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여행자. 산책하는 자
Tu ne te connais pas toi-même
너는 너 자신을 알지도 못한다.
Je ne me connaissais pas moi-même
나는 나 자신을 알지도 못했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을 알지도 못했다.
네가 니 자신을 알지 못하듯.
너무 많은 불평과 원망들이 떠다녔다.
시간은 그렇게 계속 나를 비껴갔다.
산책하는 마음으로 텅 빈 곳에 나를 두고
다시 길을 가려한다.
언제나 이방인이었던 나를. 여전히
이방인인 나를. 언제나 여행자인 나를
이제는 세상과 만나게 해 주려.
조용한 걸음 이름 없는 길 위에서
낯설게 바라본 나의 시선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누군가의 삶에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연녹빛 청명함 담은 봄산의 마음으로
살포시 손을 내밀어 보는. 봄
보통 책을 쓰거나 글을 쓴다는 사람들은, 남다른 재능이 있거나, 훌륭한 이력을 가졌거나 신박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기 마련이다. 세계의 모든 역사가 왕과 왕가의 이야기로 서술되고, 민초들의 삶이나 생각들이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듯.
하지만 어젯밤 아이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 내려간 일기가 그 어떤 기록보다 소중한 것은, 오늘을 살아낸 여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모든 역사 그 근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떤 대단한 지식도 직함도 없다. 그저 일상을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보통의 무명 씨가 마흔 살 언저리를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한 세상의 기록은 나의 기록이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기록이기에, 그 기록들이 나를 깨우고 우리를 이어 줄 것이기에
나는 지금, 그 기록을 꺼낸다.
* 메인사진: 내가 사랑한, 올리브나무 숲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