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인종차별 3편
치유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전해드리는 <프랑스 낯설게 보기> 단초가 된 저의 초기 프랑스 이야기.
프랑스의 인종차별/ 프랑스인들의 제국주의/ 프랑스인들의 자기중심성/이상한 똘레랑스/프랑스인들의 이성숭배/무력한 엄마/ 중 인종차별 3편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목요일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소위 서방 선진국이라는 곳을 여행이나 다녀봤지 실거주인으로써 생활한 것은 처음이었던 내게, 실생활 속에서의 인종차별 경험은 매우 불쾌하고 때론 서럽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그것은 단순한 편견이 아닌 '매우 뿌리 깊은 어떤 것'이라는 느낌이 나로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특히 이 땅에서 존재를 걸고 무언가를 성취하여야 할 때, 그것은 크나큰 장벽으로 작용하여 생의 좌절감까지 맛보게 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프랑스에서 알게 된 한국인 청년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이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음악학교라는 '프랑스 명문 음대'에 입학하여 작곡 공부를 하던 친구였다. 수수하고 반듯한 인상을 풍기던 그 친구가 연주도 아닌 작곡으로 이 땅에서 어떤 성장을 하게 될지도 궁금했고 잘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왜냐고 묻는 나에게 그냥 헛웃음을 날리던 그 모습이 많이 쓸쓸해 보여서 귀국 전 인사도 할 겸 차 한잔 하며 보았다. 그 친구가 말했다. "여기서는 안 되겠어요"
그 뒤로 이어지던 그 친구의 말을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아시죠? 여기서는 동양인 남자가 강아지보다 서열이 아래라는 거" "그래도 제가 기다렸거든요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그런데 얘네들은요, 그냥 아무 관심이 없어요 우리들한테"
"제가 마지막으로 뭘 했게요? 우리네 전통그림을 곡으로 만들어서 발표했어요. 근데 얘들이 어떻게 했게요? 하하.. 누구도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기는커녕 아무도 이해를 못해요. 아니 이해하려고를 안 해요. '쟤는 무슨 저런 이상한 걸 들고 나왔지?' 뭐 다들 그런 얼굴로.. 하하..." 그 친구는 연신 자조 섞인 웃음을 띠며 힘없이 앉아있었다.
그 젊은 청년이 '문화대국'이라는 땅에 처음 왔을 때 어떤 마음으로 왔을까, 얼마나 큰 설렘을 안고 왔을까 생각하니 맘 아팠고, 그 모든 꿈을 '박탈당한' 지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싶으니 많이 속상했다. "한국 가면 뭐하려고요" "저 그냥 돈 벌거예요"
그렇게 그날 내가 그 청년을 위해 해줄 수 있던 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붕어빵 틀로 만든 붕어빵 두 개와 한국서 가져 온 한방차 한 잔이 다였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네던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넉넉히 만들어서 몇 개 더 싸줄걸.
왜 동양인이 아니고 '동양인 남자'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하튼 애완동물을 끔찍이 아끼는 여기 문화에 빗대어 동양 남자는 '강아지 아래'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래봤자 결론은 인종차별에 성별 구분 없으며 그 서열판의 맨 윗자리는 언제나 백인의 차지이다.
더 놀라운 건 바로 '아이들의 놀이' 속에 문화로 존재하던 인종차별 관점이었다.
아이가 한참 더 어렸던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온 후 말했다. "엄마 재밌는 거 알려줄게. 잘 봐봐"
"우리 아빠는 중국사람, 우리 엄마는 일본 사람, 그러니 나는 못난이" 저 문장에는 손동작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인 아빠를 말할 때는 양쪽 눈을 위로 찢어지게 하고, 일본인 엄마를 말할 때는 양쪽 눈을 아래로 찢어지게 한 후, 그들의 아이는 한쪽 눈은 위로 한쪽 눈은 아래로 찢어진 채로 생겨 나와 '못난이'가 된다는 것이었다. 아. 가슴이 철렁했다.
"누가 그런 걸 했어?" 내가 물었다. "응? 학교에서 애들이 다 하는데?" 아이가 답했다.
아직 어렸던 우리 아이도 저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면서 '친구들 따라서' '그냥 재밌으니까' 같이 히히덕거리며 놀았던 것이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려줘야 했다. "근데 그게 무슨 말인 줄 알아? 엄마 같은 동양인들 눈이 '찢어졌다'는 것을 빗대서 동양사람들을 '바보 같다고' 놀려먹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어야지. 다른 친구들에게도 얘기해줘. 그건 좋은 게 아니라고"
그러나 내가 그들의 뿌리 깊은 무의식적 차별에 대해 진실로 충격을 받은 지점은 따로 있었다.
'그들의 언어' 안에 선명하게 내포되어 있는 동양인 비하가 그것이었다.
오래전 남편과 아이와 함께 길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본 날이었다. 우리 아이는 어딘지 조금 다르게 생긴 그 아이를 바라보다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저 사람 얼굴이 좀 이상해. 왜 그래?" "응. 태어날 때부터... '몽골'이라 불리기도하는 사람들이야" 처음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몽골?" "응, 몽골" "왜 저 사람이 몽골이야? 다운이라고 하는 거 아냐?" "우리는 보통 그렇게 많이 불러. 미안하지만... 그래"
나는 진심으로 충격받았었다. 다운 증후군을 부르는 이름이 몽골이라니!
찾아보니 이 병을 처음 발견한 당시 영국 의사가 기술하기를 '환자 용모가 Mongol(몽골계)을 닮았으며' 설상가상으로 '퇴보한 격세유전(reversion) 결과 우수한 백인종이 열등한 동양 인종으로 퇴화 변이를 일으킨 상태'라는 가설을 내세웠다고 한다. 그게 1866년. '몽고 정부의 요청을 수락하여' WHO에서 'Mongolism(몽골리즘)'을 의학용어에서 삭제한 게 겨우 1965년. (기사참고: https://bit.ly/37hvECI)
저들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가 이것 하나로 그냥 이해가 되었다. 그랬다. 저들에게 동양인인 우리는 그냥 처음부터 싸잡아 '몽골'이었던 거다. 그 뜻 그대로.
그렇기에, 150년간 서방국가들에서 통용되었던 '몽골'이라는 용어는, 150년간 그들의 무의식에 차곡차곡 새겨져 아이들 놀이문화에까지 둥지를 틀 수 있던 것이었다.
* 한국 또한 차별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에 내재한 보편적인 추악한 본성'인 반면 유럽의 그것은 '유럽만 우월하고 나머지는 열등하다는 세뇌'에서 출발한 제국주의 관점과 연결됩니다. 유럽의 차별이 위험한 건, 인간의 본성을 넘어선 '사회적 역사적 합의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인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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