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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Mar 18. 2020

과연.. 나는 퇴사 후 전 직장을 들락날락할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한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일거리가 줄어 고민인 분들도 많지만 반대로 우리 회사는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는 탓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무실 가득 대기표를 끊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밀려드는 전화 문의로 인해 팀원들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 누가 찾아온다한들 반갑게 느껴질 리 만무한데 오늘 작년 상반기에 퇴직을 하신 부장님이 사무실에 손님을 모시고 등장하셨다.


물론 부장님은 회사 사무실 근방에 살고 계신 탓에 이번이 퇴직 후 사무실 방문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바쁜 하루를 보낸 탓인지 팀원들 모두 지친 모습이 역력한 표정으로 부장님을 맞이했다.


"최대리 요즘 애는 잘 커?"


손님이 잠시 팀장님과 업무를 보는 사이 늘 그렇듯 부장님은 나에게 자상한 말투로 물으셨다.


"그럼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린이집이 휴원 해서 그렇지 잘 지내죠."


내가 웃으며 질문에 대답하자 부장님은 팀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관심 어린 말투로 인사를 건네셨다.






'어떻게 퇴직 후에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전 직장에 들락날락할 수 있지?'


부장님을 마주하고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 건 진짜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분을 비난하려고 한다거나 이런 식의 방문이 반갑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20년 넘게 재직하면서 쓴맛 단맛을 다 본 전 직장의 사무실을 아무렇지 않게 마실 나오듯 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나에게는 신기할 뿐이었다.


약속시간이 이 근처여서 잠깐, 부탁할 게 있어서 잠깐, 제출할 서류가 있어서 잠깐 등등..


부장님은 한 달에 두세 번은 우리 사무실에 들러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들며 사무실 안쪽에 위치한 기다란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 탕비실에서 타 온 커피를 홀짝거리셨다.


그분의 표정에는 회사 내에서 느낀 그동안의 서운함이나 본인이 퇴직을 한 후에 느껴지는 어색함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여전히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소식들을 전해 듣고 있는 듯 팀장님이나 차장님과 회사 얘기들을 나누셨다.






"어떻게 퇴직한 회사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실 수 있지?"


퇴근 후 오랜만에 만난 김대리와 수다를 떠는 자리서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긴듯한 김대리가 대답했다.


"그분들과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라는 곳의 존재가 많이 다른 거 아닐까?"


김대리의 반문에 나도 격한 공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나와 김대리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회사라는 존재는 그저 일하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물론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일상들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많으면서도 회사는 회사, 내 일상은 일상이라는 생각이 강한 데다가 회사가 나를 책임져줄 것이라는 확신이나 이곳이 나의 마지막 일자리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없어진 지 오래인 것 같다.


그렇지만 부장님과 같은 윗 직급 들은 회사가 일상보다 우선인 경우도 많고 회사 내에 알고 지낸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그 어느 관계보다도 끈끈하고 중요하게 연결되경우가 대부분인 편이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을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그렇게 그 사람들의 속사정들오지랖 넓게 궁금하고 회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인생에서 중요한 회사인데 왜.. 그렇게 일하는 거지?'


차마 입 밖으로 회사의 존재가 그렇게나 값지면서도 월급값은 못하시는 거냐는 비난 섞인 말은 차마 김대리에게 내뱉지 못한 채  씁쓸 미소 지다.






그리고 그런 의구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부장님은 또다시 등장하셨다.


"무슨 일이세요?"


평소와는 달리 이른 아침부터 등장하신 부장님의 모습에 팀장님이 영문을 전혀 른다는 표정으로 물으셨다.


그러자 부장님은 잠시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시다가 오늘부터 이곳에서 두 달간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말을 내뱉으셨다.


"네?!"


팀장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인사팀에 연락을 취했고 최근 업무가 급증하여 일시적으로 파견 직원을 별로 한두 명 두기로 했는데 우리 지점에는 부장님이 오시기로 하셨다는 것이었다.


전화통화를 마친 팀장님은 예상치 못한 얘기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고 부장님도 민망하신지 계속해서 회사에서 부탁했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셨다.


이래서 여전히 그분들에게는 회사라는 곳이 가족 같은 존재인가 보다.

이렇게 끊어지지 않는 질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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