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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n 09. 2021

Since 1974, 동대문 생선구이 원조 식당

서울시 종로구 종로 5가 호남집

<터>가 품고 있는 기운과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내려 오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담당하던 관청인 <도화서>가 있던 자리는 지금의 인사동으로 현재도 화방과 화랑이 밀집된 미술품 거리라는 것도 그렇고..


조선시대에는 징집을 당할 경우 군복을 스스로 준비해야 했는데, 군포를 가지고 옷을 지어 입었던 동대문 일대가 <패션타운>으로 지정되어 성업 중인 것도 비근한 사례이다.


동대문 먹자 골목 전경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상권이 형성되고, 상권이 형성되면 필수적으로 생기는 것이 바로 <식당>이다. 동대문 패션타운 측면을 끼고돌면 좁고 허름해 보이는 골목이 보이는데, 이 골목이 바로 시장 상인의 한 끼 식사를 책임졌던 <동대문 맛집 골목>이다.


골목에는 연탄불 생선구이집과 닭한마리 식당을 주축으로 노포 아우라가 강하면서도 맛있고 저렴한 식당들이 즐비하다.


동대문 먹자골목에서 생선구이를 처음 시작한 호남집

이 식당은 1974년 개업하여 올해로 48년 된 노포로 기물은 비록 낡아 세월의 흐름은 느낄 수 있을지언정 깨끗하고 단정하게 청소하고 정돈되어 있어 <노포>의 공통점인 깨끗한 식사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연탄불로 초벌구이한 각종 생선

연탄보일러 세대는 연탄불로 구워내는 생선에 대한 향수가 있는데, 이 집은 그 향수를 완벽하게 채워줬다. 사실 연탄을 화력원으로 직화구이를 하면 본재료 본연의 향이 사라지지만, 대신 은은한 불로 속까지 촉촉하게 구워내어 식감이 좋고 연탄 불맛이 가미되어 구수한 추억을 느낄 수 있다.


내공있는 손맛의 반찬 3종

백반집 초라한 반찬 구성이지만, 상호명인 <호남집>에서 기대할 수 있는 깊은 내공의 깻잎, 열무김치, 된장국도 생선구이 없이 밥 한 그릇 뚝딱 비울만큼 훌륭했다.


# 추가잡설

호남집은 동대문 맛집 골목에서 연탄불 생선구이 식당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호남집의 깨끗한 내부 환경

다락으로 올라가는 좁고 가파른 나무 계단으로 유추하건대 식당 공간 역시 오십여 년 세월을 먹었을 터이지만 그을음이나 먼지 한 톨 안 묻은 하얀 타일의 벽면을 보고 “비록 오래됐을지언정 낡진 않았다”는 노포의 힘이 새삼 느껴졌다.


통상 한국에서 노포라 함은 50여 년의 업력을 기준으로 하긴 한다만 한국전쟁과 경제개발, 부동산 급상승, IMF 같은 경제위기 등 수많은 부침을 겪은 이 땅에서는 그래도 30여 년이면 꽤 전통 있는 가게로 인정해준다.


업력은 그렇다 치고 운영의 기준은 직계 가족으로 한정할지, 메뉴나 레시피로 할지, 자리로 할지도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 식당은 상기 3가지 이슈에서 자유로운 순혈 노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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