤팩트 카메라 시리즈는 -정확히 말하면 X 시리즈 이하 제품들- 파나소닉이 제조한 카메라입니다. 기술 협약 관계에 있는 두 회사의 '협업' 제품 격이죠. 협업 제품이라고 하기엔 라이카 D-LUX는 '껍데기'에만 신경 쓴 것 같지만. 이런 시리즈는 최근 발매한 D-LUX와 V-LUX, C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파나소닉 미러리스 카메라의 교환 렌즈 중 일부, 그리고 콤팩트 카메라에 라이카 렌즈가 출시/탑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D-LUX Typ 109는 엄밀히 말하면 라이카 디자인의 파나소닉 카메라입니다.  동 시기에 출시한 LX100이 이 형제 모델이고요.

LX100(왼쪽)과 D-LUX(오른쪽)

어쨌든 D-LUX Typ 109는 현재까지 출시되었던 어떤 라이카 콤팩트보다 '당당한' 사양으로 출시되었습니다.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견제가 가능한 이미지 퀄리티에 파나소닉의 탁월한 기계 성능까지 업었으니 라이카 카메라에선 쉬이 상상할 수 없었던 '고성능 카메라'로 출시된 것이죠. 제 눈길을 끈 것도 이 점이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노인네 M 말고 좀 더 Young 한 서브 카메라가 필요했거든요. 물론 사용하는 동안 이 '다기능/고성능'에 대한 욕구는 충분히 채워졌습니다.


이전까지의 D-LUX와 궤를 달리하는 대형 이미지 센서


역시나 대형 이미지 센서의 풍부한 화질이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Typ 109가 이전까지의 D-LUX 시리즈와 비교해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바로 이 이미지 센서의 변화입니다. 흔히 '똑딱이 카메라'와 '전문가용 카메라'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품질의 우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이죠. 기술 발전이 빠른 요즘 '반드시'는 없지만, 동시대 카메라에서 이미지 센서가 클수록 화질이 좋다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ex) 많이 먹으면 배부르다, 돈이 많으면 부자다-


D-LUX Typ 109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는 18.0 x 13.5mm 크기의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으로 우리에게 올림푸스 PEN이나 OM-D, 파나소닉 LUMIX G 시리즈 등의 미러리스 카메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위 두 제조사의 주력 시스템이자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된 것과 같은 크기의 이미지 센서가 사용된 것이 D-LUX, LX100의 첫 번째 '혁신'이자 '핵심'입니다. 이 작은 카메라에 대형 이미지 센서를 넣으면서 작으면서도 사진 잘 나오는 카메라가 탄생한 것이죠. 최근 각 제조사에서 DSLR/미러리스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스마트폰 사이의 '틈새 시장'을 노린 대형 센서의 콤팩트 카메라를 앞다퉈 발매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니의 RX100, 후지필름 X100, 캐논 G1X, 니콘 Coolpix A, 리코 GR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이 중 줌렌즈를 탑재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적어 D-LUX에 강점이 있죠.


이전 D-LUX도 뛰어난 휴대성에 고화질로 꾸준히 사랑을 받았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똑딱이' 범주에서였을 뿐, D-LUX는 본격적으로 타사의 미러리스 및 동급 콤팩트 카메라와 경쟁할 체급으로 기획되었죠. D-LUX6의 형제 모델인 LX7을 사용해 보았지만, D-LUX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카메라입니다. 위 표에서 1/1.7인치와 four thirds 계열의 차이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전자가 이전의 D-LUX, 후자가 Typ 109죠


