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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25. 2020

011. 갖고 싶다. 내 공간

요즘 들어 나만의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글도 쓰고 사색도 하는 혼자만의 그런 공간을 말한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얼마전 식사를 함께한 나의 동료도 비슷한 애기를 하기에 내심 반가웠다. 그의 말을 빌면 코로나 이후 퇴근하면 대학교수인 아내는 온라인 수업준비로 방 하나 차지하고 있고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도 방이나 거실에 있다보니 정작 자신은 머물 곳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먹고 일단 집을 나오는데 차 안에서 음악이나 유투브를 보기도 하고 한 숨 자기도 한다기에 짠한 마음마저 들었다.알쓸신잡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건축가 유현준은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가 늘어나는 이유가 자기만의 공간을 하나 가지려는 사람들의 욕망이라고 했다. 같은 면적의 공간으로 치면 집보다 자동차가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이동도 가능하니 차를 먼저 구입하는게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정말 공감이 되었다. 서울은 공간비용이 비싸다. 그것도 아주 비싸다. 도심에서 4평 정도의 자기공간을 가지려면 못해도 1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 사정이 이러하니 차라리 자동차를 사는게 현명한 선택이었을 거다.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될 서울구치소의 공간이 3.06평인데 화장실을 포함하면 3.95평이라고 한다. 그 분에게는 지극히 작은 공간이겠지만 감옥만 아니라면 개인의 공간으로는 적당한 크기 같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집없는 사람들이 서울에 살며 공간을 가지는 다양한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시의 행정차원에서도 노인가구의 남아도는 빈방에 청년들을 연결하여 입주시키는 정책도 있고 하메와 룸메 구한다는 온라인 카페는 이미 보편적이다. 하메는 방은 각 방이지만 한 집을 쓴다는 하우스메이트의 준말이고 룸메는 룸메이트의 줄임말이다. 새로운 투자방법의 하나로 집을 하나 전세내어 각 방마다 임차를 주는 틈새 임차업도 인기를 끈다. 일명 전대차 개념의 임차방식이다. 서울의 카페들이 인기있는 이유도 공간의 문제라 여겨진다. 요즘은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들고 나오면 바로 사무공간이 만들어 지기에 분위기 좋은 카페의 본질은 커피를 파는게 아니라 공간 대여업이라 할 것인데 비용으로 따져보면 그나마 싼 가격이라 여겨진다.

자, 이제 나만의 공간 만들기 구상을 해보자. 두 가지 방법이 있겠다.첫째는 정말 새로운 공간을 하나 구하는 방법이다. 원룸을 하나 얻거나 오피스텔을 구하거나 방 하나가 더 딸린 집으로 이사하는 것인데 최상의 방법이지만 문제는 돈이다. 서울시내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지방의 웬만한 아파트 값이다. 현실성이 없다는 말이다. 공유오피스도 생각해보는데 월 40만원은 족히 든다. 이것도 매월로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 결국 개인 공간은 아니지만 퇴근 후 카페나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을 찾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두번째 방법은 시간차로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시간대에 따라 몰렸다 흩어지다를 반복한다. 만일 퇴근을 남들보다 늦게하면 모두 가고난 사무실이라는 큰 공간을 차지한다. 업무는 업무시간대에 끝내고 퇴근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나 활동을 하는 것인데 제3자가 보기엔 야근이지만 실제는 개인의 회사공간 활용법이다. 그런데 이것의 문제점은 퇴근시간 후에는 어쩐지 회사에 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은 퇴근해서 가족들과 지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거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 잠든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나만의 거실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인데 익숙한 공간이고 가족들 잠만 깨우지 않는다면 이 만한 공간도 없을 것 같다.
그래,  결론을 내자.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카페나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을 이용하기로 하고 시간차 공간 확보는 늦게 퇴근해서 회사공간을 이용하기나 일찍 일어나 집의 거실 공간 을 확보하는 것으로 한다. 공간은 권력이고 돈이다. 회사의 개인 공간으로는 사장실이 가장 넓고 좋은 공간은 사용료나 구입비가 비싸다. 아내는 수시로 작은 마당 있는 집을 이야기 하는데 서울에서는 그게 얼마나 큰 꿈인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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