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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Feb 15. 2017

씨앗이 나무가 되는 비밀

사람을 일하게 하는 규칙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을 하다가 보면 사내의 작은 규칙을 만들고 공유하는 회사들이 많다. 회사는 원래 규칙이 있어야 돌아가고 공식화된 규칙인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돌면서 공유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규칙들 중에는 작은 규칙이 많다. 


그런 규칙들은 젊고 멋진 문구에 위트가 넘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작은 규칙의 리스트에 즐거워하고 좋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고정관념이나 시선을 환기하는 작은 즐거움이 지나가고 나면, 씁쓸한 뒷맛이 남을 때가 있다. 


왜 작은 규칙이 많아야 할까? 출퇴근과 회의 등 직장인에게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작은 규칙들이 정말 필요할까?


지난 1년 동안 규칙이 필요 없는 팀을 봤다. 아주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불안정한 균형이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끊임없이 균형을 조정해나갔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고, 규칙과 시스템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일을 잘 하는 사람,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킨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버팀목이 되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호감이 갈 수도 있지만 다소 불쾌한 인성을 가질 수도 있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다.


회사가 즐거우면, 사람은 빨리 출근한다. 하는 일이 재미와 사명감이 있으면, 집에 늦게 간다. 회사가 즐겁지 않고, 일이 지겨우면, 아무리 편한 의자가 있어도 엉덩이가 뜨거워진다. 퇴근을 눈치 보고 하지 말라는 규칙의 그림자에는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숨어있다. 회의 때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런 그런 상황에서 위트 있는 규칙은 모든 사람이 웃는 가운데, 누군가는 웃지 못하는 질 나쁜 농담일 뿐이다.


만일 작은 규칙이 많이 필요하다면, 작은 일들이 많이 안 지켜지고 있다는 증거다. 가혹행위가 많은 군부대에는 작은 규칙이 많다. 사소한 행동을 제한하는 규칙은 아주 조금씩 사람을 제단하고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준다. 사소하지만 약한 규칙 하나가 집단 안에서 누군가를 쉽게 지명할 수 있게 해주고, 곧 비공식적인 심판자가 등장해서 작은 실수를 지적하고 교정하려고 할 것이다.


많은 팀으로 구성된 회사라면, 팀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기본적인 규칙을 공개하고 정하도록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항상 작은 일에 쉽게 마음이 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규칙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구성원을 선정하는 프로세스나 적응 및 교육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일을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구분이 그 사람의 가치와 업무 역량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작은 규칙들의 수행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


어느 날, 누군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일 잘 하는 사람은 어떻게 알아볼까요?"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해져서 대답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일년의 경험과 작은 규칙들을 페이스북에 자랑하는 회사를 봤을 때, 분명하게 알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알아보는 통찰력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회사를 약간 더 좋아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회사를 약간 더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자유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계절이 되면 저절로 싹이 나오는 것 같지만, 싹이 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 씨앗이다.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사람은 성장하기 시작한다.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가 중요하고 직원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요즘,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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