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런치에 댓글 다는 게 힘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잘하지 못해서이다. 글의 깊이에 닿지 못하는 댓글을 쓰기가 싫어서 댓글 다는 행위 자체를 어지간해서 못하게 되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라이킷만 달랑 놓고 가자니 그걸로는 너무 부족하다. 만인의 라이킷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내가 글을 읽고 느낀 마음의 울림을 담아내기엔 턱도 없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흔한 라이킷과 같은 무게로 다가간다는 게 싫다. 나는 항상 나 자신에게 그게 아쉽다. 글은 삘삘 쓰면서 몇 줄짜리 댓글은 그렇게도 힘들어서 머리를 벽에 꽝 박아야 한다. 그게 내 현주소다.
나는 글을 읽는 게 제일 재밌다. 사실 내게도 글 발행 버튼 누를 권한은 있긴 하지만, 내 경우 쓰는 시간과 읽는 시간이 1:9~2:8 정도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쪽에 많이 기울어 있는 유저이다. 그런 이용패턴 때문인지 비록 글쓰기는 초보를 면하지 못하지만 내가 읽는 재미를 아는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이 훨씬 더 크다. 만약 내가 내 글 쓰는 데만 빠졌다면 어쩌면 브런치가 재미없어서 지금쯤 그만두지 않았을까?
그렇게 읽기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얻는 나는, 브런치를 헤엄치며 좋은 글을 찾아 돌아다니다 마음을 격하게 울리는 글을 찾으면 그 작가님에게 어떻게든 나의 지금 마음을 표하고 싶어진다. 만인의 것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라이킷으로는 안되겠고, 구독신청을 한다고 해도 구독자라고 모든 글에 개근해 준다는 법도 없고, 나중에 구독을 슬쩍 취소해 버릴 수도 있고, 구독 신청이 단지 맞구독 제안일 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구독신청과 외관상 똑같이 생긴 구독을 누르는 것 역시 어딘가 좀 모자라다.
결국 내 경우 가장 큰 마음을 표하는 것은 유니크한 댓글, 나만이 할 수 있는 의사표시이다. 정성스러운 댓글은 내가 그 작가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라이킷이나 구독은 글을 읽지 않고도 할 수 있지만 댓글은 시간을 들여 글을 읽었다는 증명도 되고, 댓글 다는 걸 보면 글을 어느 정도로 이해했는지 대번 티 나니, 댓글을 예쁘게 놓아 드리는 것이 그 작가님을 그 무엇보다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
브런치에서 놀기 전에는 댓글 달기는 가벼운 안부 인사 정도로만 여겼다. 그냥 좋은 글 잘 읽었다며 피상적으로 영혼 없이 달아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글쓰기에 진지해져 보니 다른 분의 글을 읽을 때 완벽히 몰입하고 있고, 휴지를 뽑기도 하고, 내 속을 들킨 것 같은 글에는 몸이 떨리기도 했다. 그럴 때는 무슨 말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아픔이 느껴지면 꼬옥 안아 드리고 싶었고, 기쁨이 느껴지면 나도 함께 느껴 보고 싶었다. 어떤 식이 됐든 그냥 지나치긴 싫었고, 글에서 받은 느낌에 연장선을 그어서 그 느낌을 좀 더 끌고 가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 그걸 잘하지 못한다는 거다. 댓글 달기 어려운 상황은 다양하다. 글이 품고 있는 한량없는 깊이에 가닿지 못해서일 때도 있고, 글쓴이의 사고의 진폭을 충분히 따라갔다고 하기엔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어쩌다 닿았다 싶으니 그 벅찬 기분을 말로 담아내질 못할 때도 있다.
그 글에 먼저 다녀가신 다른 작가님들의 댓글을 본다. 글 수준에 걸맞은 댓글을 놓아 드리기가 더욱 자신이 없어진다. 어설프게 달자니 마치 때를 묻힐 것 같다. 키보드에 비듬만 배비작 배비작 턴다.
결국 라이킷만 누르고 튀어 버린다. 근데 그러자니 마치 "이리 와서 내 글 읽어!" 이것처럼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그냥 썰렁하게 라이킷만 놓고 가자니 그 작가님이 아예 모르는 분이 아닐 때는 오히려 그게 더 미안해서 아예 라이킷조차 못 누르고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좋아해서 라이킷을 더 못 누르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것이 라이킷의 역설이다. 부끄러워 말 못했지만 사실 좋아해요.
구독은 라이킷보다 강한 호감 표현이지만 그렇다고 구독만 누르자니 "내가 구독하니깐 당신도 해야지?" 이게 되지는 않을까 해서 이것 역시 마음에 걸린다(맞구독해 주면 좋기야 하겠지만 애초에 그런 의도로 구독을 누르는 게 아니니 맞구독해 주지 않는다고 내가 구독을 해지하진 않는다).
그리고는 자려고 누워서도 맹꽁이 이불킥이다. 아까 그거 어떻게든 댓글 달고 싶은데. 그렇게 끙끙 괴로워한다. 댓글 하나 다는데 진짜로 20분, 30분 넘게 걸릴 때도 있다(너 진짜 브런치 심사통과 한 거 맞긴 하니?).
못하니까 더 동경하는 심리도 어느 정도는 들어가 있겠지만, 나는 글쓰기보다 댓글 쓰기를 더 잘하고 싶다. 글쓰기가 일방적으로 내 얘기를 하는 거라면, 댓글은 글맞춤이고 마음맞춤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나를 더 잘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글쓰기보다도 댓글 쓰기다.
댓글을 쓰기 전에 글을 혹시나 잘못 이해하진 않았는지 반복해서 곱씹게 되니 글을 보는 눈썰미도 전보다 조금은 늘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내 문장력 키우기에도 도움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냥 라이킷만 누르고 갔다면 잘 모르고 넘어갔을 그 작가님의 매력과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그저 내 글만 쓰면서 조회수와 구독자 늘리기에만 골몰하면 브런치를 10년 해도 알 수 없는, 얻을 수도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글쓰기보다 댓글 쓰기를 많이 하고 싶다.
그냥 댓글 많이 달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제대로 마음맞춤하는 댓글 쓰기를 하고 싶다.
"저 유저 좀 쓰네?"도 나쁘지 않지만
"저 유저 댓글 좀 다네?" 이것부터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