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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onuk song Jan 19. 2016

행복 유목민

삶의 속도를 늦추다

크게 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는 유목문화와 농경문화로 구분한다. 


양떼를 몰고 다니며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서양의 유목문화는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조건이 좋은 곳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이주하고 침략하고 정복하는 문화였다. 그래서 야만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면서 다양한 인종이 섞이고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가며 발전해 왔다.


반면에 농사에 적합한 땅에 정착하여 후손 대대로 살아가는 동양 문화에서는 공동체가 평화로이 협업을 하며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회가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예절도 그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이 발전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런 동양권에서는 집이 중요하다. 내 집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잠은 집에서 자야된다는 말도 있듯이, 떠도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있다.


각각의 문화에는 그렇게 발전하게 된 역사적, 지리적 근거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각 문화의 단점은 경계하되, 장점은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동양문화와 서양문화 까지 들먹이기에 비약이 심한지 모르겠으나, 나이가 적든 많든 간에 내 삶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지구상에는 사실 살기 좋은 곳이 다.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를 만나면 그들과 한 번 어울려 살아보는 것은 꽤나 행복한 일 아닐까. 하나의 사회가 규정지어 놓은 틀에 맞추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것... 내 가치관을 설득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 단지 내가 태어났고 가족들이 근처에 같이 있다는 이유 한 곳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더군다나 그 사회가 추구하는 바가 나와 다르다면...


한 번 살 인생인데, 한 번 용기 내 볼만한 거 아닐까?


여행을 하는 이유는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야'를  느끼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다시 그들의 숨막히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만다.


만족스러운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내와 희생이 미덕인 시대는 더 이상 없다. IMF를 극복하며 한 번 해 보자 의쌰의쌰 하던 사회에서, 불만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다. 정부에서 하는 것들이 모두 미덥지 못하고 불만이다. 삶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내 개인 생활은 포기했지만, 빚은 줄지 않는다. 밤 늦게 들어와 아이 얼굴 볼 새도 없이 다음 날 아침 피곤한 눈을 부비며 일찍 일터로 나가야 한다.


변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가 원하는게 뭔지 모를 수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우고, 작은 것부터 실행하다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다. 당장 언어가 부족하면,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수도 있다. 현지에서 2년이면 어떤 언어든 충분히 배울 수 있다. 80평생에 2년이면 긴 시간이 아니다. 게다가 그냥 버리는 2년이 아니다. 그만큼 내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처음 세운 계획이 성공할 리는 없지만, 그 다음 계획을 조금 더 탄탄하게 세울수 있는 거름은 될 수 있다.


요즘 한국에 몇 년 살다 가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한국에 왔다가, 일본에 갔다가, 중국에 가고 마지막에는 싱가폴에 정착한다. 그러다가 몇 년 후 다른 어디에 가 있다. 반면에 우리는 미국에 독일에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다와서, 다시 한국에 돌아와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살아간다. 우리가 외국에 가서 공부하는 것은 한국에 돌아와 잘 살기 위함이지, 그 곳에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곳에서 물론 현지 비자 취득 등등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당장 안 되더라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학생비자를 받아 공부를 하며 직장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고(독일에만 해당되는 예이지만, 독일은 대학 학비가 거의 공짜라...) 한국에 잠시 돌아와서도 현지 직장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법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나는 이 곳 독일 예나에서 우연히 작은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는데, 세금을 제하고 15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한국에서 받던 월급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그런데 생활에 지장이 없다. 집세 내고 100만원이면 한달 생활비가 충당되기 때문이다. 작은 집에서 살지만, 전세를 위해 대출 받지 않아도 되고, 병원비 걱정이 없고, 교육비 걱정이 없으며, 아이의 결혼 자금을 모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세 대출과 교육비와 자녀들의 결혼자금 때문에 저축을 해야하는 한국에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러면서도 오후 4시면 퇴근하여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간다. 그리고 저녁 8시 아이를 재우고 나면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


나는 아내의 나라로 왔기 때문에 방법상에서는 분명히 쉬웠다. 하지만 결단코 리 가족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차와 집이 있고, 번듯한 직장을 모두 뒤로하고, 취직의 보장도 없이, 이주를 결심하는 것이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렇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자가 아니다. 고생을 감수하고라도 변화를 꾀하려는 적극성과 용기였다.


우리 가족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우리 조건에 맞지만 몇 년 후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바뀔 수도 있고, 더 좋은 조건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또 다시 변화를 꾀 할것이다.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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