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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Jun 21. 2021

MSG워너비가 남긴 메시지

경쟁과 경연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2021년 5월 22일 자 “놀면 뭐하니?”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MBC의 예능 방송 “놀면 뭐하니?”가 요즘 진행하는 내용은 바로 ‘MSG워너비’로, 유재석의 부캐인 유야호가 ‘SG워너비’와 같은 남성 보컬 그룹인 ‘MSG워너비’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지난 5월 22일 방송에서는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된 8명의 후보를 4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경연을 하는 내용이 나왔다. 유야호(=유재석)는 ‘MSG워너비’가 몇 명일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이 두 팀의 경연을 통해 8명 중에서 최종 멤버를 선발을 하겠다고 하였다. 두 팀 각각 빅마마의 ‘체념’과 태연의 ‘만약에’를 무대에서 실수 없이 훌륭하게 마쳤고 발표된 MSG워너비의 최종 멤버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8명 전원이 최종 멤버로 선발되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 유야호가 MSG워너비가 몇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몇 차례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8명 모두가 뽑혔다는 것은 예상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몇 년째 각종 포맷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고 있는 나라 아닌가. 이런 우리나라의 시청자들은 누군가 붙고 누군가 떨어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에 전원 선발이라는 생각을 한 사람보다 본인만의 MSG워너비의 라인업을 짜고 있었을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나만해도 경연을 보면서 내 버전의 MSG워너비를 마음속으로 나름의 논리로 선발하고 있었다. 먼저 4명의 팀에서 비슷한 포지션을 가진 후보들을 짝지어 봤다. 형님 라인인 김정수(김정민)-별루지(지석진), 프로듀싱 경험이 있는 정기석(쌈디)-강창모(KCM), 왠지 인상이 비슷한 이상이-박재정, 그리고 나머지 이동휘-원슈타인. 아무래도 김정수보다는 지석진 목소리가 덜 튀는 거 같으니 김정수를 떨어뜨리고 프로듀싱은 두 명씩 필요 없을 거 같으니 래퍼에서 보컬로 색다름을 보여주는 정기석으로. 이상이 vs. 박재정 중에서는 내 생각에 노래를 더 잘하는 거 같은 박재정으로. -참고로 난 박재정이 이렇게 노래 잘하는 가수인 줄 ‘놀면 뭐하니?’ 보면서 처음 알았다- 이동휘 vs. 원슈타인은 둘 다 매력적이고 이동휘 보컬도 배우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지만 둘 중 하나를 꼽는다면 그룹 보컬에 킥을 줄 수 있는 원슈타인을 뽑되 혹시 4명이 아니라면 이동휘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열심히 두드린 계산기가 무색하게 결국 유야호는 8인 전원 선발이라는 선택을 하였다. 이런 결과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발표의 순간, 여태까지 당연하게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지는 것을 계산하고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놀면 뭐하니?’ 제작진이 여기까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경쟁을 당연시하는 나에게 “안 그래도 되는데?”라는 메시지를 건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기 각박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한국 사회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야 한다고도 한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학점으로 늘 상대평가를 받았고 그에 따라서 등급이 나누어지는 것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점수 매겨지고 비교되고 합격 혹은 탈락되는 것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8인의 전원 합격은 “괜찮아. 경쟁할 필요 없이 즐겨도 돼.”라고 담담히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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