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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n 14. 2024

삶과 죽음에 대한 묵상

시어머님이 이 세상을 떠나신 마지막 순간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우셨다. 내 나이가 예순이니, 그동안 세상을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많이 지켜보았다. 자식들과 며느리들과 손주들의 '사랑한다'는 고백을 수없이 많이 들으면서, 따뜻한 손길에 미소 지으며 어머님은 천국으로 떠나셨으리라. 돌아가실 시간을 미리 예측하여 알려주셨던 의사 선생님께 지금도 감사한다. 부모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와준 내 자식들과 조카들에게도 감사한다. 내가 이마트에서 사다 놓은 작은 플라스틱 의자(병중의 어머님과 오래 손을 잡고 앉아 있고 싶어서 사서, 어머님 침대 옆에 놓아둔 것이다)에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앉아서 어머님께 '사랑한다, 감사한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고 울며 고백하던 시댁 가족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고 가슴 뭉클하다. 어머님은 고단했던, 너무나 고단했던 이 세상에서의 삶을 다 놓아버리시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셨다.


여고생이었을 때 참 특이한 한 아이가 있었다. 나와 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가 했던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난 언제 죽을지 몰라서 매일 속옷을 깨끗하게 입고 다녀."


열아홉, 그 나이의 아이가 죽음을 매일 생각하고 살았다는 게 그때도 지금도 신기하다. 하긴 죽음은 태어난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친하게 놀던 튀김집 딸은 백혈병으로 중학생 때 하늘로 떠났고, 학교에서 가장 예뻤던 중3 우리 반 반장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 비서로 근무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급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들었다. 30대 교사 시절, 나와 가장 친했던 교사도 출근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성빈센트 병원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입원해 있다가 세상을 떠나갔다. 셋째 아이 육아휴직 중일 때라 시어머님께 아기를 맡기고 매일 병원에 갔던 내게, 그 선생님은 공책에 '고마워요, 선생님! 나의 언니예요.'라고 썼다. 그녀는 그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눈부시게 예뻤던 얼굴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어린,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나 또한, 여의도 성모병원 백혈병동 무균실에서 함께 지냈던 세 사람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지 않았던가! 죽음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를 잘 살아야 한다. 되도록 잘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잘 산다는 게 뭘까, 깊이 묵상한 적이 있다. 매일 속옷을 깨끗하게 갈아입고 준비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평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로운 상태에서는 나도 남도 괴롭히지 않는다. 그리고 매 순간 감사한다. 용서하지 못했던 과거의 사람도 용서할 수 있고 축복해 줄 수 있다. 용서는 자기를 사랑하는 매우 적극적인 사랑인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성껏 사랑으로 대하고, 어떤 이유에서건 저기 건너에 있는 어떤 인연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좋았던 관계 고마워. 어디에 있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빈다.'라는 생각으로 좋은 에너지를 보내주면 된다. 수학 문제를 풀듯 100% 다 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강박이 될 것 같다.


우리는 각자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소명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소명이 뭘까를 자주 생각하고, 자기의 달란트를 잘 사용하면서 나누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또한 우리는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니 내 삶의 무대 위에서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지나치게 남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나 없는 삶'의 인생은 더 이상 살면 안 될 것이다.


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 이 하루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내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하늘에 감사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으며, 그렇게 살면 될 것 같다. 삶과 죽음에 대해 묵상을 하다 보니 답은 무척 간단했다. 하긴 '단순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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