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ce a week Feb 11. 2017

라오스에 뭐가 있냐면 1

착한 멍멍이와 착한 사람들

(제목은 하루키의 소설 <라오스에 대체 뭐가있는데요>에서 따왔다)

2016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라오스 여행이었다. 사실 인생을 통틀어 행복한 순간 TOP5안에 드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여행에 다녀와선 바빠서 정리할 수가 없었고, 시간이 났을 땐 여행에 대해 차분하게 적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문득 핸드폰 메모를 살펴보다 라오스 여행에서의 단상을 간략한 단어들로 적어놓은 걸 보게되었는데, 이미 몇몇 단어는 '이게 뭐더라?'싶을 만큼 가물가물해진 것이다. 그렇게 행복했던 기억인데 다 잊어버리게될까봐 조금이라도 더 새겨놓고 싶어서 적어보기로 했다.


#1. 착한 멍멍이와 착한 사람들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방비엥과 여행자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루앙프라방 두 도시에 각각 3.5일씩 머무는 일정이었지만, 우선 비행기를 타고 내린 곳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수도인데! 10층 이상되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당시 이게 너무 신기해서 인터넷에 검색하니, 라오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대략 15층되는 어떤 호텔이라는 글을 찾았었다. 그만큼 발전이 더딘 곳이었다. 발전이 더디다고 무턱대고 순수한 곳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행운이게도 착한 멍멍이와 착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방비엥에서는 스쿠터를 타고 다녔는데, 매일 기름을 넣어야해서 숙소 바로 앞 스쿠터를 빌리는 슈퍼에 들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거기엔 매번 반겨주던 강아지가 있었다. 아. 정말 솜뭉치같은게 너무 귀엽고 애교가 어찌나 많았는지 모른다. 이름을 잊어버린게 너무 속상하다.

병 뜯어먹고 놀기에 정신없는 멍멍이. 눈만 봐도 너무 착함이 느껴진다

루앙프라방의 숙소엔 멍멍이라고 부리기엔 조금 큰 개들(?)이 있었다. 이 큰개들도 어찌나 착한지 멍멍아 부르면 어딘가에선가 다같이 몰려들었다. 숙소가 도심에서는 완전 먼 거리의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고, 다른 투숙객조차 없어 개들과 우리만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밤에 별을 보겠다고 (싸움 끝에 승리를 쟁취하여) 결국 밖으로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벌레들의 습격(태어나서 처음 본 벌레, 처음 본 큰 벌레, 처음 본 징그러운 벌레, 처음 본 많은 벌레)에 너무 놀라 다시 들어가려고보니, 키를 두고 나온 거다.... 크크. 투숙객은 커녕 스텝조차 모두 자러 간 시간, 벌레와 덩그러니 밖에 남겨졌다. 불꺼진 리셉션과 레스토랑을 찾아 누군가라도 있길 바라며 헤맬 때도 반겨주었던 건 바로 이 멍멍이들 뿐이었다.

매력적인 웃는 멍멍이 끄아 >_<

길거리에서 만난 멍멍이들도 하나같이 착했다. 고양이 집사가 유행이라지만 난 영원한 강아지 LOVER. 멍멍이 이야기를 한가득 적어서 정작 착한 사람들 이야기를 못했네, 그건 이어서.



#2. 아주 사소한 관계에도 책임이 있음을

여행 중에도 이렇게 예쁜 말을 적어놓았다니!(!) 이어서 적은 말은 '헤어질 때의 헛헛함'이다. 아마도 방비엥 신쭘(라오스식 샤브샤브, 뒤에 음식편에 자세한 설명 적을 예정) 사장님과 헤어질 때였던 것 같다. 너무 맛있는 신쭘과 매력적인 사장님 가족들이 좋아 3.5일 중 두 번의 저녁을 그곳에서 먹었다. 여행자들은 없었고 동네 아저씨들과 라오스 남녀들만 있던 곳. 수박을 먹어야 할 것 같은 오두막 아래서 목욕탕 의자같은 것 위에 앉아서 샤브샤브를 먹던 곳. 사장님의 이름은 '조이'였고, 음식점의 이름은 딱히 없어 '코코넛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라고 기억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꼭 물었다. "라오스에 언제 다시 올거니?" 내가 선수쳐서 대답을 했더라면 내년에 올거란 빈말을 날렸을 거다. 그게 서로에게 (지금 당장) 마음이 덜 서운하니까. 그리고 설령 오지않아도 어차피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고, 시간이 지나면 조이도 당연히 그걸 잊고 서로 아무렇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나의 빈말이 나가기 전에 "잘 모르겠어. 하지만 언젠간 다시 오겠지" 라고 선수쳐버린 일행의 대답에 조이도 우리도 마음이 헛헛해졌던 순간이었다.

간판이라면 간판. 하지만 가게 이름이 아닌 코코넛 아이스크림! 이라고 쓰여진 게 전부.