100% 확대 사진


이미지 센서의 변화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저에게 만약 D-LUX 6와 DSLR 카메라 중 어느 것을 들고 여행을 떠나겠느냐 묻는다면 크기와 무게에 대한 부담에도 주저 없이 DSLR 카메라를 선택하겠지만 Typ 109가 놓인다면 여행의 성격에 따라 생각이 많이 바뀔 것입니다. 휴대성 때문에 화질은 어느 정도 '접고 넘어갔던' 이전의 아쉬움이 Typ 109의 대형 이미지 센서로 상당 부분 해소가 된 것이죠. 실제로 D-LUX와 M을 가지고 다녀온 모스크바 여행에서 D-LUX는 종종 매우 만족스러운 이미지를 안겨주었으며,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이 정도면 여행용 카메라로서 굳이 무거운 DSLR/미러리스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쉽게 설명하기 위한 이 카메라의 체급은 '콤팩트 카메라와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중간'이지만, 사실 센서 크기 비교에서도 볼 수 있듯 상위 체급에 훨씬 가깝습니다. 렌즈 교환을 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올림푸스, 파나소닉의 쟁쟁한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크게 기죽지 않고, 촬영 환경이나 사용자 역량에 따라서는 충분히 APS-C 센서의 DSLR/미러리스 카메라 -그러니까 캐논, 니콘, 소니 너네들- 부럽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처음 D-LUX가 발표되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렌즈 교환 카메라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저에게, 작으면서도 화질이 보장되는 콤팩트 카메라는 서브 카메라로서 가장 만족을 주는 제품이었고, 게다가 평소 원하던 뷰파인더와 무선 통신,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까지 갖췄으니 그야말로 '이상형'이 된 거죠.


그렇다면 단순히 크다는 것 외에 D-LUX의 이미지 센서 품질은 어떨까,

코트 주머니에 넣을 수 있고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는 이 작은 카메라에서 얻을 수 있는 이미지로서는 충분히 합격점입니다.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수준의 결과물을 동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섬세한 표현력과 발색 역시 커진 이미지 센서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카메라를 제 서브 카메라로서 본다면 평가가 조금 달라지는데요, 마이크로 포서즈 카메라를 오랜만에 사용해보는 저에게 APS-C 센서과 육안으로 구별되는 저감도에서의 거친 입자감과 노이즈, 그리고 1200만의 다소 낮은 화소가 아쉬웠습니다. 저의 촬영 환경에서는 종종 이 APS-C와의 작은 차이가 결과물을 통해 크게 다가왔으며, 화소가 다가 아니라지만 1200만 화소 역시 현시대의 카메라로서는 부족했습니다. 화소가 낮으면 이미지 품질, 특히 고감도에서 이득이 있다지만 실제 사용해 본 소감으로는 그 역시 크게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결국, 이 작은 불만은 제가 D-LUX를 방출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F1.7, 광학 3배 줌 라이카 렌즈



대형 이미지 센서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그러면서도 D-LUX 시리즈 전통의 휴대성을 고수할 수 있는 렌즈가 필요했겠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 LEICA DC VARIO SUMMILUX 렌즈입니다. 35mm 환산 24-75mm의 광학 약 3배 줌을 지원하면서 F1.7 최대 개방 촬영까지 가능한 '밝으면서 활용성까지 좋은' 렌즈인데요, 게다가 침동식 구조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이렇게 얇기까지 하니 렌즈의 완성도가 정말 높습니다.


제가 원하는 서브 카메라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또 이 줌렌즈였는데요, 35/50mm 등 단렌즈만 사용할 수 있는 M을 사용하면서 종종 좋은 장면을 이 화각의 차이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어떤 카메라보다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서브 카메라로서의 요건을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D-LUX의 렌즈는 충분히 넓은 24mm 광각과 아쉬운 대로 클로즈업 촬영이 가능한 75mm 망원이 합격점을 받았죠.


< 광각(와이드) 촬영 >


< 망원 촬영 >


여느 라이카 렌즈가 그렇듯 비록 파나소닉 제조이지만 D-LUX의 렌즈 성능 역시 뛰어납니다. 작은 크기를 위한 설계의 한계에도 부족함 없는 화질을 보여주며 1200만 화소 이미지를 충분히  서포트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구조의 한계상 주변부 화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는 개방 촬영일수록 심하였고요, 하지만 역시나 저의 용도는 서브 카메라였고,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으므로 넘어갑니다.


화질보다는 줌렌즈의 다양한 화각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특히 M 시리즈에선 사용이 다소 제한적인 광각 촬영이 풍경이나 여행 촬영에서 만족도가 높았는데요, 대부분의 촬영을 35mm로 하는 저에게 '24mm가 이렇게 넓고 매력적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망원 촬영은 멀리 있는 피사체를 최대한 당겨 찍는 용도 외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D-LUX의 광학 3배 줌은 망원보다는 광각이 그 만족도가 컸던 것으로 정리합니다, 참 16:9 비율을 사용하면 그 '맛'이 좀 더 살아납니다.



