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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n 11. 2021

Since 1976, 떡볶이의 신세계

서울시 중구 명동1가 신세계떡볶이


명동 어느 건물 주차장 입구에 자리한 신세계떡볶이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소개된 분식집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명동 땅에서 2대째 45년을 이어왔다니 호기심이 동했다. 더군다나 금년 들어 잦은 강우로 토마토 수급이 어려워 롯데리아에서도 햄버거에 넣지 못하는 재료를 달인 비법으로 소개했으니 궁금증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떡볶이 외길인생 45년의 양념소스

방송에 소개된 달인 비법은 토마토와 마늘, 파와 들깻가루로 만든 숙성 양념장이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그리고 원가가 높아 보이는 비법이 PD와 방송작가가 만들어낸 허세인지 실제 달인의 독문 절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음식에 담긴 진심만큼은 진실되어 보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법 자체가 아니라 비법을 통해 발현된 <음식의 맛>이다. 다들 뭔가 있어 보이는 특이한 레시피를 찾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레시피를 개발하고 숙달될 때까지 숙련한 마음 가짐이다.


방송에 나온 토마토의 맛까지는 미처 잡아내지 못하였으나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깊게 매운 것이 마늘과 고춧가루를 메인 재료로 한 숙성 양념장을 사용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일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맛을 내는 요소는 대량의 물엿과 어묵 국물인데 이 집은 늘 맛보던 흔하디 흔한 그런 감칠맛과는 결이 달랐다.


먹다 보니 흥미로운 점이 보였다.

일반 포장마차 떡볶이는 양념을 넣고 졸여지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서빙되는 떡볶이 온도가 다소 높아 매운맛이 들쑥날쑥한데 이 집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입에 넣고 쌀떡의 식감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이다.

회전율이 낮으면 떡볶이도 어묵도 퍼져 흐물흐물해질 수밖에 없는데 유동인구 많은 명동 상권이라 그런지 모두 식감이 기분 좋게 쫄깃한 것이 3천 원짜리 길거리 음식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상호도 기가 막히다. 원래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 근처 포장마차에서 장사를 하시다가 십여 년 전 현재 자리(하동관 골목)로 옮기셨다는데, 아마 신세계 백화점 떡볶이집이라는 의미를 담으신 듯하다.

그런데 45년을 떡볶이 외길 인생을 걸으셨고 지금은 중년의 따님과 함께 하시니 맛도 당연히 신세계일 수밖에 없다.


떡을 다 먹고 접시 한가득 남은 양념이 아까워 어묵을 찍어 먹어봤더니 이것도 신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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