그리고 바오, 노이, 보, 마을 사람들. 바오는 방비엥에서 블루라군 투어를 할 때 만났던 현지 가이드이고 노이는 생일 날 갔던 루앙프라방 고급 레스토랑의 서버였고, 보는 꽝시 폭포에 데려다준 기사였다. 다들 각각의 추억이 있지만 재밌던 건 보 와의 만남이 아닐까. (그들의 사진을 올리고싶은데 사진엔 죄다 내 얼굴이 함께 나와있어 올릴 수가 없다)


루앙프라방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기사들이 있었다. 루앙프라방 직업 비율 중 50%는 차지하지않을까 싶을만큼. 호객행위도 엄청나다. 주로 폭포로 가는 벤 기사들인데, 몇명을 모객해서 각각 숙소에서 픽업해서 폭포에 데려다준 후 다시 숙소로 데려다주는 코스이다. 호객 행위를 물리치고선(?) 루앙프라방의 길거리에서 꼬치를 먹고있을 때였다. 정말 길거리 꼬치였다. 역시나 목욕탕 의자같은 곳에 앉았고, 역시나 여행자들은 없었다. 꼬치 맛에 홀딱 반해 몇 개를 계속 집어먹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라오스 아저씨들이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대화는 통하지를 않고 (열심히 공부해간 싸바이디- 쌥쌥-만 무한반복) 맥주만 연거푸 짠!짠! 원샷! 하며, 회식 때 달리던 실력을 여과없이 발휘했다. 그렇게 조금 마음을 열었을 무렵 그들 역시 기사임이 밝혀졌고. 그 자리에서 즉시 내일 꽝시 폭포로 가는 벤 신청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보는 나쁘지 않은, 아니 이게 웬떡!의 계약이라 생각했지만, 다음 날 숙소로 픽업을 오며 아마도 후회했겠지 싶다. 시내에서 1시간 거리, 비포장 도로를 뚫고 한참을 달려야 나오는 숲 속에 있는 숙소인 줄은 몰랐을테니까. 아무튼 보는 비포장도로를 시속 30km 정도로 운전할만큼 자기 차를 애지중지하는 안전운전자였다. 그리고 그 차는 사실 벤이 아닌 카니발 승합차였고, 앞에는 한글로 된 스티카-가 붙어있었다. 무튼 한국 중고차와 라오스 기사 보 덕분에 꽝시폭포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다.


라오스 기사 아저씨들과 짠!짠!원샷! 했던 길거리 꼬치구이집
계약서를 쓸 때 혹시 몰라 차 번호를 찍어두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이 라오스 사람들은 약속을 참 잘지켰다.
꽝시폭포 입구를 지나 처음 만나게 되는 물웅덩이(?)
이게 진짜 폭포. 하지만 여긴 들어갈 수 없다.

대다수는 본 폭포까지 보고 돌아간다. 본 폭포까지 가는 길도 꽤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샛길을 보고야 만것이다. '이 물줄기는 어디서 내려오는 건데' 라고 핸드폰 메모에도 적혀있듯, 폭포의 끝이 어딜까 궁금해하던 찰나 저 계단을 보고선 하염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은 등산을 한참동안 하다보니 저렇게 물줄기가 쏴아 하고 내려오는 곳을 찾게되었다. 바로 폭포의 시작점이다. 저 위에서 물들이 모여 폭포를 이루는 걸 보는 건 정말이지 통쾌할만큼 시원했다. 쏴아아-


그리고 마을 사람들. 방비엥에서도, 루앙프라방에서도 밤새 노래 소리가 울리던 날들이 있었다. 그래서 핸드폰 메모에 적어두었던 것이다. '유희란 무엇일까' 라오스 사람들에게는 어떤 유희가 있을까. 생각해보건데 확실한 건 비어라오 & 음악 두 가지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라오스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공산품이 비어라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고, 어딜가나 모두가 비어라오를 마시고 있다. 실제로 맛있기도 하다. :p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종종 모여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듣고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숙소에서 수영을 하고 노닥거리며 짐을 싸고 있었다. 그 무렵 밖에서 노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낮인데!) 바로 마을 축제가 열린 것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 숙소는 숲 속에 위치해있고 관광지와는 1시간 거리, 투숙객은 우리 뿐. 그리고 이윽고 날아든 초대 메시지. 심심하면 너네도 오라는 말에 잠시 얼굴을 비춘다는 것이... 맥주를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많이 마시긴 처음이었고,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 앞에서 막춤을 춘 것도 처음이었다. 여전히 말은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았지만, 짠!짠!원샷!은 여전히 통했다. 춤을 한바탕 추고난 후 아주머니들에게 둘러싸여 예쁨을 한가득 받은 후, 나왔다. 그리고 흥이 한껏 올라 짐은 대충 쌌다.

무언가 단체로 스텝을 밟는 것이다 (!)

 남은 이야기들은 이어서 써보기로 한다. 특히 여행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음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