이미지 센서의 품질에서 예상치 못한 불만족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D-LUX Typ 109의 렌즈에서는 큰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 '작은 렌즈의 성능은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큰 역할을 한 것이겠죠. 주변부 화질에 약간의 불만이 있지만 조리개를 조여 촬영하면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오랜만에 24mm 광각 촬영을 하게 되니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특히 이 광학 3배 줌은 여행에 주로 사용하게 되는  24mm부터 75mm의 표준 줌 렌즈의 초점거리에 해당되니 단렌즈 카메라보다 그 활용도가 매우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카메라를 여성 유저들의 여행용 카메라로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M 시리즈를 사용하면서 줌렌즈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전자식 레버로 변경하는 줌 조작이 매우 낯설고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렌즈 경통에 조리개 링을 채용하는 김에 기계식 줌도 지원했으면 아마 이 광학 3배 줌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랬다면 분명 이만큼 얇은 렌즈는 되지 못했겠죠. 전동식 줌이 저에겐 다소 이질적이고 주밍 속도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을 빼면 렌즈에 대한 불만은 없었습니다.


문득 줌렌즈로 넓어진 선택권이 때로는 촬영자에게 없어도 되는 고민을 안겨주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형 센서/대구경 렌즈를 이용한 다양한 심도 표현



편하게 아웃포커싱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D-LUX는 이미지 센서가 커지고, 그와 함께 F1.7의 밝은 렌즈가 채용되면서 기존 D-LUX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배경 흐림이 가능해진 것이죠. 많은 분들이 DSLR/미러리스 카메라와 크고 무거운데다 비싸기까지 한 렌즈를 구입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배경 흐림 아니겠습니까? 대형 센서의 콤팩트 카메라가 일반화되면서 이제 이 아웃포커스를 전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된 거죠. D-LUX 역시 '잘' 합니다.



물론 F1.7은 24mm 최대 광각 기준으로 초점거리 변경에 따라 최대 개방 조리개는 F2.8까지 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24-75mm F1.7-2.8 줌렌즈는 매우 좋은 사양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DLSR 카메라로만 가능한 줄 알았던(!) 배경 흐림 효과를 이 작은 카메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특히나 음식 사진, 블로깅을 위한 간단한 제품 사진 정도 찍으시는 분께는 최적의 활용도를 자랑합니다. 몽환적인 배경 흐림은 피사체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니까요, 사진이 괜히 좀 더 멋들어져 보이는 것 같습니다.


F1.7 / F2.0
F2.8 / F4.0
F5.6 / F8.0
F11

위 사진은 24mm에서 조리개 별로 배경 흐림 정도를 비교해 본 것입니다. 개방 촬영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빛망울 표현이 가능하죠. 아웃 포커싱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이미지 센서 크기, 렌즈, 피사체와의 거리, 피사체와 배경과의 거리 등이 있는데요 앞의 둘은 D-LUX가 어느 정도 충족해 줬으니 이제 사용자가 나머지 요소를 잘 활용하면 DSLR 못지 않은 멋진 아웃 포커싱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D-LUX의 베스트, 4K 동영상


라이카 D-LUX의 4K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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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UX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물으신다면 단연 바로 이 4K 동영상 촬영입니다. Full HD의 자그마치 4배 해상도인 3840 x 2160 해상도에서 일단 '충격', 실제 화질은  그동안 Full HD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 모스크바 여행에서 언젠가부터 D-LUX의 역할은 휴대용 캠코더가 되었을 정도로 D-LUX는 사진보다 동영상에서 높은 만족도를 주었습니다. 동영상을 위해 별도의 캠코더를 준비할 생각이 없는(?) 저와 같은 사용자들은 이 카메라 하나면 사진과 동영상 모두를 만족할 수 있고, 그럼에도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방송용 장비로 잘 알려진 파나소닉답게 4K 동영상 화질 역시 매우 뛰어납니다. 같은 회사에 동영상 전용(?) 카메라인 GH4가 있지만, 이 체급과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4K 고해상도 특유의 선명하고 생생한 화질은 모니터보단 TV를 통해 감상할 때 그 보람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광학 3배 줌 렌즈의 활용은 개인적으로 사진보다 동영상 촬영에서 그 빛을 발했습니다. 아마 제가 만약 이 카메라를 다시 구입한다면, 사진보다는 이 4K 동영상이 이유가 될 것입니다.


