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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Apr 10. 2024

3000원 짜장면 노포식당 가격의 진실

사장님은 왜 그랬을까?


진짜 단돈 3000원 짜장면! 가성비 끝판왕을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번 방산시장에서 먹었던 짜장면은 남편이 처음 알았을 때 진짜 3천 원이었지만 몇 달 새 300원이 올라 3300원이었다. 300원이 대수랴 그 돈으로 짜장면 한 그릇은 그야말로 땡잡았다며 신나게 가서 먹었었다. 이번에는 정말 단돈 3000원이라며 한번 믿어보라며 데려간 그곳, 진짜 간판에 떡하니 쓰여있다. 짜장면 가격이 3000원! 역시나 간판에는 짜장면집이 아닌 상호명 ‘남도식당’, 짜장면을 팔아도 식당이름만 보고는 예상하지 못하는 게 서울 가게들 규칙인가 알쏭달쏭하다. 인기리에 막을 내렸던 예능 ‘무한도전’으로 유명해진 동묘! 근처에 위치한 가게여서 건물도 식당도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졌다. 정말 3천 원으로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니 남다른 가격에 신기해하며 아이들과 메뉴를 멀 먹을까 이야기하며 신나게 매장 안으로 직진!



매장 안이 생각보다 크고 넓은데도 혼자 온 손님부터 단체 온 손님까지 자리가 다 차있다. 직원도 비는 자리에 앉으라니 잠시 방황하는 사이 식사를 마친 가족이 일어나는 걸 본 아이들이 얼른 자리에 앉는다. 남편이 재빨리 움직여 직원에게 테이블을 닦아 달라 요청하는 사이 메뉴를 구경해 본다. 짜장면 집이 아니었다보다. 식사류, 안주류 나뉘어서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편이 ”내가 알아서 시켜올게 “ 하고 어딘가로 가길래 궁금해서 얼른 쫓아가봤다.





이 가게의 특징은 주문과 동시에 계산을 해야 되는 시스템이다. 주문받으시는 분이 목소리가 크신데도 넓은 공간의 식당이다 보니 마이크를 사용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00(영수증에 적힌 번호)번 음식 주문 하신 분 가져가세요” 방송처럼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듣고 냉큼 가서 큰 접시에 닮긴 음식을 들고 와야 한다. 벽에 걸린 큰 현수막처럼 모든 것이 셀프로 해야 하는 식당이다. 남편이 이것저것 먹어보자며 만수르가 된 기분으로 주문을 하고 있었다. 가격이 저렴하다며 남편과 이야기를 하는데 주문을 받으시다 그 이야기를 들으신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큰소리로 “짜장면 원래 3천 원 받으면 안 되는데 사장이 식자재값 내린다고 확인도 안 하고 가격을 내려버려서 다시 올리지도 못하고 3천 원이야.” 뭔가 답답하고 화가 나신다는 투의 목소리를 맞장구쳐 드리며 같이 웃었다.






벽에는 메뉴판도 여러 개 붙어있고, 경고도 설명도 군데군데 걸려있었다. 셀프바와 정수기가 단출하지만 나란히 있어 사용하기 편리했다. 셀프로 가져다 먹고 셀프로 치워야 하는 시스템이다. 짜장면과 우동이 단돈 3천 원! 군만두 8개 3천 원! 탕수육 1인분 4천 원! 통닭 1마리가 5천 원이다. 남편이 가성비 좋은 메뉴만 골라서 다 시켜왔다.




받아온 음식을 보면서 뭐가 이리 많냐고 했지만 생각보다 금방 쓱싹 해치우는 가족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양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짜장면 같은 중식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메뉴가 있기에 각자 입맛에 맞는 음식을 주문해 간단히 식구들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맛있게 먹었으면 소화도 시킬 겸 근처 동묘 구경하며 산책을 해 본다. 티브이로만 보던 구제 시장, 정말 오래된 물건도 간판도 보여 재미있었다. 어릴 적 추억 속 자전거를 발견해 너무 신이 나서 아이들에게 막 설명해 주니 눈이 똥그래진다. “저렇게 작은 걸 탔냐고? 뒤에 누가 타면 무거워서 움직이기나 해? “ 추억을 나누어 줄 수는 없지만 눈으로 보며 들려줄 수 있어 신난 엄마, 그런 엄마가 더 신기한 아이들이다.



다양한 구제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았다. 물건 구경 반 사람 구경 반이다. 갑자기 남편과 장남이 길을 가다 멈춰 선다. 점심 배 터지게 먹고 나와서 갑자기 옛날식 샌드위치를 먹고 싶으시다고 줄을 선다. 구운 토스트 빵 위에 야채에 계란을 입힌 패티를 끼워서 소스를 발라 종이컵에 넣어주고 단돈 1000원! 가격이 싸도 그렇지 위장에 빵꾸가 나질 않고서야 어찌 또 먹을 수 있지? 그러고 보니 종로에서 동대문으로 걸어갈 때 남편과 장남은 항상 호떡을 사 먹었었다. 다른 어디보다 맛있고 가격이 싸다면서.. 둘의 취향이 이런 데서는 희한하게 일치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3천 원대 짜장면을 먹으며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다시금 깨달았고 주머니 사정이 힘든 노인분들이 많으신 걸 보니 끼니를 해결하는 것 마저 주머니사정을 봐야 한다니 조금 서글퍼졌다. 식재료 가격도 조금은 내리고 한 끼 끼니 먹는 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날들이 오길 소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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