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를 도와주신 모두 브런치 작가님들께 감사, 그리고 작가 되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접하게 된 플랫폼 중 나머지 큰 비중을 차지한 곳은 '브런치'였다. 브런치가 웨딩 장소나 포토그래퍼를 소개해 준 건 아니었지만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갖게 될 생각과 마음가짐, 디테일한 부분에서 선택을 할 때 얻게 될 장점과 단점을 값어치로 환산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로 이루어진 글들을 제공함으로써 나의 복잡한 일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해소 창구가 되었다.
광고글로 도배되어 있는 네이버를 떠나 구글을 검색하니 스몰웨딩 관련 개인들의 글이 떴다. 그중 '티스토리'와 '브런치'의 글들이 떴고 블로그보다 개인적인 글이지만 실제적인 정보가 많았다.
신랑이나 신부가 원하는 건 가격비교보다 당사자의 마음과 하객들의 기분과 디테일이고, 브런치를 참고하며 스몰웨딩류를 준비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어 펜션에서 하는 것, 호텔에서 한 것, 식당에서 한 것, 식을 2회로 나누어 친구와 친척들을 따로 본 것 등 다양한 경험과 정리가 녹아있었다.
결혼 준비를 위해 들어왔는데 주변 관련 글들도 읽으면서 블로그보다 글이 정제되어 있는 것이 맘에 들었다. 예전부터 블로그를 해 보고 싶단 생각은 있었지만 사진 찍고 뭐했다. 비행기 타고 어디 갔다. 식의 발도장 수첩 같은 기분이 들어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블로그는 거의 매일을 돌아다니고 먹고, 정리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나는 그런 정성을 쏟을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글만 읽고 말았는데 자꾸 내가 보게 되는 유용한 글들이 브런치를 통해 검색되고 브런치 글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어플을 다운로드해서 가입까지 했다. 댓글이 남기고 싶어 지는 곳엔 댓글을 남기며 작가님들의 글들을 응원했다.
독자로서 작가 신청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결혼하고 새로 만나는 사람마다 내 경험과 필모를 일일이 설명하는 게 힘들어지는 걸 느끼고 일일이 말로 설명하는 정보보다 보다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예; 남편이랑 어떻게 만났어요? 아프리카에서요, 어쩌고, 일은 이랬는데요, 저쩌고.
만난 지 1년 된 언니가 있는데 아직도 아프리카에서 살다 온 얘기 하고 있다. 썰이 많아서 이걸 풀려면 꽤 걸리는구나, 생각했다)
작가 신청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 동안 고심하다 2019년 상반기가 다 지나서야 겨우 글 세편을 완성하고 작가 신청을 했다. 한 번에 안 된다는 얘기에 메일 알림을 보고도 확인 않고 있다가 안되면 마는 거지, 뭐 하고 확인했더니 승인이 됐다.
글빨은 없어도 소재가 쏠쏠해선지 승낙해 주신 것 같다.
기타 플랫폼들과는 다르게 이곳엔 작가마다 각자의 인생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블로그나 카페에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어떤 사람들의 경험담에 주목했다면 브런치에서는 나와 비슷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의 인생을 합법적으로 뒤져볼 수 있다는 것이랄까.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고, 숨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뭐, 내 글이 그렇게 인기 있겠어? 퐈하하하, 웃으며 끄적끄적 있던 일들을 나열해 봤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꼭 자서전을 내야 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고 성공해야만 인생 경험이 공유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실패담 성공담 등 다양한 사연이 대한민국 인구수만큼 존재한다고 느꼈다.
인생을 공유하는 플랫폼 같다.
**최근 들어 브런치 글을 부지런히 쓰고 있는 자신이 기특하다. 나의 필모를 보고 다른 이에게 긍정적인 힘이 된다면 좋겠다는 희망에 별 볼 일 없는 경력과 경험이지만 하나씩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