제 용도로서는 D-LUX의 동영상 촬영 성능은 100점입니다.



멀티 어스펙트 (Multi-Aspect)


멀티 어스펙트는 많은 분들께 다소 생소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것이 저한테는 이 카메라의 큰 장점 중 하나였으므로, 간단히 짚고 넘어갑니다. 파나소닉 LX100과 D-LUX에 탑재된 1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이 멀티 종횡비 센서가 적용되어 이미지 비율을 변경해도 화각의 손실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미지 비율을 3:2, 4:3, 16:9, 1:1로 변경해 촬영할 경우, 기존의 이미지 센서는 이미지의 일부분을 '잘라내는' 형식이었던 데 반해, 이 센서는 그 다양한 비율을 고려해 센서의 면적 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겹쳐진 두 장의 사진 중 상대적으로 좌우가 넓은 사진이 16:9 촬영, 나머지 사진이 4:3 비율 촬영인데요, 일반 이미지 센서가 16:9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선 4:3 이미지의 위 아래를 비율에 맞게 '잘라내어' 16:9 이미지 사진으로 '편집'하게 되죠. 하지만 이 멀티 종횡비 센서는 좌우에 픽셀이 빈 틈 없이 분포되어 온전한 16:9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편집된 이미지가 아닌 전체 사이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이죠. 게다가 이 장점은 24mm 광각을 이용한 16:9 와이드 촬영을 더욱 시원하고 광활하게 만들어줍니다.


4:3 비율
16:9 비율
1:1 비율


3cm 접사


저에겐 중요한 서브 카메라의 요건이었습니다. 일상의 다양한 장면을 촬영하게 되는 서브 카메라의 임무(?)에 따라 -라고 말하고 음식 사진 찍으려고- 우수한 접사 성능이 필요했는데요, D-LUX가 3cm 접사로 이 점을 만족시켜주었습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를 생각하면 근접 촬영 성능이 매우 우수한 편이고, 사양이 좋으니 결과물 역시 당연히 좋습니다.



이 훌륭한 접사에 불만을 갖고 '1cm'를 외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동안 접사에 대해서는 한 번도 불만이 없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같습니다. 대형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면서 접사까지 좋은 카메라를 고르신다면 이 D-LUX 역시 꼭 선택권에 넣으시길 바랍니다.


결정적 결별 사유 -암부 노이즈


이번엔 이 D-LUX Typ109의 '몇 안 되는'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미지 품질 자체에 대한 내용인데요, 앞서 제품 출시 전부터 처음 카메라를 받아보는 순간까지 'D-LUX 시리즈 최초로 시도되는 고화질'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만, 사용하면서는 그 기대가 조금씩 실망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 몇 종을 사용하면서 종종 느꼈던 문제였는데요, 바로 저감도에서의 이미지 품질에 대한 불만입니다.


사실 현재 사용하는 M이 고성능 카메라가 아니다 보니 캐논, 니콘의 어느 DSLR 시리즈처럼 고감도에서도 깨끗하게 나오는 노이즈 성능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이번 D-LUX 포스팅에서 고감도에 대한 내용을 크게 다루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높은 감도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저 제가 원하는 장면에서 그 상황에 맞는 이미지 정도만 남겨 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노이즈 억제를 위한 이미지 프로세싱보단 거칠더라도 정직한 고감도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D-LUX와 LX100의 문제인지, 아니면 제가  그동안 느꼈던 대로 마이크로 포서즈 이미지 센서의 태생적인 한계인지 종종 밝은 낮은 풍경 사진에서도 컬러 노이즈가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그리고 1200만의 적은 화소 때문에 이 입자감이 사진을 작게 줄여도 고화소 이미지보다 상대적으로 도드라졌고요.


결국 이것이 이 카메라를 방출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미지 품질에 대한 불만이 생기니 가볍게 서브 카메라를 들고 나가던 날에도 메인인 M을 놓고 종종 고민하게 되는 제 모습을 발견했거든요. 여러모로 이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다른 많은 점들이 큰 만족을 줬기 때문에 더더욱.



ISO 25600 고감도 노이즈

ISO 3200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고감도 노이즈 성능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노이즈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는데다, 최신 디지털 카메라라면 어느 제품이든 노이즈 억제력은 갖추고 발매가 되니까요 -실제로 많은 사용자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죠- 그래서 D-LUX의 최대 지원 감도가 몇 인 지도 몰랐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최대 ISO 25600이네요. 개인적으로는 35mm 풀프레임 센서에 비하면 많이 작은 마이크로 포서즈 센서에서 ISO 25600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품질을 보여줄지 크게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파나소닉의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은 별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아서요. 뭐 정 고감도를 사용해야 하면 이렇게 흑백으로 촬영을 하곤 합니다.



ISO 6400까지의 이미지는 걱정하지 않고 사용하셔도 됩니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히 깜깜한 환경에서 촬영이 가능한 것이죠. 게다가 렌즈도 밝고 손떨림 보정까지 있으니 D-LUX로 촬영할 수 없는 곳은 매우 드물겠네요. 고감도 이미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좋은 인상도, 그렇다고 부족한 느낌도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ISO 6400 이상의 고감도는 확대시 세부 표현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너무 높은 감도는 사용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ISO 5000


그 외, D-LUX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



앞서 이야기 한 특징 외에도 D-LUX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들이 아직 남았습니다.


전자식 뷰파인더


D-LUX에는 27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스펙상으로 파나소닉의 미러리스 카메라 GX7과 동일한 수준인데요, 야외에서 LCD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에 대한 훌륭한 해답이며 뷰파인더를 보고 찍은 '맛' 역시 무시할 수 없죠. 이전 D-LUX 시리즈에는 없었던 뷰파인더 채용으로 제품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진 느낌이며, 전자식 뷰파인더지만 해상도가 높고 반응 속도가 빨라 실제 활용도도 높습니다. 아마 이 파인더가 없었으면 서브 카메라로 이 D-LUX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Wi-Fi 무선 통신


Wi-Fi를 통해 촬영한 사진을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해외 여행에서 유용하게 활용한 기능입니다. 요즘 발매되는 카메라는 다들 기본으로 탑재되고 있지만 저에게는 나름 절실한 기능이었거든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사용법이 쉽고, 전송 속도도 빠릅니다.


인터벌 촬영 / 타임랩스 무비


'최신 카메라' D-LUX의 다양한 기능 중 제가 매료되었던 기능입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사진을 찍어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어 풍경, 다큐멘터리 촬영에서 깜짝 놀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라이카 D-LUX로 촬영한 타임랩스 영상보기




명품 껍데기에 가려진 성실함



몇 가지 아쉬움 때문에 다른 수많은 장점을 뒤로 하고 D-LUX와 이별 별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께 이 카메라는 추천할만한 제품입니다. DSLR 사용자에게는 간편하게 휴대하면서 기대 이상의 고품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서브 카메라이자, 여성 유저들에게는 렌즈 고민 없이 아웃 포커스며 광각, 망원 촬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천후 카메라입니다. 여행 얘기를 하게 되면 이 카메라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죠. 휴대성, 광학줌, 4K 동영상 등 매력이 많지만 가장 큰 장점은 이 카메라가 훌륭한 서브 카메라이면서, 동시에 든든한 메인 카메라도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작은 카메라에 대단한 이미지 센서와 렌즈, 그리고 수 많은 기능을 채워 넣은 파나소닉과 라이카가 생각한 것이 아마도 그런 것이겠죠. 


사용자의 손과 눈을 통해 이 카메라의 가능성은 무한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발매된 라이카 D-LUX 시리즈와 달리 이번 Typ 109는 다음 제품이  출시되어도 꾸준히 회자되고 사랑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가장 짧지만 누구 못지 않게 강렬한 추억으로 남을 카메라가 바로 이 D-LUX Typ 109입니다.



안녕, D-LUX!


매거진의 이전글 첫번째, 소니 DSC-RX100 IV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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